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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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양의 몇몇 나라들은 아직도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만 보고 그 나라를 '고려'라 부르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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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명목상 수도 한성에 다섯 개의 군영을 두고 6만의 병력을 자랑하고 있었으나,
그 병력들은 (예산 관계상 육군 예산을 잘라버려야 하기에) 곧 장부상의 숫자로만 남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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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년, 이 나라에는 새로운 왕이 즉위했다.
일족이 역모에 연좌되어 몰락한 후, 봉작도 받지 못한채 강화도에서 농사짓던 젊은 청년이 왕위에 올랐다.
마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던 하노버 선제후 게오르그가 영국 왕이 된 후 수상 정치가 시작되었듯이,
조정 안의 실권이 신하들에게 넘어가 정치는 지주 계급인 양반 사대부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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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농민들은 나름대로 잘 살기 위한 자구책을 열심히 강구하고 있었다.
국제시장에서 대책 없이 헐값에 팔리는 곡물 대신 전라북도의 농민들은 목면을 심어 가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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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동점의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도를 반 넘게 꿀꺽한 대영제국은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펀잡 전쟁을 선포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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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왕의 즉위에 따라 새로 치뤄진 선거에서 시파가 계속 정권을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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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예산 삭감으로 인하여 각지에서는 부패가 빈발하고 삼정의 문란은 더는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은 돈이 조금만 모이면 차관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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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그나마 논밭도 얼마 안 되는 처지에 가망 없는 곡물 농사를 중단하고 비단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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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의 전통적인 대학 - 성균관 - 에서는 실용적인 증기 기관을 개발하였다.
사서삼경을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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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년, 머나먼 만리타국 대영제국은 그 수도 런던에서 만국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청나라의 예부를 통해서 우리 조선에도 전갈이 왔다. 만국박람회에 출품하고 관을 열어 달라는 것이었다.
청나라가 아편 전쟁에 패하고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조선도 익히 알고 있었다.
조선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소중화의 모습을 서양 오랑캐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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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사는 그루지아를 쳤다. 불쌍한 그루지아...
한편 이 와중에 안 좋은 랜덤 이벤트들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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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년, 조선 사절단은 런던에 가서 조선물산관을 열었다. 조선에서 생산되고 있는 석탄, 철, 곡물, 면화, 비단, 재목 등을 전시했다. 다른 나라에는 흔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런던의 수정궁이며 그러한 것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것이었다.
조선물산관에 빨간 모자를 쓴 사나이가 찾아 왔다. 교황령의 추기경이었다.
추기경은 조선이 지난 기해년과 병오년에 카톨릭 신도들을 무참히 학살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병오박해때 참해진 조선인 신부 김대건을 시복하기 위하여 그 유해를 로마로 보내달라고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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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국인 청나라는 망국의 테크 트리를 착실히 밟기 시작했다.
망해 가는 이벤트들이 잇달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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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강남에서 태평천국을 칭하는 대규모 농민 반란까지 일어나자, 의주 부윤이 조정에 밀계를 올렸다.
이 기회를 틈타 선대왕들의 숙원 사업이던 북벌을 하자는 것이었다.
인조가 청나라에 완패해 삼전도에서 청 황제에게 무릎을 꿇은 이후, 북벌은 그 아들 효종, 현종대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왕이 일곱 명(숙종, 경종, 영조, 정조, 순조, 헌종, 철종)이나 더 바뀐 이 때, 이러한 주장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할 수 있으면 해보겠는데, 지금 우리도 예산 수지를 맞추느라 빠듯하기 때문에 병력이 없었다.
이 의견은 조정내에 팽창주의 여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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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갔던 사절단이 돌아 왔다.
이들은 서양에 대해서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조정에서는 서양에 사절단을 보내자는 의견,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이웃한 청일 양국이 서양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일단 알아보자는 의견, 오랑캐들보다 우리가 예에 앞서 있으니 괜찮다는 의견 등 갖가지 의견들이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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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큰 맘 먹고 큰 돈 써서 서구 열강에 보빙사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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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빙사는 먼저 홍콩으로 향한 후, 거기서 영국령 인도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지나 유럽으로 들어갔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알현한 후, 대서양을 기선을 타고 건너 워싱턴으로 향했다.
나폴레옹 3세와 빅토리아 여왕까지만 해도 머리에 왕관도 쓰고 있고, 복장도 뭔가 남들과는 달라 좋았지만,
미국은 그렇지가 않았다.
대통령인 밀러드 필모어만 해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정장 차림에 머리에 아무 것도 쓰고 있지 않아서
조선의 사신들은 대통령이 대접견실에 들어 왔음에도 알아채질 못했다.
뒤늦게 들어온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신들은 황송해 하면서 다투어 큰절을 올렸다.
미국 대통령, 국무장관 그리고 대접견실에 있던 기자들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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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마치고 보빙사 일행이 돌아 왔다.
이들은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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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닐라가 아니네요. 인구도 ㅎㄷㄷ 하고요
스토리모드스러운 느낌이 아주 좋네요
역습의 강화도령인가.
이 모드 뭐죠?! 재밌어보이네요
인구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대체역사물을 기반으로 스스로 만드신 듯한 스멜이.
인구가 ㄷㄷㄷㄷㄷㄷㄷ
선거라.... 뭔가 안어울리지 말입니다.
무슨 시나리오신지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