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뇨증은 자신의 의지대로 소변활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절을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작품의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피터팬 증후군이 떠올랐다. 몸은 성인이되 성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이나 소년이 되기를 원하는 심리상태 또는 그러한 행동을 의미하는 피터팬 증후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여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어디엔가 종속되어 자신의 행동이나 말뿐만 아니라 경제적 책임을 종속된 타자에게 전가시키고 싶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이러한 의존성은 온전히 젊은 세대의 잘못때문일까?
야뇨증이란 작품을 보면서 2013년 12월 가나아트센터 “면면 시대의 얼굴”전에서 보았던 권경엽의 Bleached Memory가 떠올랐다. 처연한 눈망울과 붕대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무엇이 이 그림 속 여자의 기억을 탈색시켰을까? 그녀의 기억 속에는 정말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을까? 중학교 동창 중에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노라고 그 친구에게 말하자 그 친구는 자신은 고등학생 지절은 너무 힘들어서 그냥 깜깜한 암흑이었다고, 아무 기억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내게 그렇게 찬란했던 시절이 그 친구에게는 깜깜한 암흑이었다니…….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에서 젊은 세대를 인질극의 희생자로 비유하고 있다. 이 비유에서 유괴자는 학원이다. 학원은 유괴자처럼 학부모에게 엄청난 돈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10대 시절 거의 대부분을 학원이라는 유괴자에게 사로잡혀 있어서 인질로 잡혀 있었던 기간 동안 자유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인질에게서 해방된 후에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평생을 주체자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가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10대의 대부분을 학원과 학원에서 보낸 세대들의 기억은 권경엽 그림처럼 무든 것이 하얗게 바래져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10대라면 당연히 부모 세대와 갈등을 해야 한다. 그러한 갈등은 세대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견해 차이로부터 기인할 수 있지만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하나의 발달 과정에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한 갈등을 거치면서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반항해야 할 것에 대하여는 반항하면서 하나의 독립체로써 성장해 갈 것이다. 그러나 10대들은 갈등할 시간이 없다. 하루 24시간을 학교와 학원에게 끌려 다녀야 하니까....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거치지 못한 사람이 한사람의 주체적인 어른으로써 성장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어른으로써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조절할 능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소변을 가릴 나이에 여전히 오줌을 싸는 아이처럼…….
야뇨증이 걸린 아이에게는 그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지체되었다는 것을 탓하기에 앞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야단을 친다고 하여 야뇨증이 치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우리의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그들을 탓하기 전에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이 젊은 세대에게 있다면 당연히 젊은 세대에게 의존성을 버리라고 그리고 독립을 하라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어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맞다. 그러나 원인만 파악하여 그 원인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권경엽의 그림에 나와 있는 붕대처럼 탈색된 기억을 치료해 주어야 할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기억이 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
야뇨증이란 작품은 어린 아이의 실재 오줌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지린내가 진동한다고 한다. 찌린내 때문에 이 작품은 비닐로 커버되어 있는데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 비닐 커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겉에서만 보았기 때문에 지린내를 맡지는 못했다. 즉 작품의 절반만 감상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오늘날의 현실을 절반만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절반만 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젊은 세대의 아픔이 우리의 탓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즉, 모든 잘못이 젊은 세대에게만 있다고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해 우리의 잘못을 바라보아야 하는 한 쪽 눈은 감아버렸는지 모르겠다. 아니 한 쪽 눈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기관인 코를 막아버렸는지 모르겠다.
우선은 젊은 세대이건 기성세대이건 관계없이 비겁하게 한 쪽 눈을 감아버리거나 하나의 기관을 막아버리는 것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응시해야 할 것은 응시하고 맡아야 할 냄새는 맡아야 한다. 이것이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청년들을 치유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첫댓글 잘쓰신 글 잘 봤어요^^
글 올려 주신 덕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젊은 모색전을 감상할 의욕상실이요..ㅠㅠ
현대 미술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도덕의 잣대로 미술을 평가하지 말라..." 고요. 미술에는 잣대가 없고 미술 그 자체가 잣대가 된다는 이야기가 뒤에 나와 있었습니다. 여기서 드는 생각. 그래서 예술가는 그렇게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일까? 외국은 그런 경향이 좀 심한듯 합니다. 도덕(혹은 기존 관념)의 잣대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을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야뇨증은 세월호에서 아이디어를 받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꼭 사람들이 싫어하는 충격을 주어야만 했을까 싶어요. 분(糞)칠 안한게 다행이라 받아들여야 하나 싶네요. 위로는 못해줄 망정 말이죠.
저도 생각을 다시 해보게되네요.. 언제나 재미있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미갈님들의 후기를 보면서 좋은 전시는 놓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여유없을땐 마치 숙제 같아지지만, 갈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ㅡ기대가 됩니다! 오늘도 좋은글 고맙습니다~
대부분의 동시대 미술은 작가 노트를 읽어보아야 겨우 작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센세이셔널한 작품, 야뇨증, 김도희 작가의 노트가 궁금하네요.
'혐오미술'로 구분해야 하는게 아닐지...
작품으로서는 너무 일차원적인 상상력이라는 느낌이네요... 그것도 하나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