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미항이다”
시내버스의 광고판에 붙어있는 문구가 여수를 상징하는 것 같다.
여수시는 유, 무인도를 합쳐 31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등산객들에게 봄에는 진달래로 유명한 영취산이 있다.
낚시꾼들에게는 청정해역인 금오도 등에서 바다낚시로 인기가 높지만.
등산객이나 낚시꾼보다도 여수를 더 사랑하며 찾는 사람은 불자이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向日庵(향일암)은 비단 불자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인산인해다.
필자는 믿음은 약하지만 향일암에 한 번 참배를 한다는 계획은 오래 전부터 생각을 하였지
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지기만 했다.
산꾼이 산에는 안 가고 절에만 간다는 것은 어쩐지 시간이 아까워 산행 후에 참배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향일암은 봉황산에서 금오산으로 산행 후 하산 길에 있다.
꽃샘바람이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3월, 봄은 봄이지만 아직 남녘의 꽃소식은 조금
이른 것 같다.
부산에서 산악회를 따라 관광버스로 여수시 돌산도의 죽포마을에 도착하니 11시 20분, 죽포
마을의 당산나무격인 천년된 느티나무 앞에서 들머리로 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51명이 모여 각자 인사를 하고는 바로 460.3미터의 鳳凰山(봉황산)으로 오른다.
봉황산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봉황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야트막한 동네의 뒷산 모습이지만 바다에 둘러싸인 섬 산행이라 쪽빛바다를 보면서 걷기 때
문에 지루하지는 않다.
1시간 만에 정상에 서니 등산로는 정비를 하여 오르기는 편했지만 표지석이 없어 서운하다.
요즘은 지방자치제가 잘 되어 있어 대부분의 산은 다 정상석이 있는 데……
정상을 지나 임도에서 점심을 먹으니 아내와 같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산 근교산이면 같이 다니는 데 멀어서 혼자 온 게 아쉬움만 남는다.
임도, 정확한 명칭은 산림도로이지만 어느 산을 가나 대부분이 관리가 부실하여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산불방지 등을 위하여 자연을 파괴하면서 도로를 만들었으면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
리를 잘 해야 등산객이나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욕을 안 얻어먹을 수가 있다.
식사를 끝내고 몬당휴게소가 있는 율림치에 도착하니 금오산을 오르기 위한 승용차가 주차장
에 빽빽하다.
가벼운 산행 후에 향일암에 참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서 금오산으로 오르면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걷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향일암지구 사무소 주차장에서 바로 향일암으
로 가면 20여 분이면 되고……
몬당휴게소, 참으로 듣기 좋은 정다운 말이다.
몬당은 고갯마루라는 사투리로 이 지역뿐만 아니라 경상도에도 쓰는 말이다.
금오산에 올라 바위전망대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니 남녘의 봄바람이 바다 냄
새와 어우러져 향긋하다.
진달래가 한두 송이 핀 것을 보면 이내 화신이 남녘에서 북상하면서 등산객들을 유혹할 것
같다.
金鰲山(금오산)의 정상은 323미터의 봉우리인데, 정상석은 향일암이 있는 봉우리의 247미터
에 세워져 있으니 하루빨리 바로잡아 주었으면 한다.
향일암이 너무 유명한 암자라서 뒤쪽에 세웠을까?
여수 산악인들은 큰 금오산, 작은 금오산이라고 하지만 정상 표지석은 지도상에 따라 바로
세워져야 한다.
큰 금오산을 지나 작은 금오산으로 가는 길에는 바다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와 섬 산행의 운
치를 느끼게 한다.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는 바위가 거북무늬라 왜 금오산이 되었는지 알 수가 있다.
금오산은 풍수지리상 바다로 들어가는 거북의 형상으로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가 거북 등이
고, 주차장이 있는 곳이 머리에 해당하여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물로 빠져드는 형국을
하고 있다.
거북의 오른발은 바다에 담근 상태로 왼발을 들어서 바다로 들어가려는 거북 등엔 향일암이
앉아있는 것이다.
정상석을 뒤로 하고 철계단과 밧줄을 이용하여 하산하면 바로 향일암이다.
향일암은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
음도량의 하나이다.
신라 선덕여왕 13년(64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할 당시에는 원통암이었으나, 이후 금오암, 영
구암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41년(1715년)때 인묵대사가 일출의 찬란함을 보고 향일암으로
불러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향일암이라는 편액은 없고, 대웅전 옆의 조그만 전각에 경봉 스님이
쓴 靈龜庵(영구암)만 있을 뿐이다.
산이름도 큰바다거북 오자를 써서 금오산이고, 암자이름도 거북의 영이 서려있는 곳이라 하
여 영구암이니 거북의 전설이 신비롭다.
향일암에서 경관의 백미는 단연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이다.
대웅전에 참배를 하고는 대웅전 왼쪽 옆에 “원효 스님 기도도량 관음전 가는 길”이란 팻말
을 따라 바위굴을 지나 올라가면 나온다.
관음전에서 보는 해돋이는 단연 최고이다.
동백꽃을 보는 맛도, 향일암에서 뺄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오늘에서야 향일암에 참배를 한 것이 후회가 될 만큼 산행 후의 관광에 만족을 느낀 것은 드
문 일이다.
일주문 역할을 하는 바위틈의 해탈문을 나오면서 이름만큼이나 전망도 좋은 암자에서 하룻밤
이나마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싶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산악회에서 하산 주와 국수를 준비하여 맛있게 먹고는, 하루 산행을 마무
리한다.
봉황산, 금오산은 산행보다는 향일암 참배가 더 비중이 큰 여행이다.
관광버스에 오르니 향일암의 참배 흥분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산악회에서 오동도 동백꽃축제
가 오늘로써 끝이라며 관광을 갈 예정이라고 한다.
산행 후의 관광은 항상 덤이다.
오동도를 한바퀴 돌면서 구경을 하고는 자산공원에 오르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오
늘도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왜군의 침략을 경비하는 것 같다.
충무공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에 서애 유성룡 선생의 천거로 전라 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하여 거북선을 만들며 왜군의 침입을 대비하며 전쟁준비를 하였다고 하니 그의 탁월한
선견지명을 오늘의 위정자들은 배울 수가 없을까.
여수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돌산 갓김치, 돌산의 비옥한 토양과 해풍 때문에 타 지역
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필자는 매운 것을 싫어하여 갓김치의 맛이 어떠한지 몰라 한 번 먹고 싶었지만 붉은 고춧가
루를 보고는 그만 구입을 망설여지게 한다.
매운 고춧가루 대신에 안 매운 고춧가루로 담그면 우리 집에도 왔을 텐데……
남도의 바다를 여수에서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큰 섬인 돌산도와 오동도에서 동백꽃을 보면서.
첫댓글 영취산 진달래 구경은 바람꽃 님이 올린 사진을 보면 황홀하다 못해 기절할 것 같이 눈부시니 한 번 가보도록......야산이라 산행은 어려움이 없고......
항상 좋은곳만 다니는 상규가 부럽네 .. 그리구 "테네시 월츠"의 정겨움까지 듬뿍 안겨줘서 고마워 ^^
2월달에 바다에서 방생하고 향일암 참배하고 갓김치도 사왔는데..매운것 싷어해도 한번 먹어보고 집에 사다 주면 마눌님 한테 더 사랑 받을텐데 그쪽에 토속 음식이라 맛이 있든데..에구 ㅎㅎㅎ
지난 여름 모처럼 기회를 잡아 이곳의 운치에 취해 보고파 1박 2일의 여정으로 방문하여 가볍게 일행과 한잔을 기울이고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일정은 취소할 수 없어 우산과 우의로 무장한 우리들의 모습은 하늘이 주신 기회를 놓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