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행 부산에 가다
군대 동기생들이 제대 후 50년 만에
1박2일 짧지만 의미 있는 부산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참으로 감대무량 할 따름이다.
우리 동기생은 18명이며 경리 장교로 인연을 맺어
제대 후 사회에서도 같은 업무에 종사하면서
반백이 다 되도록 칡뿌리처럼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요사이는 분기마다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친구라 불러주었을 때
항상 곁에 있어 주었다.
처음 만날 때는 총각이었던 것이
어느새 머리는 반백이 되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만이
흘러간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동기생중 5명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
우리와 달리 하고 있으니 슬프도다.
이는 동기생의 거의 삼분의 일에 해당된다.
그러니 남아 있는 동기생들이 더욱 귀하고
그들의 건강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런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하니 어이 아니 기쁘랴.
그러잖아도 여행이란 어느 여행을 막론하고 즐거운 법인데
하물며 마음 맞는 군대 동기생들과 50년 만에 하는 여행
무엇으로 기쁨을 전하리오.
한 때는 우리도 花樣年華와 같은 즐거운 때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 때에 일부가 군대 시절도 포함되는 것 같다.
성현의 말을 덧칠 하자면
인생이란 문틈으로 드나들듯 짧고 (인생여과극 人生如過隙),
백년 세월도 손가락 한번 튀기는 사이에 지나가듯
(백년탄지과 百年彈指過) 짧다고 했는데
벌써 만난 지가 50년이 되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많은 세월은 흘러도 마음만은 처음 만날 때와 다름이 없고
아직도 대부분 현역에서 수처작주 하며
(隨處作主 -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처한 곳에서 주인이 되다)
젊은 이 못지않게 노익장을 과시 하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그걸 보면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익어가는 것인가 보다.
2016년 5월 18일(수요일) 9시 30분
6명이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에 사분이 몸을 싣다.
기차가 떠나기 전부터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니
설레고 추억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채 3시간도 지나지 않아 부산에 도착하니
부산에 있는 김정웅, 정영도 형이 차 한 대를 전세 내어
반가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5월의 부산 도처는 그야말로 어지러움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움이 산재되어 있다.
그 속에 우리 8명은 자연의 일부가 된 듯 편하다.
점심은 남부민동 남포식당 (051-254-8029)에서
복국과 한치회와 소주 한 잔으로 맛 기행이 시작된다.
눈으로 보는 관광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맛 기행 또한 빼어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가덕도로 가는 길 부산 신 항의 화물 이동 크레인이 줄로 늘어서
그 위용을 뽐내며 그 위로 5월의 따듯한 햇살이
물결 위에 부딪치며 은빛비늘처럼 반짝 반짝 빛난다.
지나가는 사이사이 아름다운 섬들이 눈을 현혹시킨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및 기록 전시관에 이르렀다.
관람객은 많지 않았고 생가는 어느 농가와 다름없었다.
차는 송정을 거처 일광으로 간다.
철 이른 송정 해수욕장 한산하다.
바닷가의 독특한 배리한 비릿 내가
우리가 해변에 와 있음을 알려준다.
내가 알기론 이맘때면
기장의 대변항 멸치털이가 한창일 것 같은데
구경을 못한 것이 아쉽다.
멸치를 털 때 어부들의 힘찬 구령에 맞추어
은빛 멸치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은
보는 이는 신기하고 낭만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부들의 고단한 일상의 삶의 노래다.
저녁은 기장군 일광에 있는 동백 횟집 (051-727-0391)에서
좀처럼 먹기 힘든 다는 참 가재미회로 부산을 느낀다.
재미가 좋을수록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기분은 업 된다.
이는 좋은 사람들과의 여행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빠름을 딸아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바쁘다.
走馬看山 식으로 둘러보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만 남는다.
다시 해운대에 돌아 와
베니케아 호텔((051-760-7000)에서 일박을 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해운대 해변 길을 걷는다.
이슬을 먹은 풀숲 마냥 아침은 촉촉하고 상쾌하다.
모래 사장위에 배구를 하는 사람, 개를 끌고 산책 나온 사람,
상쾌한 바람에 얼굴을 할퀴며 조깅하는 사람,
그 속에 나 또한 있다.
아침은 그렇게 무르익어 가고
태양은 따듯한 햇살을 대지 위에 뿌리며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5월의 상쾌한 아침 해변 길을 거니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으리.
달맞이 길을 돌아 나와
수영구 민락동의 콩나물 국밥집 새벽집(051-753-5821)에서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말아 먹는다.
다음 목적지 이기대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정영도 형이 이기대에 멋진 비밀 카페에서 차 한 잔 하자고 해
따라 나셨는데 알고 보니 자기 집이다.
아무도 눈치 못 챘고 빈손으로 방문하는 실례를 범했다.
정영도 형의 집은 오륙 도 SK View 아파트 10층이다.
전망이 끝내준다.
앞을 바라보니 오륙 도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앞에서 보기에는 섬이 겹쳐 2개로 보이나 옆에서 보면 6개란다.
섬과 섬 사이로 유람선이 한가히 풍경이나 된 듯 유유히 다닌다.
정영도 어 부인께서 타 주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왜 안 그러랴. 바리스타의 자격이 있다고 하니
정말 잘 마셨습니다.
오륙 도를 바라보는 정경이 너무 아름다워
남에게 보여 주지 않고 숨겨서 간직하고픈 욕심이
사르르 고개를 든다.
오륙 도는 방패 섬, 솔 섬이 한 섬으로 보이고
수리 섬, 송곳 섬, 굴 섬, 등대섬이 한 섬으로 보인다.
2012년 착공 2013년 10월에 개장한
하늘을 걷는 다리란 이름의 Sky Walk는
사진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조금 위로 보이는 해파랑 길 코스는
동생말 - 광안리 해수욕장- 누리마루 - 동백섬 - 해운대의
아름다움을 조망 할 수 있으며 그 끝은 미포에 이른다.
이곳에서 마음의 한 자락을 편다.
다음은 송도의 거북 섬으로 향한다.
먼저 漁夫와 人龍의 사랑이라는 동상이 우리를 반가이 맞이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공간인 거북이 알과 재복을 가져 다 준다는
다복이 와도 인사를 나눈다.
바닥을 유리로 깔아 놓아
투명하게 바닷물이 넘나드는 것을 볼 수 있는 데크 다리 끝에는
등대가 보이고
그 넘어 바다에는 숨 막히게 배들로 부두가 꽉 차 있다.
살고 싶다.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이 고장 부산에 살고 싶다.
점심을 위하여 자갈치 시장으로 간다.
부산 명물 횟집(051-245-7617)에 들렸다.
회가 골 때리게 맛이 있다.
이같이 거나한 회와 점심을 김정웅 형이 쐈다.
정영도 형은 여행 내내 우리들의 길나장이가 되었고
뜻 깊은 여행이 되게 해 주었으니
이 형들이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으리오.
정말 고맙습니다.
옛날에 꺼덕대던 개패교인 영도다리의 추억을 뒤로 하고
서울행 KTX에 몸을 싣다.
짧지만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느낀 것은
친구란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존재
(Friends have all things in common)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습니다.
우리 서로 건강도 챙기고 우정도 챙기는
그런 멋진 모임으로 거듭 나기를 간절히 기원 합니다.
그동안 이 여행을 추진하느라 애쓰신
박정규, 이융강 형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친구들 다시 만날 때 까지 안녕.
2016 5월 21일
첫댓글 비록 짧지만 군대 동기생 분들과 좋은 사간을 가지셨군요
축하 드립니다
여행 기행문 잘보갑니다
중간에 인생여과극
뜻깊은 말씀 귀담아 갑니다
늘 건강 하세요
인생 여과극
백년 탄지과
그 글귀 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