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약도 없다고 하더니 저는 여직까지 '들러리'가 외래어인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찾아보니 들러리는 우리 말입니다. 제가 혼동한 것은 결혼식에서 신랑신부를 거드는 사람들을 들러리라고 하길래 그 말이 들어온 거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서양에서는 신부의 들러리를 'maid'라 하고, 신랑의 들러리는 'best man'이라고 한다.' 고 나와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들러리라는 말 자체가 외래어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말 부끄럽습니다.
우리말 사전에서 '들러리'를 찾아보니
「1」서양식 결혼식에서 신랑이나 신부를 식장으로 인도하고 거들어 주는 사람. 신랑에게는 남자가, 신부에게는 여자가 선다.
「2.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주체가 아닌 곁따르는 노릇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로 나와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어원은 나와 있지 않은데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니 "들르다(어느 집에 들르다)에 사람을 뜻하는 의존 명사 이가 붙어 들러리가 된 건데 그냥 잠깐 들르는 사람의 뜻이라고 합니다 . 이런 어원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건 맞습니다.
오늘 '아버지는 자녀와 어머니의 들러리다.' 라는 기사가 나와서 읽었더니, 아버지가 집에서 자녀교육에 관한한 들러리기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 방과후 생활, 학원생활 등 모든 건 다 어머니가 좌우하고 아이는 어머니와 상의해서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일찍 퇴근하면 애가 하교하는 시간에 애 데리러 학교에 가거나 학원 앞에 가는 게 전부라는 것입니다.
그 애를 키우고 먹이는 건 다 어머니가 하는 거 같지만 사실 보이지 않게 다 아버지가 하는 건데도 어머니나 자녀들 생각에 아버지는 들러리가 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학교 다닐 때 뿐이겠습니까?
아이가 결혼할 때도 아버지는 돈이나 대주는 들러리가 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딸이나 아들이 결혼할 때에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돈을 대주는 것과 상견례에 가서 얼굴 내미는 거, 결혼식날 식장에서 하객에게 인사하는 것 외는 무슨 권한이 있겠습니까?
이 땅의 아버지는 늘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