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방에는 단풍이 깊게 물들었습니다. 뒤로는 화야산 앞으로는 곡달산이 늦가을을 정취를 불러 일으킵니다. 철쭉잎도 물이 들어갑니다. 그다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나름 자기 색깔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연산홍의 단풍든 잎 사이로 또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아 그렇군요. 꽃을 피웠습니다. 왜 이 시기 그러니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 겨울을 맞으려고 하는 이때에 왜 철쭉은 이렇게 꽃을 피우는 것일까요.
한두개가 아닙니다. 여기저기 꽃이 피어 있습니다. 단풍이 든 잎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화야산방에는 철쭉이 여러 종류 그리고 그 개체수도 꽤 많은 편이지만 이 철쭉 나무에만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꽃을 피우려면 영양분이 많이 공급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잎이 활동을 많이 해야 하지만 지금 잎은 단풍으로 변하면서 광합성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영양분이 꽃으로 공급되지 않을텐데 무슨 에너지로 이 철쭉은 꽃을 피우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철 모르는 나무 또는 철 잊는 나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이 꽃을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월을 앞서가는 나무... 세월에 저항하는 나무 나아가 시대를 선도하는 나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이 꽃이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벌써 철쭉꽃이 진지 5개월이 지났지만 다시 그 화려한 순간을 재현해 내려는 용기가 가상하지 않습니까. 세월을 모르는 좀 뒤떨어진 개체라는 말보다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적인 행동이라고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2022년 10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