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시지요? 추현호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많은 분들이 보셨는지도 모르겠으나 조선일보의 이메일클럽으로부터 뽑은 내용입니다.
가끔 이런식으로 도움이 될만한 글을 올리는데 정말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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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부 박내선입니다. 저는 산업부 내에서 출입처가
독특한 기자로 통합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IT(정보기술)와
화장품 분야를 함께 취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아닌 산업부 기자로서 화장품을 취재하다 보니,
화장품 산업이 IT 산업 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장품 산업이야말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고, 나노·바이오
테크놀러지가 결합된 하이테크 산업이며, 끝없는 설립과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벤처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뷰티·패션 일간지 WWD(Women’s Wear Daily)가 발표한
‘세계 100대 화장품기업’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WWD는 화장품
업계에서 매우 권위를 자랑하는 일간지로, 매년 9월 이 신문이 발표하는
자료는 여러 기업과 컨설팅회사가 분석 도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주 WWD의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로레알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독자들로부터 WWD의
순위에 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는 문의를 받았습니다.
일일이 답장 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리고, 이 자리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WWD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각 화장품 기업(정확히 말하면 화장품
그룹입니다)의 매출과 화장품 분야 애널리스트들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화장품 순위이기 때문에 비누·면도기·치약·세제·영양제·비타민
등의 생활용품은 계산에 빠졌습니다. 화장품·향수·헤어·보디제품·썬크림·슬리밍제품·데오도란트·면도제품의
판매량만으로 순위가 매겨진 것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 세계 1위 화장품 회사는 프랑스의 로레알그룹, 2위는
미국의 프록터&갬블(P&G), 3위는 영국·네덜란드의 합작사인 유니레버가
차지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4위가 일본 시세이도, 5위가 미국 에스티로더라는
결과에는 수긍을 하면서 1~3위에는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로레알은 ‘난 소중하니까요’ 광고로 유명한
염색약으로 알려져있고, P&G와 유니레버는 비누·샴푸 회사로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로레알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화장품
그룹의 이름입니다. 고소영이 ‘난 소중하니까요’라고 외치는 것은
로레알이라는 회사가 아니라 ‘로레알 파리’라는 브랜드입니다.
로레알은 로레알파리, 메이블린, 랑콤, 헬레나루빈스타인, 비오템,
랄프로렌 향수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로레알이 태평양이라면
랑콤은 헤라, 메이블린은 라네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5위를 차지한 에스티로더도 에스티로더를 포함, 클리니크,
바비브라운, 맥, 오리진스, 스틸라, 아라미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화장품 그룹입니다. 두 회사의 보유 브랜드를 적다 보니, 우리나라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은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그룹이 양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다면 P&G와 유니레버는 어떨까요. P&G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발라봤을 ‘올드 스파이스’ 화장품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고가 화장품인 SKⅡ, 휴고보스·라코스테 향수, 색조화장품 커버걸
등이 P&G에서 나옵니다. P&G의 화장품 사업부는 헬무트랭, 요지 야마모토
등 유명 디자이너의 향수를 많이 갖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유니레버는 도브·럭스·폰즈·바셀린·선실크 등의 헤어·보디제품과
캘빈클라인·노티카·발렌티노 등의 향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 글을 읽으시며 ‘아, 이 브랜드가 이 회사 거였어?’라며
무릎을 탁 치셨을 겁니다. 대형 화장품 회사들은 회사보다 브랜드를
앞세우고, 어떤 경우 브랜드와 회사를 연결시키지 않으려 하기도
합니다. 큰 화장품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해 자기 브랜드로 만들더라도,
그 회사의 색깔과 브랜드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시킵니다.
로레알·P&G·유니레버·에스티로더가 모두 덩치를 키운 것도 훌륭한
화장품 회사를 사들여 잘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일단
화장품회사를 만들어 어느 정도 키워놓은 후, 대기업에 파는 게 관례처럼
돼 있습니다. 특히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화장품 회사를 차려 특유의
색 감각과 연예인 고객들을 동원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후 대기업에
파는 게 한 때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에스티로더 그룹이 인수한 스틸라·바비브라운
모두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름입니다.
로레알 계열의 키엘이나 P&G 계열의 SKⅡ처럼 일부 계층에서만 쓰는
고급 기초 화장품도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입니다. 이미 고정
고객을 확보했으니, 거기다 연구·개발(R&D)만 지원하면 더 비싼
화장품을 만들어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요? 언론보도에서도 많이 소개됐지만,
우리나라는 기초화장품 세계 5대, 색조 화장품 세계 10대 소비 국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비에 비해 생산은 아직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생산 실적은 로레알 1년 매출의 4분의 1에 불과합니다. 태평양이
올해 27위에 오르고, LG생활건강이 36위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요즘 국내 회사들도 브랜드 키우기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지만, 몇
년전만 해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없애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우리는 최근 태평양이 롤리타 렘피카, 카스텔 바작 등의 향수를 ‘태평양이라는
회사를 숨기고’ 판매해 세계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던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장품은 이미지를 파는 산업입니다. 이 브랜드, 저 브랜드가 짬뽕이
된 회사를 만들어서는 결코 세계 10대 화장품기업에 들 수 없습니다.
헤라가 랑콤과, 이자녹스가 에스티로더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박내선드림 nsun@chosun.com
◇세계 30대 화장품 기업 순위(자료:WWD)
1. L’OREAL GROUP
2. PROCTER & GAMBLE
3. UNILEVER PLC
4. SHISEIDO CO. LTD.
5. THE ESTEE LOUDER COMPANIES INC.
6. AVON PRODUCTS INC.
7. JOHNSON & JOHNSON
8. BEIERSDORF AG
9. WELLA AG
10. ALBERTO. CULVER CO.
11. KAO CORP.
12. LIMITED BRANDS
13. KANEBO LTD.
14. COLGATE. PALMOLIVE
15. LVMH MOET HENNESSY LOUIS VUITTON
16. HENKEL KGAA
17. THE BOOTS COMPANY PLC
18. COTY INC.
19. REVLON INC.
MARY KAY INC.
21. YVES ROCHER
22. KOSE CORP.
23. ALTICOR INC.
24. SARA LEE CORP.
25. CHANEL
26. GILLETTE CO.
27. AMOREPACIFIC CORP.
28. PUIG BEAUTY & FASHION GROUP
29. GROUPE CLARINS
30. ELIZABETH 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