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흥기 팀매니저의 '안탈리아 통신' 5탄
일자 : 1월31일
상대팀 : 인터 바쿠(아제르바이잔)
결과 : 1-2패
오늘 상대는 아제르바이잔의 인터바쿠클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상대한 팀들 중에 제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팀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유럽리그 진출을 위해 거쳐가는 발판이라는 소개와 함께 유망주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거든요.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국내 리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니 허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발 포메이션을 살펴보면 우선 투톱에는 양동현과 마차도가 배치됐습니다. 4백라인에는 유경렬-박동혁 센터백 콤비에 현영민과 김영삼이 좌우 풀백 자리에 섰습니다. 미드필드 진영에는 오장은과 장상원이 받치고 그 위에 이종민이 공격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았고 정경호는 프리롤로 두어 좌우진영을 흔들면서 찬스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선제골은 1분도 안돼 터지면서 기분좋게 출발했습니다. 42초만에 정경호가 올린 크로스를 상대 수비가 가슴으로 받아 수비에게 넘겨준다는 것이 양동현 앞으로 떨어졌고 양동현은 이를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 성공시켰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초반 슈팅수가 늘었고 득점도 어렵지 않게 올리고 있어 흡족한 표정들입니다.
이후에도 계속 공격을 퍼부으면서 전반 36분경 상대 왼쪽을 파고들던 정경호가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는 수훈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마차도가 상대 골키퍼에게 완전히 읽히면서 실축, 도리어 상대 기를 올려주는 결과가 됐습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아쉬운 장면이 또 나왔습니다. 상대 골키퍼가 많이 전진한 것을 보고 양동현이 감각적인 로빙슛을 때렸고 이 볼이 골라인을 통과한 듯 보였지만 부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선수들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있었습니다.
연달아 나온 이 두 상황으로 상대의 기세는 더욱 살아난 반면 우리 팀 사기는 타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전반 39분 상대 공격수에게 페널티 킥을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김영광은 억울하다는 듯 심판에게 크게 항의했습니다. “털끝 하나 닿지 않았다”며 억울해했지만 이미 내려진 판정을 바꿀 수는 없었고 스코어는 1-1이 됐습니다.
이후 현영민을 최성용과 교체하면서 또 다른 공격 루트를 노렸지만 41분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추가골을 허용,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앞선 마차도의 페널티킥과 양동현의 슈팅이 더없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둘 중하나만이라도 골이 됐더라면 쉽게 무너질 수 있었던 상대였으니까요. 단숨에 역전을 일구어 낸 것을 보니 한편으론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후반 들어서 장상원 대신 신예 기대주 김지민을 투입하면서 더욱더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갖추었고 25분경에 오장은을 빼고 임유환을 출전시켰습니다. 임유환은 첫 경기(헤르타 베를린 2군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오장은은 후반에 약간의 부상을 당한 터였습니다.
정경호도 알미르와 바꾸고 공세를 이어갔지만 상대 골문은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34분에는 유경렬과 박동혁을 서덕규와 이현민이로 교체하면서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 짓는 양상이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1-2로 끝났습니다. 이번 전훈에서 첫 패배(3승1무1패)이자 제 주무 생활 첫 패배로 기록된 경기가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5차례 평가전 결과 3승1무1패(3-0,2-0,0-0,3-1,1-2)가 됐습니다.
=인터바쿠클럽은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었습니다. 패스를 받는 모습(first touch)이나 수비에서 걷어내는 등의 기본기들은 무척이나 어설퍼 보였지만 톱니바퀴 같은 짜임새를 보이며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습니다. 압박이 수준급이었고 특히 공격시 한번에 찔러주는 롱 킥에 의한 공격은 매우 돋보였습니다. 역전 결승골이 바로 이 매서운 롱 킥 전술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감독은 카도켄이라는 사람으로 60세가 넘었다고만 하고 정확한 나이는 알려주지 않더군요. 경기 전 김정남 감독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한국축구는 매우 공격적이고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팀 안 다치게 살살 해달라”며 애교(?)까지 부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역을 담당하던 나이지리아 선수가 특이해보였습니다. 감독과 인사할 때 이 친구(이름이 토니였습니다)가 나와서 통역을 하길래 “너 통역이냐”고 물었더니 “나도 선수다”라면서 웃더군요. 포지션은 수비였고 후반에 교체 투입되어 깔끔한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안탈리아에서는 k리그 팀간 탐색/정보전이 한창입니다. 29일 우즈벡 올림픽팀과의 평가전에는 전북의 최인영GK코치가 와서 보더니 오늘 경기는 대구의 변병주감독이 나타났습니다. 경기 전 코칭스태프를 찾아와 인사를 나눈 뒤 멀찍이 떨어져서 경기를 지켜보더군요.
후반에 날씨가 추워서 햇볕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골대 뒤 쪽에서 전북의 모든 코칭스태프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그마한, 우리나라로 치면 액센트 정도의 차에 옹기종기 모여서 관전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우리 코칭스탭들도 어제 전북의 경기를 보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fc서울의 경기는 보안이 철저합니다. 귀네슈감독이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답니다. 대구와 서울이 한 호텔(아카디아)에 머물고 있는데 서울이 오기 전 까지는 대구가 칙사대접을 받다가 서울이 도착하자마자 상황이 많이 달라졌더라는 후문도 들립니다. 역시 귀네슈 감독의 힘이라고 봐야겠지요?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아직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이러다 할 평가를 내리기는 조금 이르지만 오장은 같은 경우는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도착하고 이틀 동안은 몸 상태가 아직 아니라고 판단된 현영민 오장은 양동현 마차도 알미르 호세 루이스만 따로 훈련하다가 오장은과 호세 루이스는 계속 선발 출전했죠. 나머지 4명만 지난 우즈백 올림픽팀전부터 오늘까지 해서 한번 이상 실전을 소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경기로만 보면 현영민은 여전히 제 기량을 뽑내고 있고 양동현이도 썩 훌륭합니다. 하지만 한국선수들보다 3주 정도 늦게 합류한 나머지 2명의 용병들은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월1일 오전은 회복훈련, 2월2일은 휴식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2월3일)에 6번째 연습 경기.상대는 러시아의 토르페도 모스크바로 우리 ‘러시아 전사’현영민에 따르면 지난 시즌 강등권에 몰렸던 팀이라고 합니다.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중에 볼링장과 당구장 시설이 볼 만합니다. 볼링 레인에서는 경운기 가는 소리가 나고 당구대는 쿠션을 아예 기대를 하지 말랍니다. 포켓볼임에도 불구하구요.ㅎㅎ.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