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대기술주 바닥없는 하락
① 성장 둔화 우려
애플 신형아이폰 생산 30%↓
② 무너진 신뢰
페북 정보유출 이슈로 내분
③ 미·중 무역전쟁
외부불안 여전…반등 어려울듯
◆ 美기술주 폭락 ◆
최근 2개월간 미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대표 기업군인 '팡(FAANG)' 주가가 20~40%까지 폭락했다. 주가 하락 속도가 빠르고 그 폭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당시 버블 붕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2000년 당시에도 닷컴 기업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주가가 치솟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 정부 규제 강화와 함께 기업 실적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에도 세계 각국 정부가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은 2000년 당시와 유사하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기술 기업들 실적이 2000년보다는 양호하기 때문에 약세장 진입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붕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등 5대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해 모두 52주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에 본격 진입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주가가 5.4% 하락하면서 전고점 대비 39.5% 하락률을 기록했다. 애플 주가도 이날 장중 한때 4.2% 떨어져 전고점 대비 20.5% 하락했으며 넷플릭스는 35.6%, 아마존은 25.4%, 알파벳은 20.3% 떨어졌다.
'팡' 기업은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일제히 주가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시즌이 끝난 11월 중순이 지나가도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5개 기업은 이달에만 시가총액 3000억달러(약 338조6400억원)를 날려 보냈다.
주가 하락 원인에 대해서는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각 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과 향후 성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약세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된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이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정보 유출 이슈가 불거진 이후 제기된 신뢰성 이슈가 투자자들을 계속해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날 WSJ는 저커버그 CEO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판했다고 보도하면서 '내분'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CNBC는 "샌드버그가 떠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분석한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저커버그가 CEO와 겸하고 있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보도하는 등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애플 주가 하락도 두드러진다. WSJ는 애플이 부품 공급업체에 신형 모델인 아이폰XR 등의 생산을 줄일 계획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애플은 올해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XR 모델 7000만대를 생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10월 말 생산 계획을 3분의 1이나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지난주 생산 계획을 다시 한번 축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넷플릭스는 전고점 대비 35.6%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단기 추세선(50일 이동평균선)이 중기 추세선(20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dead cross)'도 발생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는 늘리고 있지만 내년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개시하며 신규로 사업에 뛰어드는 등 경쟁 격화가 예고된 상태다. 이외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20.3%,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은 25.4%의 전고점 대비 낙폭을 나타냈다. 특히 알파벳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악세장에 진입했으며 아마존은 연간 최대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있음에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기술주 급락 현상이 2000년 닷컴 붕괴를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2000년 3~4월 '닷컴버블 붕괴' 당시 AOL이 타임워너를 1560억달러에 합병하는 초대형 딜이 완료(2000년 3월)됐으나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법 위반 판결(2000년 4월)을 하는 등 미래 사업 리스크가 커지는 불안감이 겹쳐 '붕괴'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IBM이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가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연준도 12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외부 변수가 불안감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 약세가 당장의 '불황(리세션)'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붕괴 우려는 과도하지만 투자심리 위축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조정 양상이 뚜렷한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미국 증시가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렉 루켄 루켄인베스트먼트애널리틱스 CEO는 "연말로 갈수록 기술주 하락세를 더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9&aid=0004257008&sid1=001
첫댓글 한동안 참 좋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