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
시골 농가주택에 당도하니
근간 비가 내려 그런지 무성해진 앞마당 잡초가 눈에 보인다.
내리는 비는
농작물뿐만아니라 잡초에게도 생명수가 되었나?
비만 내리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잡초들..동식물 세상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인데..
그런 세상에.. 생명력 끈질긴 인간이나 잡초나 곤충은 역시 적자요 강자라는 생각이다.
끝 안보이던 잡초 제거작업을 한나절 하고 ..
땀 범벅인 육신 지하수로 등멱을 한 후
늘 그랬듯 안방으로 들어갔다.
텅 빈 안방..
벽면에는 부모님 사진..괘종시계가 걸려 있고...
아버지 교직 떠나며 기념으로 입적한 반백년 연륜의 괘종시계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부모님께 반가움의 인사 드린 후
잠자는 괘종시계 태엽을 감는다.
사진을 바라보며
부모님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잠자는 시계 태엽을 감고..
세상천지 부러울게 없는 평온한 시간...
생전의 아버지는
불효자식이었던 나와 자주 충돌했다.
형제들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주장이 강한 나와 투지 넘치는 아버지..
때로는 그런 아버지가 내게는 적처럼 보일 때도 있었는데...
하지만..
그런 아버지도 자애롭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으니..
이를테면 이웃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때라든가..괘종시계 밥을 주실 때 모습이 그랬다.
따르륵~따르륵~태엽을 감으며 아버지는 늘 이리 셈을 세듯 혼자말을 하셨는데..
"하나..두울..세엣..네엣.......이제 다 됐구나....."
그후..
세월이 흐르고,,
내가 어른이 되고..아버지 세상을 떠나시고..
이제야 아버지의 대부분을 이해하며 사랑하게된 나..
지금 괘종시계 태엽을 감는 나도
부지불식간 생전 아버지 하시던 말씀 따라 하는 초로의 아들이 되었다.
"따르륵~따르륵~~하나..두울..세엣..네엣.......이제 다됐나?..하하하..."
*
시골 빈집..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하지만..부모형제와 나의 체온이 남아 있고..
시계 부랄이 똑딱똑딱 살아 움직이는 이곳은...
왠지 아쉽지만..그래도 이곳은 행복한 공간입니다!
첫댓글 아버지가 쓰시던 괘종시계가 아직 고향옛집에 남아있군요
우리집에도 마루에 검은색 키큰 괘종시계가 있었고 시계태엽은 거의 제가 감았었죠.
하도 이사를 자주해 어느날 그 괘종시계는 우리집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비슷한 사연이 있는 미국민요 할아버지의 옛날시계 올려 드립니다
https://youtu.be/Uu1xj5yYJn8?si=2naIga8hhtRiyrrK
PLAY
이곡은 저도 아는 곡이고 좋아하는 곡이라
전에 다음에서 한곡당 900원인가에 판매할때 구입해
제글 배경음악으로 가끔 사용했었지요..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음악 판매시스템이 일방적으로 중단되고
구입한 곡들 무용지물이 되었는데..
그산님 덕분에 오늘 감상도하고..곡에 대한 유래는 몰랐는데 그 이야기도 듣는군요.
남택상님의 피아노 연주로 들어도 참 좋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헨리 클레이 워크는 영국에 있었을 당시 영국의 요크셔 피어스브리지에 있는 조지호텔에서 숙박했다. 그곳 로비에는 벽에 기대어 세워 둔 낡은 시계가 있었다.
워크는 고장난 시계로 인해 피해를 보고는 종업원에게 따지게 된다. 그러자 그 시계에는 사연이 있음을 그 종업원이 조용히 얘기해준다.
옛날에 이 호텔은 젠킨스 형제라는 이들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두 형제는 매우 우애가 두터워 주변에서도 유명했다고 한다. 그 형제 중 형이었던 할아버지는 태어날 때 시계를 선물로 받았는데,
형제는 그 시계를 애지중지하며 일생 동안 소중히 하였다. 후일 동생이 세상을 뜨게 되자, 그 뒤 시계의 시간이 잘 맞지 않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기술자를 불러 그걸 고치려 하지만, 시계는 제대로 가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이윽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할아버지가 세상을 뜬 날 밤 시계도 멈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이 호텔을 인수한 사람이 그 사연을 알게 되어 젠킨스 형제를
추모하기 위해 로비에다가 고장난 시계를 계속 놔두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밤이든 새벽이든 그 시간 숫자만큼 뗑 땡 뗑 뗑
12시가 되면 힘들어할 것 같던 괘종시계
부모님의 괘종시계 ㅡ
아직도 고향에 있다하니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예..참 좋습니다.
가끔 고향집에 가면 제가 태엽도 감아주고
주변 잡초도 뽑고..그리합니다..ㅎ
태엽만 감아주면 어김없이 시각을 알려주던 괘종시계
저도 기억합니다.
벽에 걸린 걸 이사하느라 내리다가 떨어뜨려 박살이 나서
미련없이 버릴 때
돌아서서 혀를 차시던
시아버님 마음을 이제야
짐작하는 미련한 며느리입니다.
뎅뎅뎅 소리와
차르륵차르륵 소리.
아름다운 시절이었지요.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평소
쌔미님과의 오랜인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생각했는데..ㅎ
추석 지나고 이리 만나니 참 좋습니다.
그때는 아이들 장래 이야기도 나누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군요
아무튼
이번 추석에 그 결실로 큰 웃음꽃 피지 않았을까~~이런 생각해봅니다.
지난 십년 뵙지 못했지만..아무래도 한번은 차한잔 하게 되겠죠?~~^^
그리고보니 따르륵따르륵 보다는 자르륵 자르륵이 더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예리하십니다..ㅎ
네~~시골에 땡 땡~~울리는 시계 그립습니다.
그립지요?
고향과 부모형제..그리고 친구들을 잊으면 안됩니다.
부모님 사시던 집을 아직고 관리하고 계시나보네요 우린 4년전에 시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빈집으로 있는데 몇년 있으면 폐가가 될것 같네요 내놔도 팔리지도 않고 참 걱정 이네요 집은요 사람 훈기가 있어야 사람 사는집 같더군요 나 밤에 어머니집 혼자 가라하면못갈것 같아요 어쩐지 좀 그렇던데요
그렇습니다.
사람이 안살게 되면 집은 쉽게 허물어지나 봅니다.
고향의 옛집은 늘 마음에 따뜻한 훈기기 불어넣어 줍니다.
아버님을 추억하시군요
집도 그대로 두시고 관리도 하시고 가을님 마음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예..그렇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고향의 빈집..
그 집이 있기에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이 살아숨쉬는군요.
운선님..따끈따끈한 추석 그래도 잘 지내셨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