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선물받았다.
횡재가 뒤쫓아왔다.
감동이 스멀거렸다.
살면서 그런 날 있어 행복하려니.
인천 남동구에 사는 친정 큰언니가
정월대보름 나물과 오곡밥에 빈대떡을
많이 해놓았으니 점심 함께 하자신다.
줄 것이 많다고, 차를 갖고 오라신다.
세자매는 오후 1시에 만나기로 약속한다.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해 2시간 전에 출발,
인천 도착하니 약속시간 1시간 전이다.
인천대공원 호수공원을 어슬렁거렸다.
눈올 듯 흐린 하늘, 호수도 을씨년스럽다.
손도 뺨도 부는 바람에 웃음을 빼앗겼다.
'어휴, 춥다. 그만 돌아가자, 감기 들겠다.'
일찍 큰언니 집으로 가려 핸들을 잡았다.
그때 쌍둥언니의 전화, 집에 일이 생겨
3시나 돼야 올수 있다며 양해를 구한다.
젊었을 땐 이럴 경우 분노가 폭발한다.
나이 든 탓일까 시간을 벌었다는 안도감,
인천을 걸어볼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역시 난 누가 뭐래도 걸음꾼 산꾼이다!
자동차 트렁크엔 항시 등산화가 있다.
인천대공원 주변을 3시간쯤 걷기로한다.
애인광장, 인천대공원 안내 게시판들을
둘러보는데, 인천둘레길 안내소가 보인다.
안내소 문은 닫혔다. 점심시간? 코로나?
안내를 받지 못한채 인천 둘레길 화살표
따라 메타쉐콰이어길을 얼마간 걸었다.
인천종주 안내와 꼬리리본이 보이더니
관모산 가는길 안내도 함께 눈에 띈다.
길 걷는 이들에게 잠시 안내를 부탁했다.
인천 사람들은 어찌 그리도 친절할까.
3시간 정도로 다시 여기로 와야 한다면
종주나 둘레길보다는 인천대공원 안의
관모산 소래산을 다녀오라며 꼭 코치 같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관모산부터 오르고
다 내려와 인천대공원 후문 만의골에서
소래산 탐방로로 계단이 좀많은 편이지만
등산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추라 하신다.
162m의 관모산, 299m의 소래산은
높진않지만 가파른 경사들과 계단이 많다.
이틀전 한양도성 백악산 성곽길 걸으며
다소 무리했던 무릎 걱정으로 천천히
걸었음에도 너끈히 2산 등산이 가능했다.
바람이 심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모산 소래산엔 걷는 이들로 붐볐다.
관모산 가는 길에 편백나무 숲에서 쉬고
안내 따라 오르니 크게 벗어날 염려없다.
하산해 내려오는 계단의 폭이 좁은 데다
절벽처럼 급경사라서 난간을 꼭 잡았다.
다 내려와 인천대공원 후문으로 나가니
소래산입구 표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래터널, 소래대교, 소래산탐방로 표식이
길 잃지 않도록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소래산의 유래를 읽어보고, 경관 조망대와
정상석 인증 사진 후 내려오면서 산중턱
소래산의 마애보살입상 바위를 감상했다.
저리 무지막지한 바위를 섬세하게 파내고
다듬어 예술의 혼으로 승화시켜 놓다니!
관모산 소래산 외에도 거마산 상아산 등
높지않은 산들이 주루룩 이어짐을 보았다.
이곳에 산다면 내가 늘 불암산을 오르듯
작고 아기자기한 몇개의 산을 오르내리며
산과 대화하고 안아서 절친이 되었으리라.
그 길걷는 이 강추를 따름은 최상이었다.
우연이 낳은 횡재로 2개의 산을 다녀와
오곡밥에 나물들 빈대떡과 부럼을 먹으니
매실차까지, 땀흘린 뒤에 그맛이 감동이다.
세 자매들 오랜만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쌍둥언닌 미안해하지만, 그건 선물이었다.
친정큰언니가 듬뿍듬뿍 엄마처럼 싸주신
갖가지 음식들과 정성, 눈물행복 가득했다.
아파트 위 늦은 저녁이 걸린 하늘에선
보름달님이 힘을 내라 미소지어 주셨다.
편백나무 숲 바람은 향기를 날려준다
관모산 정상석은 아기처럼 귀엽다
소래산 정상은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하다
소래산 마애보살입상
다 내려오니 시계 3시 7분전이다.
친정 큰언니의 정월대보름 선물
정월대보름 달님이 환히 웃어주신다.
첫댓글 관모산과 소래산 다
올라본 산인데
소래산 마애불은 못봤네요.
친정자매님들과 보낸
대보름 즐거우셨죠~~
올 대보름은 잊혀지지
않으실 명절이되셨겠어요.
네. 이쁜수님.
고맙습니다.
친정 세자매가 예전에는
서울 관악산 청계산도 오르고
잘 어울려 다녔는데
지금은 명절 때나 돼야
간만에 만나게 되네요.
소래산 마애보살입상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중턱에
안내표식이 있어서
볼 수 있었지요.
@온화한여자 인천에 있는산들은
올라가보면 전망이 참좋더라구요.
연수둘레길 걸으며 산네개를
올랐던날도 있었고.(문학산.청량산.길마산.연경산) 계양산도 좋았었습니다.그러고 보니 인천에서 살지는 않아도 그곳 산들은 거의다 올라본듯해요.
소래산 마애불 보러 다시 가봐야 겠네요.ㅎ
@이쁜수 아니아니, 이쁜수님.
계양산은 들었지만
문학산 청량산도 있어요?
길마산 연경산 등
저도 일정을 계획해서
주루룩 다 올라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온화한여자 네 산길도 이뻐요.
계단길도 많지만요.ㅎ
그곳도 천마산이라고 하고 철마산이라고 하는 산도 있구요.중구봉도 있더라구요.
@이쁜수 정말 고맙습니다.
꼭 다시 인천의 산들을
이쁜수님 좋은 정보 생각하며 다녀오려 합니다.
대단하시네여! 언제 어디서든 준비 된~👍
관모산은 조금 생소하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인천대공원과 소래산까지^^
날씨도 풍경도 모델도 모두 멋지십니다!
네. 연천팸님.
산을 좋아하다보니
시간 틈새가 나면
언제든 오를 수 있게
등산화랑 마음 준비 돼있죠.
풍경에
모델까지 멋지다하시니
그저 고마워 웃지요.
백악산 오름에 무릎이 괜찮으신가요?
짜투리 시간에 관모산과 시흥의 진산인 소래산을 다녀오셨군요.
300m가 안 되는 산이지만 제법 가파른 산이지요.
세 자매 분들이 즐겁게 만나 좋은 시간 보내시고
정원 대보름 선물도 푸짐하게...
보름달을 보시며 행복한 날이셨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네, 가곡님.
많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틀 꼬박 쉬었더니
괜찮아졌어요.
우연이 낳은 시간의 선물
발걸음 좋아하니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소소한 행복에
살 맛이 난다고나 할까요.
세 자매 활짝 핀 웃음꽃을
대보름 달님도 아마 엄청시리
부러워 내려다보셨을 거에요.
대공원안쪽의 관모산과 만의골에서 쉽게 올라가는 한남정맥이자 인천대간의 두번째 높은산
소래산은 언제가도 좋지요.
소래산하산후 장수동 명물 은행나무 아래서 통키타 치며 부르는 노래를 하산후 한잔하며 들으면 피로가 다 가시지요.
먼걸음하셨네요.
그래도 반가운 자매들과의 시간에 설램을 안고
오셨을텐데 두곳의 산행까지 하셨으니 금상첨화네요.역곡역에서 시작하는 성주산,거마산,소래산을 함께하는 산행 안내도 기약해봅니다.
아. 아저씨님
역곡역에서 3개의 산을
차례로 오르는 산행을
아시는군요.
그렇잖아도 인천 가까운 곳에
사시니 전화로 의논해볼까도
생각했었지요.
우연이 생긴 시간의 짜투리
나름 알차게 잘 쓴 듯해서
혼자 뿌듯해했지요.
다음엔 차 갖고 오지 말고
전철편으로 한번 산행을
함께 해보기로 해요.
관모산,소래산을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줄기고 오셨네요. 경사가 심한산은 무릅관절에 무리가 있을텐데,수고 많으셨습니다.
세자매분의 우애가 각별 하신 만남이 행복한 대보름날 이였네요. 푸짐한 선물을 받으시구요.
늘 줄겁고 행복한 일만 되시길 기원 하겠습니다.
무릎 걱정 많이 해주신
전광석화님.
고맙습니다.
이틀 내내 충분히 쉬었더니
부드러워졌고 이젠 괜찮습니다.
정월대보름 달님을 바라보면서
세 자매의 우정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 탄탄한 여정을
살아가게 도와달라고
기도 드렸습니다.
덕담도 감사드려요.
전광석화님도 나서시는 발걸음에
활기와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역시~ 온화한여자님 세 자매분의 정월대보름 기념(?)하는 仁川 만남 날
인천 남동구의 관모산과 시흥시의 소래산 산행하신 모습을 즐겁게 감상
하고 갑니다. 예전에는 Daum Cafe 댓글의 글자수가 300자였을 때에는
뭐 좀 쓰려다 보면 금새 300字가 차 버려서... 이젠 2倍인 600자로 늘었
으니 느긋하게 댓글 달아 보렵니다. ㅋㅋ
온화한여자님 짬 내서 오르신 2개의 산 관모산과 소래산은 길동무팀에서
2년 전 여름에 10개 코스(15개의 한남정맥 산들) 종주했을 때 오르내렸던
곳이라 그 때의 추억을 소환하게 되는군요. 그런데, 서울둘레길 길동무팀
소속으로 인천녹색종주길 9개 코스를 同行했었고 학교 강의때문에 하루
빠졌는데 2020년 6월 30일 10코스 중 가장 많은 4개의 산이 포함되어 있는
제5코스를 부슬비 내리는 가운데 혼산했었지 뭡니까?
서울둘레길 길동무 카페(/송죽길) 拙後記를 링크 걸어 보는데 비회원도 가능할는지...
그 때에는 무모하게도 디카 사진 199장을 gif 동영상으로 묶어서 첨부했었군요.
https://cafe.daum.net/songjukgil/8lz7/85
온화한여자님 후기에 댓글 하나를 더 추가해 그 때를 追憶합니다.
인천대공원을 시작으로 ㄷ자로 한바퀴 도는 이 인천(녹색)종주길 제5코스에는
4개의 산(거마산 - 소래산 - 상아산 - 관모산 : 상아산과 관모산은 400m 거리를
두고 앉은 산이라 상아산 정상석 찍고 다시 내려와야 하더군요)을 두루 섭렵한
뒤에 인천대공원 습지공원으로 빠져 나와야 했습니다. 13.5㎞, 4시간 반 동안
혼자 걸었던 날의 기록을 되돌아 보게 해주신 온화한여자님, 참 고맙습니다.
댓글 하나만 더 추가합니다. 괜찮으시죠, 온화한여자 作家님?
*****
↑ 거마산, 상아산, 관모산은 인천시 남동구로 되어 있고
소래산(蘇萊山)만은 始興市 관할로 되어 있네요. 소래산 정상에는 인천광역시 남동구와 시흥시가 공유하고 있다는 깃발 2개가 펄럭이고 있던데... 마치 지리산 최고봉인 天王峰 정상석 뒤에는 원래" 嶺南人(경남 산청군 중산리 산1번지니까)의 기상 여기에서 발원하다."였다가 전남 구례 등 湖南人들이 반발하자 절충안으로 횟가루 칠한 다음, 현재는 "韓國人의 氣像, 여기에서 發源하다."로 고쳐 놨는데.
아. 앵베실님의 추억담
재밌게 봤습니다.
3번씩이나 댓글을 올려주실
만큼 옛생각이 물씬
떠오르셨다니
제가 오른 작은 두개의 산
관모산과 소래산 등산이
회상에 젖게 했군요.
제게 향해 주신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앵베실님이 열거해주신
너 댓개의 산들을 이어걸으며
주루룩 산세 풍경에 빠질
그날을 상상하며
다시 걸어보겠습니다.
최고이십니다 !!
아니아니.
최돈구님!
그 짧은 말로
찬사를!
짧을수록 함축의 미가
매력일진대
부끄럽지만
감사하게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