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콜라가 국내에 시판되기 전에 한 일간지에 기사가 크게 났었다.
815매니아가 소개해 준 바로 그러한 내용이었다. 아마도 범양식품에서 기사소스를 제공한 듯 싶다.
기사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나는 실로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
이건 누워서 침뱉기가 아닌가....
코카콜라 회사의 국내보틀러사 역할을 해오던 범양식품은 (혹시 그당시는 건양이 아니었을까?) 코카콜라가 직판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반발을 하였다. 그리고 곧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콜라를 생산해 내겠다는 것이었다.
거기까지면 그만이었다.
기분좋게 그 콜라를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815라니!
콜라의 원액을 만드는 기술은 특일급기밀에 속한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콜라를 만들때 사람을, 그것도 산사람을 한명씩 집어넣는다는 소문이 사라지지 않는걸 보면 그 비밀은 꽤나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지나보다. 그래서 범양은 자체기술로 원액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아주 보란듯이 홍보를 하였다.
그러나...
815매니아가 잘 설명해 주었듯이 '콜라'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된 범양은 고심하였을것이다. 어떤 이름으로 어필을 할 것인가...
그들이 들고 나온 카드는 애국심에 호소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어디있겠는가...
그동안 원액을 제공받아 기껏 콜라를 팔아먹었는데, 이제와서 원액을 주지 않으니 우리가 우리기술로 콜라를 만들어 판다....에 애국심이 끼어들 자리가 있던가?
코카콜라가 전세계적으로 이윤을 가장 많이 내고있는 회사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고, 광고계에서도 전세계적으로 로고나, 광고매체의 색상까지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외국기업에서 원액을 받아다가 팔아왔으면서 그러한 음료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콜라를 자체기술로 만들어 팔게 되었다는 시점은 왜 코카콜라가 직판을 선언한 직후인가...
더구나 자신의 입으로도 원액을 생상할 수 없어서 음료식민지로 지낼수밖에 없었음을 밝히고 있는데, 그동안 보틀러사로 콜라를 생산해 오면서 로열티는 꼬박꼬박 지불했을 것이며, 이미 이윤창출이 최대의 미덕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아래 충분한 돈을 벌어들였을텐데, 코카콜라가 직판을 선언한 직후, 왜 갑자기 민족주의자가 되었는가....
식민지이건 말건 그동안 잘 팔리니 무슨상관이냐싶게 장사 잘해왔는데, 이제 더이상 외국이름으로 팔아먹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외국에 돈을 꼬박꼬박 바치던 그동안의 행위는 싸-악 잊고, 이제부터 많이 팔아만 주시라는 것인가.....
눈가리고 아웅을 하라고?
더구나 815가 발매될 시점은 국내경제가 어려워진 IMF 직후이다.
당시 한국은 때아닌 애국심으로 애국심물품들이 호황을 맞이하던 분위기였다. 국내물건을 사서 쓰자, 외화가 새어나갈 수 있는 물건들은 사지말자, 해외여행도 자제하자.....
태극기를 가방에 붙이고 다니는게 대유행이 되었었고,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라도 보는듯 금모으기까지 하여 해외에까지 보도되지 않았던가....
범양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하여 콜라독립이라는 그럴듯한 상품을 들고 나왔다. 그들이 내놓은 것은 콜라라는 음료수가 아니라 시대분위기에 편승하여 애국심에 호소하는 머리좋은 상품이었던 것이다.
나는 한 때 콜라중독에 걸린적이 있었다.
난 펩시를 좋아하기때문에 코카와 펩시가 같이 있을때는 으례 펩시를 고르게 된다. 그러나 왠만해서는 내손으로 815는 고르지 않는다.
선배중에 한명과 커피에 관해서 이야기하다가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다. 어느 도시를 가면 온통 커피향이 나서 참 좋은 동네가 있는데, 그 동네에 커피공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선배앞에서 했다가 매판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커피앞에서 분별력들 가지라는 충고를 들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무상으로 제공하다가 한국인의 입맛을 길들여 기호식품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는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은근, 교묘하게 손을 뻗친다고 그 선배는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그 말이 옳게 느껴져 순간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물론 그 선배말이 틀린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국수주의나 다를바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세계무역국가들간의 힘에서 한국이 밀려 그것을 사줄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시장원리를 공부한 나로서도 쉽게 납득을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시장논리를 내세우기에조차 너무 늦었을 만큼 실생활에 밀접한 음료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김치가 가까운 일본,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간다면, 그래서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그것은 위에서 말한것과 같은 우리의 교묘한 마수가 아니라 그들의 입맛에 맞게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일 것이고, 세계경제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게 되지 않겠는가...
다시 콜라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냥 단순하게 콜라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수가 되어서 외국에서 원료를 받아다가 그동안 팔아왔는데 그들이 이제 이익을 위해서이기 때문인지, 로얄티를 받는것보다 직접 판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원액을 주지 않겠다고 하여 이제부터는 우리가 그동안 배워놓은 것이 있으니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팔아볼랍니다....라고 했다면, 기분좋은 음료수로 사마셨을것이다.
외국자본이니, 로열티니를 떠나서 코라는 가장 사랑받는 음료이고 기호식품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음료식민지 운운하며 되지도 않게 독립을 내세운다는것, 애국심에 호소를 한다는 것.... 나는 그것이 참을 수 없다.
※815야..... 너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단다....
근데....... 너의 글을 읽으니 815콜라에 대해서 그동안 내가 생각해 오던 것이 기억이나서 적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