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고향가는 거대한 물결속에 포함되지 못했다.
바로 추석날 근무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같이 벌초를 했던 형님께 양해를 구하고
집에서 뒹글거리자니 잡생각이 나고 좀이 쑤셔서 견딜수가 없었다.
찾아갈 고향도 없고 만날 친척이나 친구도 없는 사람에겐 명절이
더 고달플수가 있다.
그래 이럴땐 산에 가자
집을 나설때 제법 빗방울이 굵직해져서
우비와 우산을 챙기고 광덕산에 홀로갔다.
산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빗방울이 점점 거세어 져갔다.
생수와 요깡(양갱)을 몇개사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비오는날도
등산하는 사람있냐고 물으니 제법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명절 전날이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산은 개미새끼 한마리 없고
어두컴컴하기 조차했다.
그래도 산에 오르기로 했다
어차피 인생은 홀로가는 것
육체가 힘들어야 정신이 맑아 진다는 진리를 새기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우비를 입고 한손엔 우산 한손엔 스틱
거추장스럽지만 쏟아지는 빗속에
홀로 산을 걷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정상을 앞두고 가파른 능선을 쉬염쉬염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렷다.
50대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이 우산을 바쳐들고 바쁘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 사람을 만난다는 것
혼자 산에 오르는 사람에겐 때로 인사가 실례일수가 있다.
저사람은 산을 무지 좋아하든지 아니면 나처럼 혼자이고 싶어
이시간에 산에 오르던지 일것이다.
그런생각을 하는 사이 그사람은 나를 앞지르고
산은 이제 정상까지 마지막 고비를 남겨놓고
더욱 가파라져서 한손에 우산을 들고 올라갈순 없었다.
비는 더욱 거세어졌지만 우산을 접고 한손에 스틱이 한손에 우산
이렇게 양지팡이를 잡고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올라갔다.
다시 깊은 산중에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아까 그사람이 벌써
정상등반을 마치고 후다닥 뛰다시피 산을 내려갔다.
무릎이 좋지 않은 나는 그렇게 뛰어가는 그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저렇게 급히 가려면 왜 산을 오를까 자위도 하였다.
드디어 정상 시야는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등산객 역시 한명도 없었다.
가져간 물과 양갱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하산을 하는데
이젠 비가 완전히 퍼붓듯이 쏟아졌다.
시간은 오후 6시를 넘었고 산속은 앞뒤를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 졌다.
나는 이런 어둠과 고요가 좋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 홀로 걸어가는 것
축복일수가 있다.
혼자서 산행을 다니시는 분들이 이해가 되었다.
장군바위에 도착하니 파라솔밑에 막걸리병이 나뒹글고
장사꾼은 일찍 오늘 장사를 마치고 내려간 모양이었다.
가파른 하산길 늦으면 어떠리.
비는 쫄딱맞앗지만 느긋하게 산을 내려오는데
뒤에서 큰소리가 들려왓다.
쳐다보니 왠 남자한명
나보다 더 늦은 시간에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구나
모르는 척하고 내길을 가는데
그사람과 나와의 간격이 좁혀지질 않는다.
혹시 뒤에서 나를 해꼬지하는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나를 경계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아보며
먼저 가시지요하고 인사를 건네니
오십전후의 인상좋게 생긴 그남자는
수고많으십니다 하고 그제서야 나를 후다닥 앞질러간다.
다시 혼자산에 남았고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산을 내려오니
오후 7시였다.
차를 몰아 집에 오니
아내는 당신 미치지 않았오
이 빗속에 산에 혼자가는 사람이 제정신 박힌 사람이냐고
한참을 궁시렁거린다.
여자들은 왜 중년의 남자가 혼자 산에 오르려는지
잘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윗글은 10여년전 추석풍경이다
올추석연휴 첫날 아내는 출근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미혼인 딸은 공기업 이직 준비중이다
추석이 되도 찾아갈 고향도
만나야 할 친척도 없는 나에게 추석연휴는
갈곳없는 나그네에게 주어진 여분의 날들이다
예전처럼 체력이 좋으면 빗속을 뚫고 홀로 산에 오르겠지만
이제는 그런 체력도 열정도 없다
비가 조금 잦아지면 현충사 은행나무길이나
신정호를 걸어야 겠다
추신> 신정호나 걸으려다 힘을내어 아산강당골에서 광덕산에 올라갔는데
처음엔 비가 좀 오다가 날이 개어서 정상까지 거의 혼자 호젓하게 걸었다
정상에는 천안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꽤있었고 아산 이마당약수터쪽으로
내려오니 쥐밤이라 불리는 작은 산밤들이 길위에 잔뜩있었다
배낭에 담다보니 시간이 늦어 마나님한테 잔뜩 혼나고 함께 마트에 들러 집으로 돌아왔다
첫댓글 나이 드시니 외롭고 고독한건 여자나 남자나 똑 같습니다
춤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그곳은 나이 먹은 사람들에 천국 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몸치에 가깝고 홀로 다니는걸 좋아합니다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
한동안 추석명절때면 반려견과 동네 뒷산을
다니기도했고, 학생때는 자취방에서 고독을
음미하기도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이제는 가족들이 있지만 그래도 고독이라는
느낌은 마음속에 늘 잠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추석날 출근인데 그날 커피 한잔 마시며
홀로 산에가는 남자들을 소재로 시(詩) 한수
써봐야겠습니다.
적토마님 반갑습니다
남자는 장가들고 나이가 들어도 늘 외로운것 같습니다
이럴땐 혼자 산에 올라가면 아주 좋습니다
추석날 근무하시며 멋진시 한수 써서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읽기만해도 무섭구만
다시는 그러지 마셔요ㅎ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요
강마을님 반갑습니다
비오는 저녁 홀로 깊은 산속을 걷다가
낮선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보다는 섬뜩합니다.
아마 그남자도 같은 기분이었을겁니다
그래도 홀로 어둠속에 산행하는 묘미는
떨칠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
찾아갈
고향은 있지만
오랫동안
못가고 있습니다
이젠
가물가물 합니다
매방산님 반갑습니다
고향이 소백산기슭이라고
하셨던게 기억납니다
타향생활을 하다보니 고향에
찾아가기가 어려우신가 봅니다
저는 살살 걷습니다 무릎이 안좋아서 그래도 그렇게 걷고 나면 산님 말씀처럼 머리와 몸이 맑아집니다 그산님 행복한 추석 되세요~
운선작가님 반갑습니다
몸이 찌뿌드드하거나 머리가 아프면
가까운곳이라도 걷는게 몸건강 정신건강에
좋은것 같습니다
운선작가님도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
여자들은 왜 중년의 남자가
혼자 산에 오르려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긴
관악산 가면 북적북적
그만큼 몸과 맘 갈 곳 없는...
향적님 반갑습니다
제 마눌을 비롯하여 여자들은
나이든 남편이 왜 홀로 산에 오르는지
모르는것 같습니다
관악산도 홀로 산에 오르는 남자들이
많은가 봅니다 ~~
여자들은 모르지
남자가 왜 비가 오는 데 산을 오르내리는지.......
노랫말 같습니다.
광덕산 하면 우리 고향 천안쪽에 있어서 말만 들어도 친근감이 갑니다.
박시인님 반갑습니다
여자들은 남편이 마눌을 집에 남겨두고
홀로 산에 오르는 이유를 정말 모르는것 같습니다
광덕산은 천안보다는 아산에서 맑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게
운치도 있고 덜 가파릅니다
우중산행 이지만
나름대로의 운취있는
산행이었겠어요
비를 맞으며 그산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전 한여름의 우중산행을
좋아합니다
산행중 몸이 뜨거운 가운데
비를 맞으면 오히려 힐링이
됩니다
우중산행 참 잘하셨어요
선선한 가을날의 우중산행은
피하셔요
잘못하면 몸살납니다
오늘 관악산 흰뫼릿지 선약이
있었는데 많은비 예보로
집에서 쉼 ~~합니다
쉬면서 간만에 식빵도
만들고 콩나물밥도 해서
먹었습니다
풍요로운 한가위 맞이허셔요
칼라풀님 반갑습니다
올라갈때는 저길 어떻게 올라갈까 하는 생각뿐이지요
그래서 무념무상 마음이 정화됩니다
내려올땐 계곡물소리들으며 옛생각도 하고 걷다보면
어느새 다내려오지요. 관악산 릿지가려다 비예보로
집에서 쉬며 맛있는 요리도 만드셨군요
저는 오랜만에 광덕산에 홀로 올랐다가 톼근하는 마나님 태우고
장보고 집에 돌아왔자요
칼라풀님도 멋진 남편분하고 행복한 추석되세요^^!
그산님..특별한 산행을 하셨습니다.
사실 인적없는 곳에서 사람을 만나면 긴장이 되죠.
우군인지 적군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 세상..
위험해 보이지만
나름 소기의 목적 달성했으니 잘하셨습니다.
가을이오면님 반갑습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홀로 산행을 잘다닙니다
비는오고 날은 저무는데 깊은 산중에서 사람을 만나면
경계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우중 산행을 했는데
산에 오르니 날이 활짝 개었고 하산시에는 밤도 많이 줍고
예전에 함께 산행했던 산우생각도 났습니다
긴머리소녀 올려드립니다
https://youtu.be/m_ZC-kmGMD8?si=enHbstbc6R1PYA_p
PLAY
제 고향이야기에 반갑습니다~~
우중에 나홀로 산행 전 두려운 생각만 듭니다만 즐기셨다니 다행이네요~~
작년에는 고향뒷산에서 산밤도 많이 주웠는데 올해엔 때맞춰 갈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넵 반갑습니다
광덕산은 차령산맥의 주봉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깊어
숲도 울창하고 계곡물도 항상 풍부합니다
저희집뒤 월봉산도 밤나무가 많아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게 줏어담아 가더군요
동네 야산은 거의 다 따갔을테고 높은산은 지금이 제일 많이 열렸을겁니다
산에 좋은 향기 , 냄새 ~~여기 까지 오네요
네 산에 가면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냄새가 느껴집니다^^
비오는 날 우중산행을 해 보았지만
홀로 산행은 아직입니다
그 것도 운치있을 거 같네요
추석명절 잘 쇠시길 빕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
넵 감사합니다
어제도 광덕산에 홀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하산후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홀로 잘다닙니다 청솔선배님도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산님의 담력 또한 든든합니다, 하하
안부인께서 걱정하심은 당연지사(當然之事)고요.
돌이켜 보면 이세상에 그래도 걱정해주는 사람은
바로 옆지기 아니겠습니까...
허니, 미우나 고우나 역시나 짝꿍이 제일 입지요.
오늘 집에 가실떄 안부인께서 즐겨하는 맛난 거래도
사가지고 점수 좀 따는 하루 되시라고
첫번쨰 추천(推薦) 드립니다., ^&^
삼족오님 반갑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아내가 제일 고맙고 사랑스런 사람입니다
지난주 부모님 산소 미리 성묘다녀오고
추석연휴를 맞아 어제는 안면도 오늘은 선운사 내일은 강원도
아내와 여행다닙니다. 좋은 말씀감사드리며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
명절이면 더 외로워 지시는 분들이 있지요
허전할때
산행이 주는 즐거움이 커겠지요
인제는 우중에는. 산행 하시지 마셔요
산길이. 미끄럽잔아요
넵 감사합니다
홀로 산에 다니기를 워낙 좋아합니다
어제는 아내와 안면도에
오늘은 선운사에 다녀왔고
내일은 어디갈까 생각중입니다
남은 추석연휴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