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남시장이라면 저와 제 가족에게 양해를 구했을 겁니다. 시민들의 건강
을 걱정하는 시장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특종 잡은 것처럼 일방적으로 터트렸
어요. 결과적으론 저희 가족만 나쁜 사람처럼 됐어요.”
19일 수화기 너머 강정연(41·사진) 간호사의 목소리는 힘은 없지만 차분했다.
그는 78번째 메르스 확진자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수퍼전파자
(super spreader)인 14번째 환자(35)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일 양성 판정을 받고 삼성서울병원 격리병실에 입원 중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의 거주지와 자녀의 학교를 올려 논란
이 됐다. 강 간호사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전파의 진원지로 낙인 찍혀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다행히 열은 떨어졌다. 열흘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했다. 누군가가 때리는 것처럼 근육통과 두통이
심하다. 폐렴이 번져서 항생제 치료도 받았는데 그것도 끝났다. 17일 검사를 했는데 오늘(19일) 양성
이 나와서 다시 검사를 했다. 결과는 21일께 나올 것 같다.”
-통증이 심하진 않았나.
“사람마다 증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했는데 너무 아팠다.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아팠다. 입원 후 5일간은 기억이 없다. 자고 구토하고 울었다.
지금도 통증은 있지만 조금 나아졌다.”
-어떻게 감염이 된 건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1번 환자가 내원했을 때(지난달 18~19일) 접촉이 있었다.
산소도 갈아주고 직접 대면했다. 하지만 그때 감염된 것 같지는 않다. 잠복기가 지난 4일에야 증상이
나타났다. 14번 환자는 본 적도 없다. 응급실이 내과·비내과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는 내과
구역에만 있었다. 14번 환자는 비내과 구역에 있었다.
폐쇄회로TV(CCTV) 상으로도 접점이 없는 걸로 안다. 그분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하니까 어디서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이재명 시장이 신상을 공개했는데.
“당혹스러웠다. 시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 공개해야 했을까. ‘공개할 테니 이해해달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줬다면 흔쾌히 동의했을 텐데….”
-공개 이후 고초를 겪은 적이 있나.
“저는 격리입원 된 상태라 힘든 점은 없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고통을 겪었다.
아파트 단지가 공개됐는데, 삼성서울병원 간호사가 누군지 빤히 안다. 딸(12)의 반 친구 SNS에서
‘누구 엄마가 간호사냐’라는 글이 떠돌았다고 한다. 상처 주는 말들도 있었다.”
-가족들은 어떤 상태인가.
“남편이 아이 둘을 돌보고 있다. 남편도 자가격리가 끝났다. 아이들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는데,
처음 입원하고는 남편이 통화를 못하게 했다. 아이들이 울고 그럴까 봐. 지금은 영상통화를 하는데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남편이 그렇게 하면 엄마가 더 힘들어 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직접 겪어본 메르스는.
“초기 대처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증상이 있다면 빨리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저는 너무 아파 통증 조절을 적극적으로 했다.
특별히 기저질환도 없고 건강한 사람이라서 점점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
-삼성서울병원이 감염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 의료진도 힘들어 한다. 많은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응급실 근무만 7년8개월을 했다. 3교대로 밤낮없이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국민들이 응원과 격려를 해주길 부탁드린다.”
장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