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굴 안.
그곳은 화산파에서 멀지 않은 산에 있는 천연동굴이었다.
쓰윽... 쓱!
짧은 나뭇가지를 쥔 손이 동굴 바닥에 계속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의 머리는 물론 어깨의 옷자락 위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였다.
단몽경이었다.
그는 벌써 칠 일 간이나 꼼짝 않고 그곳에서 옥함별부를 침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철혈골(鐵血骨)이라 부르는 전통적인 녹림인의 기질을 갖고 있었기에 어떠한 환경, 어떠한 역경도 참고 견딜 뿐 아니라 이겨나가는 체질과 인내를 갖고 있었다.
그는 물 한 모금, 건량 한 조각 먹지 않고 오직 옥함별부를 깨는 방법만 연구했다.
"으음!"
짧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바닥의 모든 그림을 지우더니 다시 그곳에 하나의 고루거각을 그렸다. 옥함별부였다.
단몽경의 입이 열렸다.
"내가 가야할 곳은 필히 이곳을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가 있다. 이곳을 지키는 자들은 화산에서 가장 강한 화산 옥청삼십육검이다."
옥청삼십육검(玉淸三十六劍).
그들은 대대로 화산파가 가장 역점을 두어 키우는 검사들로서 모두 삼대(三代)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강한 일대(一代)는 옥함별부를 수호한다. 그들의 배분은 오히려 장문인보다 높거나 동배였다.
천하에서 그들의 검진을 당할 고수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산삼십육옥청검진은 소림의 백팔나한진과 버금가는 백도의 이대절진이었다.
단몽경은 다시 그림을 그리며 중얼거렸다.
"이곳에는 기름창고가 있다. 후후... 내일 밤 화산이 생긴 이래 가장 큰 폭죽놀이가 여기서부터 비롯되리라."
단몽경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이제 모든 계획은 완벽히 섰다. 실패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감에 꽉 찬 음성으로 말한 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우수수......!
그의 몸에서 먼지가 자욱히 떨어져 내렸으나 단몽경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동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그는 부지런히 동굴 안으로 돌덩이를 옮기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사람 크기 만한 거석(巨石)으로서 도합 서른 여섯 개였다.
"......."
단몽경은 말없이 서른 여섯 개의 거석을 동굴 바닥에 조직적으로 배열했다.
배열이 끝나자 그것은 놀랍게도 화산파의 대옥청검진세(大玉淸劍陣勢)였다. 완벽하게 대옥청검진을 재현한 것이었다.
이어 십 장 밖에서 야수처럼 빛을 발하며 엎드려 있던 단몽경의 신형이 우렁찬 외침과 함께 허공으로 슈욱! 솟아올랐다.
"단천혈파(斷天血波)!"
쩌... 엉!
그의 손목에서 혈망이 뻗어 나왔다. 혈사자검이 발출된 것이다.
위... 잉!
가공할 핏빛 검강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는 혈사자의 검기가 떨어진 순간 서른 여섯 개의 거석 중 스물 네 개가 반으로 쪼개져 쓰러졌다.
단 일검에 이십 사 개의 거석이 양단된 것이었다. 실로 신기에 가까운 검술이었다.
하나 단몽경은 혈사자검을 거두더니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된다! 할아버지들이 전수한 이 검초로는 단 일 초로 검진을 파괴하지 못한다. 만일 일 초로 파괴하지 못하면 옥함별부로 들어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훔치는 일이란 조용히 신속하게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단몽경은 눈썹을 모으며 다시 중얼거렸다.
"흑도의 무리들같이 크게 소리내며 피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은 점잖은 녹림의 위신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단몽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이윽고 그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더니 급히 동굴 밖으로 향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거석을 옮겨와 바닥에 처음의 대옥청검진을 이루어 놓았다.
그는 예전처럼 십 장 밖에 납작 엎드렸다. 그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내심 중얼거렸다.
'상취선생....... 그분이 전수한 반초검식이라면 내가 뜻한 대로 될지도 모른다.'
그의 가슴에는 투지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는 지금 옥함별부를 뚫기 위한 예행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치밀한 사람은 사전에 완벽한 준비를 하게 마련이고 그런 경우에 실패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실패란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도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탓하는 것은 그들이 더할 나위없이 어리석기 때문이다.
하나 단몽경은 그렇지 않았다. 그에게 실패란 없었고 반드시 성공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떤 일이든 사전에 성공만을 전제로 하여 도모해야 했다. 치밀한 준비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단몽경의 눈이 횃불처럼 불타올랐다.
"찻......!"
그의 신형이 백호같이 날아올랐다가 허공에 무수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위... 위... 이... 잉......!
그의 손목에서 혈사자검의 핏빛 혈기가 뻗어 나오며 가공할 혈루검식(血淚劍式)이 전개되었다.
파팍... 팍......!
그러자 놀랍게도 서른 여섯 개의 거석이 거의 동시에 드러누웠다.
쿠쿵......!
거석은 굉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지고서야 비로소 두 쪽으로 쪼개졌다. 한결같이 이등분 된 모습이었다.
단몽경은 혈사자검을 거두며 온 얼굴 가득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다. 나의 내공이 비록 약간 모자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으나, 이 정도면 쓸 만하다."
마침내 해냈다는 만족감, 그의 흙먼지 덮인 얼굴에 일순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자, 이제 결행하는 일만 남았다. 그 전에 할 일은 후후... 배불리 먹어 두는 일이다."
그가 사라지고 난 얼마 후, 그는 손에 한 마리의 야생토끼를 쥔 채 동굴로 돌아왔다.
"이곳에선 불을 피울 수 없으니 오랜만에 생육(生肉)을 하게 되었군."
단몽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즉시 토끼다리를 잡아 당겼다.
찌익!
그는 뜯어져 나온 토끼다리 한 조각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비릿한 생육이 불에 익은 고기보다 맛있을 리는 없건만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단몽경, 그는 철저한 녹림인이었다.
그는 그 어떤 역경이나 어려움도 참아낼 줄 알았다.
생육을 하는 일도 녹림인으로서는 필히 익혀야 할 일이었다. 편하지 못한 잠자리, 먹기 힘든 식사, 그런 것은 모두 녹림인이라면 능히 거쳐야 할 일이었다.
삼경(三更).
한 가닥 검은 그림자가 천라지망으로 보호되고 있는 옥함별부로 접근하고 있었다.
비록 철통같은 검진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지만 흑영은 교묘하게도 검진과 검진 사이, 건물과 건물의 그림자 사이로만 파고들어 아무도 그를 발견치 못했다.
마치 화산파가 그의 집인 듯,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어보는 움직임이었다.
한 순간 흑영의 손이 흔들리더니 검은 구슬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한 채의 목조건물을 향해 날아갔다.
슉......!
어느 새 흑영은 그 반대 방향으로 번개같이 몸을 날렸고 검은 구슬은 목조건물 벽에 부딪치자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폭발했다.
꽝!
이십 장도 넘는 불기둥이 밤하늘로 솟구쳤고 목조건물은 무서운 화마(火魔)에 휩싸였다.
화르르륵......!
실로 엄청난 광경이었다. 단 한 개의 구슬로 그같이 엄청난 폭발과 불덩이를 내다니... 그것은 과거 벽력문의 벽력굉화뢰(霹靂宏火雷)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꽈르르릉... 펑......!
목조건물은 공교롭게도 화산파에서 기름 따위를 저장하는 창고였다. 일단 불이 붙자 연방 폭음과 불꽃이 터지며 삽시간에 지옥의 불길이 번졌다.
땡... 땡... 땡......!
옥함별부의 사방에서 급격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이닷......!"
"불길을 잡아라......!"
휙휙!
사방에서 아우성과 함께 인영이 난비했고, 화산파는 삽시에 수라장이 되었다. 그 사이 그토록 철통같이 완벽했던 검진이 잠시 흐트러지는 듯했다.
스슥......!
진세는 다시 침착하게 원상회복되었으나, 바로 그 짧은 찰나에 기회를 엿보고 있던 흑영은 유령처럼 옥함별부의 금지구역으로 숨어들었다.
<조사전(祖師殿)- 입전자엄벌(入殿者嚴罰)>
조사전은 옥함별부 안의 한 대전으로 화산의 전대장문이 친필로 써 둔 글이 걸려있는 곳이었다. 흑영은 어느 틈에 그곳까지 날아들었다.
스슥!
그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눈 앞의 석전을 보고 있었다. 조사전은 불에 타지 않는 석전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석전 입구는 삼십 육 인의 노검사(老劍士)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 뒤쪽으로 석전을 통과하는 철문이 시뻘건 녹을 뒤집어 쓴 채로 굳게 잠겨져 있었다.
그 철문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었다.
화산이 생긴 이래 가장 강했다는 옥함상인(玉函上人), 즉 우내삼성의 한 명인 옥함상인이 당년 천마종과 양패공상한 뒤 그곳으로 들어가 참수하다 죽었다는 것으로 그 이후 그 문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
서른 여섯 명의 노검사는 완벽한 대옥청검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멀리서 비치는 화광에 미리 검을 뽑아 진세를 반쯤 발동시켜 놓고 있었다.
꽈르르르... 릉!
멀리서 다시 한 차례 폭음이 울렸으나 옥청검수들은 검을 비껴든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슥......!
한 순간 검은 그림자가 번개같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침입자다!"
"막아라!"
"검진을 발동하랏......!"
위... 이... 잉......!
진동음과 함께 옥청검진이 빠르게 발동했다. 바로 그 순간 허공에서 낭랑한 일갈이 터져 나왔다.
"혈루검초......!"
가공할 핏빛 검기였다. 검기는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자욱한 그물로 화해 우박처럼 쏟아져 나왔다.
파츠츠츠.... 츳......!
검세는 막 발동한 검진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노검사들은 검을 휘두르려했으나 무형의 압력이 그들을 꼼짝 못하게 얽매는 것을 느꼈다.
"욱!"
"흑......."
노검사들은 전신이 굳어짐을 느끼며 모두 나무토막처럼 변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순간 검진이 해체됨과 동시에 흑영은 비지땀을 쏟으며 바닥에 내려섰다.
그는 바로 단몽경이었다. 그는 혈사자검을 거두며 이마의 땀을 훔친 후 중얼거렸다.
"휴! 피를 보지 않기 위해 내공을 극도로 썼으나 후회는 없다."
이어 그는 석전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신비인... 그 자가 어떤 자이길래 화산에 녹림령을 갖다 놓았는지 모르나, 잠시 후면 이 고생도 보람을 찾을 것이다."
단몽경은 즉시 몸을 날려 녹슨 철문 앞에 내려섰다. 철문에는 사람 머리통만한 거대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단몽경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후후후... 이런 것은 내겐 장난감이지."
그는 품 속에서 철침 한 개를 꺼내 철침을 자물쇠 구멍에 넣고 가볍게 돌렸다.
찰칵!
자물쇠가 열리자 단몽경은 서슴지 않고 즉시 철문을 밀었다.
철문은 별 저항없이 열렸다. 단몽경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없다. 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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