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탄핵 정국의 어수선함 속에서 정치판의 언어가 드세지고 거칠어졌습니다.
요즘 미디어에서 '직격탄을 날리다'라는 표현을 부쩍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쟁, 전투, 폭력을 연상케 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과장된 표현을
정치인과 언론이 앞장서서 썼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직격탄-글자 그대로 날아가는 폭탄입니다.
뭔가를 날리려 하면 거리(距離)와 동선(動線)이 확보돼야 하고,
어느 정도의 고도(高度)가 필요핮ㅂ니다. 곡사포가 아니고, 똑바로 난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직격탄(直擊彈)을 '쏘는' 게 아니고 '날린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모름지기 사람한테 사람이 입으로 말하는 데 무슨 폭탄을 날리고 퍼붓고 한단 말입니까?
더구나 올바른 언어생활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언론이 말입니다.
그냥 '정면 대응하다', 혹은 '직설(直說)을 던진다' 정도면 충분했지 않았을까요?
또한 온통 '깜' 세상이 되었습니다.
경음(硬音·된소리)이 남발된다는 건 세태가 각박하다는 징후일 것입니다.
대표적 오류가 '감쪽같다'를 '깜쪽같다'로 잘못 사용하는 것인데요.
맛있는 과일인 '감의 한쪽'은 얼마나 달콤한가요?
그래서 빨리 없어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 '감쪽같다'입니다.
발음도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요.
'감'은 [감:]이라고 길게 소리 나는 데 비해, '감쪽같다'는 [감쪼까따]로 짧게 납니다.
원래 의미에서 멀리 떠나와 버렸기 때문이지요.
깜깜무소식? 틀리진 않지만, 웬만한 건 '감감무소식'이라고 해야 순하고 근사하게 들립니다.
앞길이 깜깜하다? 그보다는 '캄캄하다'가 듣기에 더 낫습니다.
'간보기'-여론을 재보는 정치인들의 행태 따위를 언론에서 자주 이렇게 표현하곤 하는데요.
그러나 '간보기'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꼭 쓰고자 한다면 띄어서 '간(을) 보기'라고 해야 합니다.
더불어 의미도 잘 따져보면 결이 사뭇 다른데요.
음식을 하며 간을 보는 행위는 정성이며 수고라 할 수 있지요.
그 순정한 행위를 왜 깎아내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떠보다' 혹은 '가늠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깐보기'가 있기는 합니다.
'간 보기'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깐보기'를 '간 보기'로 착각하고 있는 걸까요?
마음이 밝고 맑은 사람은 언제나 바른 말 고운 말을 즐겨 사용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