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장,
그들은 숯불 가마에 들어가 흠뻑 땀을 뺀다.
참나무 장작만으로 가마를 달구어 놓는 숯가마는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어서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른다.
“어때요?
개운하지 않소?“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아요.“
”이런 곳에 자주 다니는 편이오?“
”자주는 아니고 가끔 가보기는 하지만 때로는 혼자라서 망설일 때가 많아요.“
”난 생각나면 혼자서 잘 오곤 하지요.
이렇게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며칠은 몸이 개운하고 감기기운이 있어도 뚝 떨어지는 것 같기고 하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아주 좋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민희는 모든 피곤이 사라지면서 살포시 잠이 온다.
“잠이 오면 참지 말고 어서 자요.”
김형우는 담요를 얻어서 민희를 덮어준다.
민희는 그대로 잠속으로 떨어져버린다.
누적이 되었던 피곤이 깊숙한 잠속으로 끌어드리는 것이다.
김형우는 민희의 잠이 든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생각 속으로 빠진다.
한 여인을 위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고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형제들에게 주눅이 들고 집안의 모든 힘든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싸 하니 아파오고 보호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민희는 아주 깊은 잠이 들어 있다.
찜질방은 의외로 와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는 김형우다.
종종 찜질방을 이용하기는 해도 밤을 새우며 이곳에서 잠을 자보지 않았던 김형우로서는 새삼스러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잠자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이 모든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이곳을 이용해서 밤을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아닌 일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민희는 그렇게 새벽까지 깨지 않고 잠을 잔다.
김형우는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행여 누가 민희를 건드릴까보아 신경을 쓰며 보살펴준다.
새벽 다섯 시가 되어 민희는 잠에서 깨어난다.
“내가 너무 많이 잤죠?”
“아니요!
편안하게 잘 자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자요.“
”주무시지 않고 저만 보고 있었어요?“
”조금씩 잠을 잤지요.
민희씨가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곳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도 깨우지 그랬어요?“
”왜 깨웁니까?
내가 곁에서 지켜주니까 안심하고 잠이 든 사람인데요.“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형우씨가 곁에 있어주니까 안심하고 푹 잠을 잘 수 있었던 모양이에요.
이제 그만 간단한 샤워를 하고 나가요.“
”지금 나가서 어디서 아침을 먹어요?
조금 더 있다 아예 아침이라도 먹고 들어가야지요.“
”형우씨!
아침은 우리 집에 가서 해 드릴게요.
반찬은 변변치 않겠지만 어디 가서 사 먹는 것보다는 좋을 겁니다.“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그래준다면야 얼마든지 좋지요.“
”그렇게 할게요.
어제부터 저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 제 손으로 정성껏 아침이라도 해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이야말로 횡재입니다.
좋습니다.
어서 가지요.“
그들은 각자 간단한 샤워를 하고 나온다.
아직은 출근하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새벽의 거리는 한산하다.
민희는 생전 처음으로 남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간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거나 초대를 해 본 사람이 없다.
“들어오세요.
집이 너무 협소하다고 흉보시기 없깁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하는 말이다.
김형우는 조심스럽게 민희의 집으로 들어간다.
참으로 작은 집이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가 살핀다.
상당히 여러 날을 비운 집치고는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성품이 매우 깔끔한 것 같습니다.
집이 작지만 그런대로 정리가 잘 되어서 그런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여러 날을 비운 집이라 먼지가 있는데......“
“상관없습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와 보는 것도 처음이라 그런지 떨리는데요.“
“어디 앉은 곳이 마땅치 않으니 어떻게 하죠?
거실이 없으니 소파도 없고........“
“이곳에 앉으면 되지요.”
김형우는 식탁 의자를 밀고 앉는다.
김형우는 집안을 찬찬히 둘러본다.
작고 좁은 집이지만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호화스럽고 좋은 살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깔끔스럽게 갖추어진 집안이 정겹다.
“우선 따끈한 차라도 먼저 준비를 할게요.
아침이니까 조금 향이 짙은 쌍화차 어떠세요?“
”좋지요.
계란 노른자 동동 띄워주시면 더욱 좋고요.“
”네!“
민희는 김형우를 보며 웃음을 짓고 차를 준비한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주신 진한 사골 국을 큰 냄비에 따른다.
국은 고기도 많이 들어 있고 아주 진한 것이 되어 묵처럼 엉겨있다.
“국이 아주 진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온 정성을 다해서 푹 고아서 아주 진할 겁니다.
이 국이 있으니 밥만 해서 김치하고 아침을 먹으면 되겠지요?“
“좋지요.”
그들은 잠시 마주 앉아 차를 마신다.
“차 맛도 아주 특별합니다.
보통 쌍화차보다 아주 진하고 달콤한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제 나름대로 집에서 만든 것이니까요.
감기기운이 있을 때 마시면 아주 효과도 좋고 향이 깊어서 뒷맛도 개운합니다.“
“쌍화차를 집에서도 만들 수 있어요?”
“네!
재료들을 사다가 말려서 가루를 내어 배합을 잘 하면 좋지요.
이 안에 들어가는 고명들도 내 입맛대로 넣을 수도 있으니 더욱 좋거든요.“
“아, 그러고 보면 못하시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먹는 음식에 관해서는 조금은 자신이 있지요.
유별나게 화려한 치장을 하는 외국음식만 아니라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 대화들이 오고가는 사이에 어느새 밥이 되었다는 신호가 온다.
민희는 밑반찬들을 꺼내어 정성스럽게 각자의 접시에 담는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김형우는 모든 것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고 있는 민희의 모습에서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참으로 멋스럽고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어서 식사를 하세요.
찬은 변변치 않지만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김형우는 우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물김치 국물을 떠서 입안에 넣는다.
시원하고 깔끔스러운 맛이 입맛을 돋우어 주는 느낌이다.
“아, 참으로 시원하고 맛이 있습니다.
민희씨 솜씨인가요?“
”네!
이 모든 것들은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밑반찬도 시간이 나면 종종 준비를 해 두곤 하지요.“
”역시 여자들은 삼씨가 아주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말입니다.“
”삼씨라니요?
무슨 말인가요?“
”네!
예전 우리 어머니께서는 늘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삼씨라고 하셨지요.
맵씨 맘씨 솜씨라고 하셨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옷을 정갈하고 맵씨 입게 입는 것, 즉 태도 그리고 마음이 비단결처럼 고운 것, 그리고 솜씨, 즉 바느질 솜씨 음식솜씨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호호호.........
그런 것도 있었나요?“
”네!
민희씨는 그 모든 것을 다 갖춘 것 같습니다.
마음 역시 참으로 착하고 아름답고 음식솜씨 또한 이렇게 뛰어나고 자태도 고우시고......“
“그만 하세요.
그러다 실망을 하실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민희의 얼굴은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김형우는 얼마나 오랜만에 자신만을 위해서 마련해준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지만 기억에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 처음이라는 생각을 한다.
참으로 맛있게 아침을 먹는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요.”
“아닙니다.
어떻게 남자가 설거지를 해요?“
”민희씨는 요즘 여자 아닌가요?
요즘 집안일을 거들어 주지 않으면 아내한테 쫓겨난다는 말도 있던데요?“
”그거야 요즘 신세대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겠지요.
여자가 가만히 있으면서 어떻게 남편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해요?“
”아, 그럼 저는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네!
아마 저희 세대에서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 일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런 것을 바라고 있지 않고요.“
민희는 형우를 식탁에 앉게 하고는 주방을 정리한다.
다시 차와 과일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간다.
“집이 좁아서 편안하게 앉을 곳이 없지요?”
방석을 꺼내어 깔고 앉게 마련을 해 준다.
“이렇게 앉으니 오히려 좋습니다.
지금은 어디를 가든 의자나 소파에 앉는 것이 습관이 되었지만 사실 우리는 이렇게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으면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요.
예전에는 어디 의자나 침대같은 것을 사용하기라도 했던가요?
이 모든 것이 다 서양에서부터 들여온 문화라고나 할까요?“
“네!
그렇지만 이제는 보편화 되어서 오히려 편안하지요.
집이 좁으니 침대도 소파도 갖추어 놓고 살지를 못하지요.
여기 이사를 오기 전에는 그래도 그런 것들을 갖추어 놓고 살았지만 이사를 오면서 모두 남에게 주고 왔습니다.“
“그랬군요.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을 하고 모든 것을 체념을 했습니다.
제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민희씨가 마음이 너무 여리고 착해서 그런 일을 당했습니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대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을 해도 아주 바보처럼 당한 것 같아요.
그러나 타고난 성품이니 별달리 방법이 없지요.
그리고 그 친구 또한 자식으로 인해서 모진 고생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할 말도 없고요.“
”세상 참으로 믿을만한 사람 없고 살아가기 힘들지요?“
“그렇다고 모두들 저처럼 당하고 살지는 않겠지요.
그저 못나고 바보스러우니 당하고서도 아프다는 내색조차 할 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그렇게 혼자서만 아픔을 삭이며 살아가고 있지요."
김형우는 그런 민희의 손을 살포시 잡아준다.
“참, 어디 가셔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서예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취미생활을 위해서 뭔가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이렇게 민희씨하고 함께 있고 싶은 생각입니다.“
“그러시다면 한숨 주무세요.
저 때문에 어젯밤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셔서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잠시만 눈을 붙여도 될까요?“
”그럼요!“
민희는 일어나 이부자리를 꺼낸다.
“그냥 이대로 잠시 누워서 눈을 붙여도 됩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닙니다.
잠시 눈을 붙이신다고 해도 자리가 편안해야 하지요.“
민희는 이부자리를 깔아준다.
침대를 없애고 나서 바닥에 딱딱한 것이 싫어 두툼한 요를 깔고 자는 민희다.
“편안하게 누워서 한 숨 푹 주무세요.
저는 그동안 밀린 집안일을 좀 할게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푹 주무세요.
아무도 올 사람도 없으니 안심 푹 하시고 주무시면 됩니다.“
민희는 방을 나온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읽고 갑니다.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좋은일 행복한일만 있으시길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또 한해를 시작하네요 그 힘겹던 해를 보내면서 올해엔 코로나도 종식되고
삶의 터전도 넓어 졌으면 싶네요
즐감하고 감니다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 보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올해에는건강하시고
복많이받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