노추산은,
100대 명산도 아니고,
유명한 장소도 없는 산입니다.
더구나,
주변 경관이 화려하지도 않고,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도 아닌,
오지에 가까운 산인데...
중국의 노나라와 추나라의 기풍이 있어서,
노추산이라고 하는데...
생각 없이,
안 가본 산이라서,
무작정 따라나섰는데...
겨울 산행 중에서,
눈과 눈꽃에 대한 최고의 즐거움과,
소소한 감동까지 선물해 준 산이었습니다.
아침 6시 45분에,
산악회 차를 타고 가는데,
아침 식사로 구매한 토스트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구매한 토스트는,
가격은 5,500원인데 흔한 양파 쪼가리 하나 없고,
싸구려 햄과 계란이 전부였고...
다음에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오줌만 갈기고 오는 곳으로... ㅎㅎ
산행 시작은,
이렇게 멋진 장소에서...
(엄청난 반전이 있음)
보통,
들머리는 평범하고,
어느 정도 산을 올라야,
폭포나 비경이 있는데...
여기는,
시작부터 이런 모습이라,
조금은 당황했는데...
오장폭포 구경을 마치고,
산을 올라가는데...
첫 들머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왜냐하면,
암벽과 절벽이 가득해야 하는데,
너무나 밋밋한 등산로가 계속돼서...
국내에서 최고 높은(129m) 오장폭포를 지나고,
폭포의 정상에 도착했는데...
콘크리트 구조물이,
오장폭포는 사람이 인공으로 만든,
가짜 폭포라고 말하고 있고...
즉,
멀쩡한 계곡을 막아서,
바위 위로 물이 떨어지게 해서,
가짜 폭포를 만들어 놨다고...
암튼,
오장폭포의 비밀을 알고 나서,
다소 허탈한 느낌으로 산을 올라가는데...
등산로에 가득한 눈이,
보기 좋으라고 설치했으니,
마음을 풀고 즐겁게 산행을 하라고...
틀린 말이 아니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부지런히 산을 오르는데...
절도 아니고,
개인 사유지도 아닌데,
이상한 너와집만 덩그러니...
그런데,
너와집 뒤에 있는,
조그만 비닐하우스에는,
멧돼지 새끼가 보금자리를 틀었고...
돼지꿈도 안 꿨는데,
멧돼지가 반기는 것을 보니,
오늘 산행은 멋진 모습이라 확신을... ㅎㅎ
눈이 내려서,
나무에 하나 둘 쌓여 가는데...
산은,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 평범한 장소이고...
멋진 인공 폭포,
그리고 조그만 멧돼지가,
오늘 산행의 전부이려나?? ㅎㅎ
산 중간쯤에는,
조그만 우물이 있는데...
목이 마르지도 않지만,
물 맛을 보기 위하여,
한 바가지 들이켰는데...
물맛은,
썩 좋지는 않았고...
산에는,
엄청 큰 전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고...
눈발이 점차 강해지면서,
전나무에 눈이 쌓이니,
연말 분위기도 나고...
암튼,
내리는 눈이,
점차 겨울 분위기로 몰아가는데...
고도가 1000미터를 지나면서,
산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고...
누군가,
흰색 물감을,
산에 통으로 뿌려 놓은 듯...
암튼,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산은 점차 설국으로 변해가고...
역시,
겨울 산에서는,
눈꽃이 제맛인데...
온 산은,
하얀 눈꽃이 만발했고...
이때부터 시작해서,
산행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눈과 눈꽃의 세상이...
눈이 없다면,
그냥 평범한 산이라 생각했을 텐데...
눈은 내려 쌓이고,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피고,
둘이 만나서 온 세상을 설국으로 만들었고...
지금부터는,
뭐라 설명할 수가 없고,
그냥 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나무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눈이 내렸다는 이유로,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변해있고...
날씨가 좋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런 날씨라도 충분히 좋았고...
눈꽃들이,
너무 많이 피어서,
나뭇가지는 모두가 땅으로 향했고...
역시,
꽃이 피고,
결실을 맺으니,
나무도 겸손해지는 듯... ㅎㅎ
암튼,
모든 산이 이런 모습이라서,
뭐라 말을 보탤 수 없었고...
드디어,
정상 아래에 있는,
이성대에 도착했는데...
이성대의 전망은,
흐린 날씨로 인해,
아무것도 조망이 안되지만...
이성대 보다는,
잣나무의 설경이 끝내주고...
이성대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역시 명당이네요.
조망을 위한 난간에,
수북하게 쌓인 눈은,
그동안 쌓인 눈을 가늠케 하고...
참고로,
이성대는 신라 설총과,
조선 율곡 이이의 위패를 모신 곳이라고...
이성대를 지나서,
아리랑산으로 가는데...
등산로는,
눈에 묻혀서,
형체를 알 수 없고...
더구나,
화려한 눈꽃으로 인해,
축 처진 나무 사이로 걸어야 해서,
행복한 고난이 연속되고... ㅎㅎ
혹시,
사진에 길이 보이나요??
이런 등산로를,
3시간을 걸었습니다.
혼이 나가고,
정신은 혼미하고,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드디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이는데,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하고...
더구나,
능선에 오르니,
찬바람은 거세게 몰아치는데...
그런데,
찬바람보다 더 힘든 것은,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걷는 것이 힘들었고...
산은,
온화한 모습이지만...
눈이,
무릎까지 쌓인 관계로,
일반 산행보다 3배는 더 힘들었지만...
힘들어도,
잠시 고개를 들면,
온 세상이 이런 모습이라,
금세 히죽히죽 거리면서 걸었네요!!!
아리랑산이 가까워지면서,
눈꽃은 점점 더 화려한 모습으로...
더구나,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몸통에도 두터운 눈꽃이 피어나고...
만일,
날이 맑았다면,
이런 모습이 있었을지 의문이고...
드디어,
아리랑산 정상에...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제일 높은 아리랑산을 모르고,
여기보다 낮은 노추산을 기억하는지 의문이고...
아마도,
큰형 보다,
둘째가 더 유능해서 그런지도... ㅎㅎ
노추산으로 가는 길도,
눈꽃은 장난이 아니고...
시간이 흐를수록,
흐린 날씨와 차가운 바람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머지않아,
노추산 정상이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아쉬움만...
산길은,
제법 가파른 구간도 있고...
여기에,
눈이 엄청 쌓여 있으니,
발걸음은 더디기만...
그래도,
앞서가는 사람 기다리면서,
눈과 마음이 호강을... ㅎㅎ
얼핏 보면,
등산로가 어디 있는지,
구별하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눈이,
무릎까지 빠지다 보니,
헉헉거리며 걸어가는데...
힘들어도,
이런 눈길의 최대 장점은,
절대로 길을 잃고 위험할 수가 없다는 것... ㅎㅎ
나무들은,
눈꽃의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워,
머리를 조아린 채 숙연한 자세로...
그리고,
누군가 앞서간 발자국은,
성큼성큼 걸었는데...
일부,
송장이 짧은 사람은,
그 보폭을 따라 걷는 것이 힘들어했고...
벌써,
노추산 정상에 도착을...
부지런한 산꾼들은,
벌써 정상에서 인증을...
참고로,
노추산이 아리랑산보다,
20미터가 낮은 장소입니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바로 하산을 시작했는데...
눈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화려해지고...
그리고,
지금까지는,
눈꽃이라 할 수 없고,
여기부터 날머리까지가 절정이었고...
등산로 안내판인데,
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요.
심지어,
글씨도 가려놔서,
방향을 찾기도 어려웠고...
원래 계획은,
이 지점에서 사달산을 다녀와야 하는데,
누구도 다녀온 흔적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하산을...
사달산의 아쉬움을 느낄 틈도 없이,
눈꽃들은 계속 화려하게 피고 있고...
만일,
눈이 없다면,
정말 심심한 장소일 듯하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노추산이 새로운 느낌으로 각인되고...
다른 고산들은,
정상 부근의 조그만 고목에서,
눈꽃이 피어나는데...
여기는,
엄청 큰 나무들이,
모두가 눈꽃을 피우니,
그 아래를 걷는 기분이 색다른 느낌이고...
색다르기보다,
눈의 왕국을 걷는 기분이었고...
이 길의,
최대 단점은,
산을 걸을 수가 없다는 것...
정말로,
50미터 걷고 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니,
감탄하기도 바쁜 산행이었고...
어째튼,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도 찍어서 공유했고...
산을 제법 내려왔는데,
아직도 이런 모습이...
더구나,
날머리 도착할 때까지,
눈과의 사투(??)를... ㅎㅎ
지금 생각해도,
그냥 눈세상이란 기억만...
제법 가파른 구간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도 눈과 눈꽃이..
눈꽃은 좋은데,
내리막길에 눈은,
발걸음이 더딜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문제가...
암튼,
최대한 조심하면서
눈길을 터벅터벅 걸었고...
산행도,
이제는 한 시간 남짓 남았는데...
아직도,
눈꽃은 계속 피고 있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ㅎㅎ
아침은,
샌드위치로 대신했고,
점심은 바나나 두 개로...
그런데,
아침에는 분명 노란색이었는데,
얼마나 추웠으면 검은색이 절반쯤...
바나나는,
날이 추우면,
검은색으로 빨리 변하고,
먹어도 죽지는 않는다고...
고도가,
많이 낮아지니,
소나무들이 날씬하게 자랐는데...
눈꽃은,
소나무에도 어김없이 내렸고...
그런데,
이런 모습을,
혼자 봐야 한다니 너무 아쉽기만...
이제,
주변 나무에는,
눈꽃보다는 눈이 많이 쌓이고 있고...
눈과 눈꽃은,
세상의 모든 것을,
흰색으로 바꿔놓는 중이고...
그걸 즐기는 나는,
날이 추운 줄도 모른 채,
산길을 하염없이 걸었고...
여기는,
조고봉으로 가는 갈림길인데...
사달산을 가지 못한 아쉬움에,
조고봉이라도 다녀오려고,
겁 없이 달려들었는데...
결과는,
아무도 가지 않는 눈길을,
내가 처음으로 걸으려 하니,
너무 힘들어서 300미터도 걷지 못했고...
눈길에서,
러셀을 하면서,
어떻게든 가려고 하는 두발을,
잠시 멈춰 세웠습니다.
나의 두발은,
기어코 가야 한다고 하지만,
너무 힘드니 오늘은 이쯤에서 멈추고,
다음에 더 좋은 곳을 가자고 했고...
아쉬워하는 발에게,
다음에는 꼭 간다고 하고,
달래서 하산을... ㅎㅎ
이제는,
임도를 지나고,
조그만 오솔길을 걷는데...
살포시 내린 눈들이,
나뭇가지에 가득하고...
참고로,
눈은 나무를 흔들면 바로 떨어지지만,
눈꽃은 얼어 있어서 흔든 정도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계곡을 따라서,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조그만 소에는,
봄이 멀지 않았다며,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암튼,
눈 내린 노추산을 내려가,
주린 배를 채우려 하는데...
솔솔 내리던 눈은,
어느새 나무에 소복이 쌓였고...
날이 흐리다 보니,
해가 없어서,
쌀쌀한 기운이 밀려오는데...
그래도,
눈을 즐기면서,
한들한들 내려가는데...
산속에는,
난쟁이나 살법한 오두막이...
이 자리에는,
가족의 안녕을 기리며,
26년간 돌탑을 만들던 곳이고...
오두막은,
홀로 기거하던 장소라고...
하얀 눈은,
모정의 탑까지도,
모두 지워 버렸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크고 작은 3000개의 돌탑은,
그 정성이 느껴지고...
암튼,
홀로 쌓은 돌탑이,
이젠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고...
내 나이와 같은,
돌탑이 보이는데...
그럼,
60년 전에 쌓았다는 것인데...
정말 그랬는지,
아리송하기만...
내용이야 어째튼,
돌탑은 정말 많은데...
일부는,
근래에 만든 느낌이... ㅎㅎ
암튼,
한 분의 어머니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놀랍기만 했고...
모정의 탑도 지나고,
이젠 산행을 마무리하면 되는데...
눈은,
한여름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는데...
덕분에,
보기는 좋지만,
식사를 하고 집을 가야 하는데...
집에 가는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퍼붓는 눈으로 인해,
준비한 저녁은,
먹을 엄두가 나지 않고...
덕분에,
배는 쫄쫄 굶고,
집까지 5시간 동안 기어서 왔고..
저년 10시가 지나서,
집에 도착했는데...
준비한 저녁은,
집에서 해결했고...
정말,
이 모든 걸 싸들고 갔는데,
눈 때문에 먹지 못했고... ㅠ.ㅠ
(진짜 가지고 간 그대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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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시작해서,
눈으로 마무리했는데...
지금도,
그때가 그립고...
단,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는 빼고...
이 모든 것을,
친구들과,
함께하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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