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아픈 허리나 다리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척추·관절 상태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제일정형외과병원(원장 신규철)의 도움을 받아 근골격계 질환 증상·치료법을 사례 중심으로 4회에 걸쳐 알아본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엔 100년 역사를 간직한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 일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영순씨(76·여)는 힘들지만 전통 막걸리 빚는 데 자부심을 느끼며 우직하게 양조장을 운영해왔다 .
그런데 그는 최근 큰 고비를 맞았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생긴 것이다. 특히 추석 명절 대목장을 앞두고 몸 상태가 악화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씨의 소원은 추석이 오기 전 조금이라도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것. 그의 간절한 소망을 알게 된 우리 병원 의료팀이 급히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모셨다.
정밀검사 결과 ‘척추 협착증’과 ‘무릎 관절염’이란 진단이 나왔다. 두 질환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근육이 손실되고 관절·척추에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진 결과다. 그의 허리에 있는 신경통로는 협착증으로 좁아진 상태였고, 척추도 휘어 있었다. 무릎 관절염도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여러명의 전문의가 협진한 결과 ‘추간공확장술’을 시술하기로 했다.
이 시술은 척추 사이에 돌출된 극돌기(척추를 지탱하는 인대나 근육이 붙은 돌기)에 신경공 확장기를 삽입해 약물을 주입하는 요법이다.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 주위에 있는 신경 유착 물질, 신경을 누르는 인대,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 등을 제거한다. 추간판(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 구조물)·뼈·인대 등을 제거하지 않고 부분 마취 후 피부 절개만으로 시술할 수 있다. 시술시간도 20~30분 정도로 짧아 고령자나 골다공증이 심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술 후엔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운동 요법을 진행했다. 이씨의 자세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앞으로 굽었던 허리는 곧게 펴져 며칠 새 키가 훌쩍 자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추석 전에 치료받게 돼 정말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물론 이씨가 예전처럼 눈코 뜰 새 없는 노동으로 몸을 혹사한다면 척추는 다시 망가질 것이다. 그래서 퇴원을 앞둔 그에게 고된 일은 줄이고, 병원에서 배운 허리 강화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과 기습 폭우로 많은 농가가 흉작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수확철을 맞아 농민들은 망가진 척추·관절로 인한 통증을 감내하며 농사일을 하고 있다. 지친 농민들이 척추·관절 질환에서 자유로워져 조금이나마 시름을 덜고 꼿꼿한 자세로 밝은 노년을 맞이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