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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에 만난 친인척,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삽짝 앞에서 뭔가가 서성이기에 내다보니 바로 신묘년(辛卯年) 한가위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군요. 우리나라 4대명절의 하나인 한가위는 올해도 이렇게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이번 추석에도 헤어져 있던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오랜만에 친척들과도 자리를 같이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때, 모처럼만에 만난 친척들이나 집안 어른들의 호칭(呼稱)이 헷갈리고 어떻게 지칭(指稱)해야 할지를 몰라 난처했던 적은 없으셨나요? 자주 써야하는 말이면서도 곧잘 틀리기 쉬운 호칭, 지칭어를 미리 알아두었다가 이번 한가위에는 잘못된 호칭과 지칭으로 결례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호칭/지칭 예절은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써오던 것으로, 언어예절 또한 그 시대의 감각에 맞게 변화하기 때문에 옛것 그대로는 현대 생활에 맞지 않은 것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여기서는 오늘날의 실정에 맞도록 변화한 호칭과 지칭을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은 고인(故人)지칭
★ 부모님 호칭 = 부모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은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라고 할 수 있으나 장성해서까지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볼썽사납겠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살아 계신 부모를 가리켜 말할 때 “저의 아버님이…, 저의 어머님이…”처럼 ‘님’자를 붙여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입니다. ‘아버님, 어머님’은 남의 부모를 높여 말하거나 자신의 돌아가신 부모에 대해서 쓰는 말이죠. 그러므로 “아버님(어머님), 안녕하셨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부모님은 고인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저희 아버님(어머님)은 잘 계세요"라고 말해도 물론 안 됩니다.
★ 선친(先親)과 자당(慈堂) = 한자어로 말하는 것이 더 품위 있는 말인 줄 잘못 알고, 살아계신 아버지를 ‘선친(先親)’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자기의 어머니를 일컬어 ‘자당(慈堂)’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맙니다. 다 알다시피 ‘선친’은 남에게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고, ‘자당’은 남의 어머니를 높이어 일컫는 말입니다. 남의 아버지를 가리켜 ‘선친’이라 일컫는 것도 잘못으로,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를 때는 ‘춘부장’이라고 해야 합니다.
★ 시부모님 = 시아버지를 부르는 말은 ‘아버님’입니다. 요즘 시아버지를 친밀하게 여겨 ‘아버지’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으나, 지금도 시아버지는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할 어려운 대상이므로 ‘아버님’으로 불러야 합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부엌 등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 시아버지보다 친근한 대상이므로 ‘어머님’뿐만 아니라 ‘어머니’라고 해도 무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시숙과 시동생 =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으로 부르고 남에게 가리킬 때는 ‘시아주버니’ 또는 ‘시숙’이라고 합니다. 그 아내는 ‘형님’으로 부르고 존댓말을 써야 합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려도 그렇게 불러야 하는데 이는 여자의 서열은 시댁 남편들의 서열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 혹 페미니스트(feminist)들은 언짢아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는 오래된 관습이니 어쩌겠습니까. 남편의 아우는 미혼인 경우 ‘도련님’, 기혼인 경우 ‘서방님’으로 부르고 남에게 가리킬 때는 ‘시동생’입니다. 그 아내는 ‘동서’죠. 간혹 나이 적은 손위 동서가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를 하대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는군요. 남편의 누나는 ‘형님’, 그 남편은 ‘아주버님’, 또는 ‘서방님’으로 부릅니다. 남편의 여동생은 결혼여부에 상관없이 ‘아가(기)씨’, 그 남편은 역시 ‘서방님’입니다.
★ 처남 = 아내의 오빠를 부를 때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님’, 적으면 ‘처남’으로 부릅니다. 아내의 남동생도 ‘처남’입니다. 그러나 손아래 처남의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형님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처남의 아내는 ‘아주머니’로 호칭하고 남에게 가리켜 말할 때는 ‘처남(의)댁’이라 합니다. ★ 처형ㆍ처제 = 아내의 언니는 ‘처형’, 그 남편은 ‘형님’인데, 나이가 적을 경우 형님이라 하지 않고 ‘동서’라 합니다.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 그 남편은 동서, 또는 ‘○서방’이라고 부릅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서방’이 아닌 동서라고 합니다.(그렇다고 형님이라 하지도 않습니다) 남자들의 서열에서 형님으로 부르는 경우는 상대방이 손위이면서 나이가 많을 때에 한합니다.
‘당숙’을 ‘삼촌’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
★ 백부(伯父) = 아버지의 형은 ‘큰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지방에 따라서 맏형만 ‘큰아버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형은 모두 ‘큰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한자어로 ‘백부(伯父)’(아버지의 맏형만)라고도 하나 지칭어로는 가능해도 호칭어로는 적당치 않습니다. 아버지 형의 아내는 ‘큰어머니’라고 합니다. ★ 숙부(叔父) = 아버지의 남동생은 결혼하기 전에는 ‘삼촌’, 또는 ‘아저씨’라고 부르고, 결혼한 뒤에는 ‘작은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삼촌’은 촌수이므로 호칭어나 지칭어로 적당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삼촌숙(三寸叔)’의 준말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나이가 뒤바뀐 숙질간에도 호칭어와 지칭어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어법상으로는 어렸을 때에는 서로 말을 놓고 지내지만, 성년이 되어서는 조카가 아저씨보다 다섯 살 이상이면 서로 존대하고, 다섯 살 미만이면 항렬을 따라서 조카가 아저씨에게 존대를 해야 합니다. 장조카인 경우에는 예우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당숙(堂叔) = 흔히 5촌인 당숙이나 7촌인 재당숙을 가리켜 두루 삼촌이라고 부르는 이가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호칭이지요.
★ 고모(姑母) = 아버지의 누이는 ‘고모’라고 부르고 그 배우자는 ‘고모부’라고 부릅니다.
★ 이모(姨母) = 어머니의 자매는 ‘이모’라고 하고 그 배우자는 ‘이모부’라고 합니다.
★ 외숙(外叔) = 어머니의 남자 형제는 ‘외삼촌’, 또는 ‘외숙’이라 부르고 그 배우자는 ‘외숙모’라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 분인 ‘고모’나 ‘이모’를 아주머니, 그 배우자인 ‘고모부’나 ‘이모부’를 아저씨라고 부르고, ‘외삼촌’과 ‘외숙모’도 아저씨, 아주머니로 부르기도 한다고 하나, 아무래도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외삼촌, 외숙모’가 보다 분명한 호칭이겠지요.
★ 조카 = 조카나 조카딸은 어릴 때는 이름을 부르고 장성하면 ‘조카’ 또는 ‘○○아비(아범), ○○어미(어멈)’로 씁니다. 다만 시댁의 조카는 나이가 더 많을 경우 ‘조카님’이라고 해야 합니다. 조카의 아내는 며느리 부르듯 ‘아가, 새아가, ○○어미, ○○어멈’으로 부르고 조카사위도 사위 부르듯 ‘○서방, ○○아범, ○○아비’로 부릅니다.
★ 사돈 = 밭사돈이 밭사돈을 부르는 경우 ‘사돈어른’ 또는 ‘사돈’이라고 하고, 안사돈을 부르는 경우 ‘사부인’이라고 합니다. 안사돈이 안사돈을 부르는 경우 ‘안사돈’이라고 하고, 밭사돈을 부르는 경우는 ‘사돈어른’이라고 합니다. 형수나 올케 등의 동기 및 그 배우자를 부를 경우, 남자는 ‘사돈, 사돈도령, 사돈총각’으로, 여자는 ‘사돈, 사돈처녀, 사돈아가씨’ 등으로 부릅니다. 며느리ㆍ사위의 조부모를 부르는 말은 ‘사장(査丈) 어른’입니다. 할머니를 구별하여 ‘안사장어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조부모보다 한 항렬 높으면 ‘노사장어른’이라고 합니다.
며느리ㆍ사위의 동기와 그 배우자, 조카 등 아래 항렬의 사람을 부를 경우, 남자는 ‘사돈, 사돈도령, 사돈총각’으로, 여자는 ‘사돈, 사돈처녀, 사돈아가씨’ 등으로 부릅니다.
친족계촌법 파일 |
첫댓글 '나이 적은 손위 동서가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를 하대하는 일'은 예의에 벗어나는 거군요.. 서로 같은 나이의 경우 하대 하는 것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 보통 모르는 여자에게 부르던 이름이라, 처남의 아내를 '아주머니'라 부르는 것은 어색할 것 같아요. 공부 삼아 차분히 읽어봐야겠어요.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석절 온가족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긴급히 여쭙니다. 제가 결혼이 늦은 대신 결혼이 빠른 조카들이 애를 낳으니까 저에게는 조카손주들이고 우리 딸들에게는 조카가 되는데, 이모(우리딸들, 초등학생)가 조카(조카네 애들, 중학생) 보다 나이가 어립니다. 그래서 명절때마다 호칭을 두고 고민하다 애들이 아예 말을 안 합니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조카가 나이 어린 이모한테 말을 올리는 것도 불편하고, 나이 어린 이모가 조카에게 반발하는 것도 어색하니 그렇겠지요. 이러다 남 보다 못한 사촌지간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데 다른 집안에서는 어떻게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나이 제일 어린 이모가 조카들 노는데 못 끼니까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그냥 언니라 한답니다.
나이가 같은 동서 사이? 손아래이든지 손위든지 예를 갖추기가 난감하지요. 집안사람들이 함께한 자리에서는 서로 공대하고 ‘동서’ 또는 ‘○서방’이라 부르면 무난하겠지요. 평소 관계가 각별하다면 둘만 있는 자리에서는 적당히 편하게(공대를 하든 하대를 하든) 대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이 많은 조카와 나이 어린 이모(또는 삼촌) 사이도 대하기가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이지요. 어릴 때는 나이 많은 조카가 이모나 삼촌을 그냥 ‘이모’ 또는 ‘삼촌’이라 부르고, 나이 어린 이모나 삼촌은 조카를 ‘조카’라고 부르고 서로 하대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결혼을 하고 나면 이모(또는 삼촌)는 조카를 ‘조카님’, 조카는 이모나 삼촌을 ‘이모님’, 또는 ‘숙부님’이라고 호칭하고 서로 공대해야 될 것 같습니다. 불편해도 어릴 때부터 서로의 특수한 관계를 이해시키고 자주 부르고 접촉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여동생 남편이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데 뭐라 해야할지 ~서방 하기가 어색해서 ... 조카 이름아빠 해도 어색하고요. 어찌 해야 할까요? 고민하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