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돼지고기 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숙성이었다. 고급 삼겹살 전문점은 물론, 삼겹살 무한리필 전문점까지 숙성 키워드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숙성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게 됐다. 이제 또 다른 키워드를 통한 차별화가 필요할 때다.
부드러운 식감, 독특한 풍미의 수입육 현재 돼지고기 전문점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품종은 듀록, 버크셔, 얼룩도야지(YBD), 이베리코 등이 있다. 이 품종의 공통점은 모두 유색의 돼지라는 점, 그리고 육질의 우수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듀록과 버크셔는 3원 교잡의 부계종으로 육질이 탱탱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 또한 얼룩도야지(YBD)는 버크셔 돼지의 부계종으로, 육질의 우수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교잡종이다. 이 외에 현재, 한국에서 빠르게 유통되고 있는 스페인 이베리코 흑돼지는 수입육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돼지고기에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식감,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돼지고기 전문점들에서는 소비자 니즈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각 품종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를 한층 깊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료와 사육기간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분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는 소고기와 마찬가지로 등급에 따라 그 맛과 품질에 차이가 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세보’, ‘세보데깜뽀’, ‘베요타’ 등급으로 분류되며 ‘세보’ 등급의 경우 이베리코 흑돼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등급으로 사육기간은 10개월 이상 소요된다. ‘세보데깜뽀’ 등급의 경우엔 스페인 법규정상 10개월 간 비육된 이베리코 흑돼지를 2개월 간 방목하여 사육해야만 그 등급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14개월 이상 사육해야 하는 ‘베요타’ 등급은 ‘세보데깜뽀’ 등급의 흑돼지에 도토리를 추가로 먹여 사육해야만 그 등급을 인정받게 된다.
방목해서 기르면 맛의 균형감 좋아져 이베리코 흑돼지는 100% 순종 이베리코와 듀록 교배종으로 나누어지며, 곡물을 먹여 키우는 경우와 방목하여 키우는 경우로도 나눌 수 있다. 방목을 하여 키우게 되면, 비계에서 고소한 풍미가 올라오며 운동량이 많아 근육의 젖산율이 증가해 맛의 균형감이 한층 더 좋아지게 된다. 특히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베요타’ 등급의 경우, 일반 돼지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지니고 있으며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경계선상에 있는 맛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 사람들의 상당수는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를 선호한다. 이러한 소비자 성향에 맞춰 돼지고기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소고기의 식감을 경험하게끔 만드는 것이 이베리코 흑돼지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느끼한 맛 강해 삼겹살 상품화는 어려워 이베리코 흑돼지 부위 중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목살이다. 근내 지방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고 목살 특유의 풍미가 일품으로 꼽힌다. 단, 국내산 돼지고기와 다르게 근육보다는 지방이 더 발달해있고 느끼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삼겹살의 상품화는 어렵다. 늑골과 늑골 사이에 위치한 늑간살의 경우에는 소고기 갈빗살과 형태가 비슷하며 쫄깃한 식감이 매력이다. 이베리코 흑돼지를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바로 '도토리'다. 떡갈나무와 도토리나무숲에서 방목의 방식으로 키워지는 흑돼지들은 10월에서 3월까지 매일 10kg 정도의 도토리를 먹고 고품질의 돼지로 성장하게 된다. 때문에 근섬유가 섬세하고 육질의 보수성이 좋아 씹히는 맛이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청정지역에서 무항생제로 사육되기 때문에 레어로도 조리가 가능하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균일한 품질과 수급,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관건 3대 명품 돼지 키워드를 앞세워 돼지고기의 고품질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이베리코 흑돼지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다만 백돼지를 사육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며 흑돼지 한 마리당 1헥타르의 목초지가 필요하다. 또한 이베리코 흑돼지는 다른 품종에 비해 새끼를 적게 낳아 생산량이 적으므로 희소가치가 있다. 즉 사육을 하는데 있어 전문적인 시스템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품질이 균일하고 생산수급이 잘 이루어지는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정락 실장의 한 줄 Tip! 이베리코 흑돼지를 직화구이로 내려면 목살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구이의 굽기 정도는 본연의 식감과 부드러움을 살리기 위해 80% 정도만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상품화에 이용되는 부위가 많지 않으므로, 부위의 특징과 상품 활용을 다양하게 파악해 선택적인 구매를 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최정락 정육전문가, 선진미트 아카데미 실습강사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