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현대차의 부진이 장기전 양상을 띄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아무리 외쳐봐도 공허한 메아리뿐.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회사는 이제 예측하기 어려운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네시스를 빼자 현대자동차 승용 점유율이 30퍼센트를 밑돌았다. 결과적으로 내수에서 대중차와 프리미엄을 나누는 투 트랙 전략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던 셈이다. 현대차 브랜드의 약화만 확인했을 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각 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RV 제품군을 포함해 22만2천609대의 차를 내수에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만4천718대와 비교해 9퍼센트 떨어진 수치. 이 중 일반 승용차는 지난해 17만1천171대에서 올해 14만3천771대로 16퍼센트 하락했다. 그나마 7.2퍼센트 신장한 RV 제품군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암울한 수준이다. 제네시스가 빠져나간 탓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은 결국 글로벌 프리미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라는 대중차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는 물론이고, 렉서스, 인피니티 등과 비교해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게다가 최근 성장이 더딘 신흥시장에서조차 프리미엄 브랜드의 확장성은 대단히 높다. 현대차에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이식이 당연히 요구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활약은 국내에서도 목격됐다. 특히 내수 승용 점유율 15퍼센트를 넘긴 수입차의 경우 현재 디젤게이트라는 악재를 만나 주춤하긴 해도 여전히 파괴력이 작지 않다. 그 수입차를 이끄는 것이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실제 두 회사는 우리 수입차시장의 40퍼센트 이상을 지배(2016년 상반기, KAIDA 기록 기준)하고 있다. 이 브랜드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브랜드 전략이 바로 제네시스다. 결과적으로 제네시스 분리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에쿠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제네시스 제품군에 편입되어 새 이름을 받은 EQ900은 올 상반기에만 1만7천114대를 내수에 내보냈다. 이는 2세대 에쿠스가 출시된 2009년 세운 연간 판매 기록 1만6천627대를 단 반년만에 앞서는 것으로, 높아진 상품성과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시장 신뢰가 작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난 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G80의 경우에도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성공이 예견된다. 게다가 새 무기도 속속 갖춘다는 게 제네시스의 생각이다. 반면 제네시스를 뺀 현대차는 상반기 초라한 내수 성적표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승용점유율은 32.2퍼센트지만 제네시스를 제하면 29.2퍼센트에 불과한 것. 현대차가 그토록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30퍼센트 점유율이 무너졌다. 게다가 이 경우 기아차가 점유율 32.1퍼센트, 1위의 자리에 오른다. 물론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실적을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브랜드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을 나누면 지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네시스의 판매량은 현대차와 따로 표시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현대차 부진 원인은 중추인 쏘나타, 그랜저의 하향세다. 숫자가 말해준다. 쏘나타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1.5퍼센트 떨어진 4만4만548대, 그랜저는 27.4퍼센트 내려간 3만188대다. 아반떼의 판매량은 오히려 31.3퍼센트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통적인 현대차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나고 있다는 의미. 애가 닳은 현대차가 쏘나타 60개월 무이자를 꺼내들고, 그랜저 조기 사전 계약카드를 만지작거려도 인심의 행방은 알기 어렵다. 이미 현대차에게 등을 돌린 소비자가 적지 않은 탓. 특히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현대차 혐오론은 빠르게 확산됐고,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차가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소통을 강조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소비자의 소외감이 현대차의 생각보다 더 컸기 때문이라. 이는 숫자로는 결코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다. 결국 제네시스의 성공도, 현대차의 건재도 소비자의 부재와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제아무리 현대차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회사라도 뚝뚝 떨어지는 점유율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바, 튼튼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회사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글 : 박진우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453734F57A098B81E' class="txc-im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