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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종주기1
*정맥구간:몰운대-아미산-감천고개
*산행일자:2011. 6. 2일(목)
*소재지 :부산
*산높이 :아미산234m
*산행코스:다대포-몰운대-아미산전망대대-아미산봉수대-정밀고개
-장림고개-감천고개
*산행시간:6시47분-4시13분(9시간26분)
*동행 :나홀로
근 두 달 만에 다시 정맥 종주에 나섰습니다. 2004년 8월 파주의 장명산에서 마무리 지은 한북정맥을 시작으로 그간 7년 동안 저 나름대로 정맥종주에 매진해왔습니다. 지난 4월 낙남정맥 종주를 끝냄으로써 남한 땅 8개 정맥 종주를 마쳤고 낙동정맥 하나만 미답의 정맥으로 남았는데 어제 부산 몰운대에서 낙동정맥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백두대간의 매봉산(천의봉, 1,303m)에서 분기한 낙동정맥이 낙동강하구인 몰운대까지 끌고 내려가는 산줄기는 그 길이가 장장 414Km에 달해 제 늦은 걸음으로는 최소 35회는 출산해야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두대간의 매봉산에 다다라 낙동정맥 종주를 마치면 내친 김에 백두대간과 낙남정맥을 마저 이어가 낙동강 둘레산줄기를 환주할 뜻입니다. 그리되면 약 1,100km의 산줄기를 걷게 되므로 적지 아니 먼 여정이 될 것입니다. 웬만하면 4년 안에 마칠 생각이지만, 혹시 늦어지더라도 2017년에 맞는 칠순을 1대간9정맥 완주와 낙동강둘레산줄기 환주를 자축하는 자리로 삼을 수 있도록 6년 안에는 반드시 끝낼 계획입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섬에 있는 산봉우리들을 제외한다면 한반도에 자리한 모든 두 산봉우리는 예외 없이 한 산줄기로 연결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산본의 수리산과 이번에 오른 낙동정맥의 아미산을 이어주는 산줄기가 딱 1개 있다는 이야기인데 지형도를 상세히 보면 과연 그렇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두산의 장군봉과 지리산의 천왕봉을 잇는 산줄기를 우리 선조들은 백두대간이라 불렀고 백두대간에서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 중 대표적인 산줄기 몇 개를 골라 정맥이라 칭했습니다. 남한 땅의 대표적인 산줄기는 당연 대간과 정맥으로 이들을 1대간9정맥이라 이름하고 있습니다. 1대간9정맥은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에 물을 대는 둘레산줄기여서 1대간9정맥을 종주하게 되면 이 강들의 둘레산줄기도 같이 환주하게 됩니다. 낙동정맥 종주를 마치고 대간과 다른 정맥을 더 밟아 낙동강둘레산줄기를 빙둘러보겠다는 욕심을 낼 수 있는 것도 낙동강 하구 동쪽의 아미산에서 하구 서쪽의 봉화산까지 한 줄기로 이어짐을 잘 알고 있어서입니다.
아침8시10분 몰운대 전망대 아래 바닷가에서 낙동정맥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전날 밤 수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가 새벽4시20분 경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 안에서 아침을 들고 나서 지하철역으로 옮겨 아침5시50분경에 부산역을 지나는 신평역행 첫차를 탔습니다. 괴정역에서 6번 출구로 빠져나와 96번 버스를 타고 가다 하차한 곳이 다대해수욕장이었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인 6시47분 정류장을 출발해 길 건너 몰운대로 향했습니다. 몰운대공원입구를 지나 왼쪽 화손대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새벽부터 자욱이 낀 안개가 가셔 몰운대 앞바다가 환히 보였습니다. 화손대 가는 길에 들른 놀이터공원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전망대로 가는 길은 분명했고 평평해 편안했습니다. 몰운대 전망대에 이르자 바다를 수놓은 몇 개의 섬들이 해안선 가까이에 자리했고 그 뒤로 드넓은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이는 듯했습니다. 산행시작 시간 반이 다 되어 낙동정맥 남쪽 끝 기점(?)인 몰운대 전망대에 도착해 오른 쪽 아래 바닷가로 내려갔습니다. 바닷물로 손을 씻은 후 무릎을 꿇고 주님께 낙동정맥 종주를 고한 후 종주산행 내내 무탈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두 다리에 힘을 주십사하고 두 손 모아 빌었습니다. 공원입구에서 화손대를 거쳐 전망대를 둘러본 후 다대포객사를 거쳐 공원입구로 돌아 나오는 길은 몰운대 섬의 둘레 길로 이 길로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9시32분 아미산전망대에서 낙동강 하구 섬들을 조망했습니다. 몰운대 전망대 앞 바다에서 시작한 낙동정맥 종주는 대략 오른 쪽으로 동해를 끼고 북으로 오르는 길로 초반에 부산 시내를 빠져나가기까지 아파트단지 등을 지나야해 지도만 보고 산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몰운대공원입구에서 북쪽으로 몇 분 걸어 만난 넓은 차로를 건너 수 분간 왼쪽으로 걷다가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우체국 앞으로 진행합니다. 우체국 앞에서 몰운대성당 건너편의 아미산 전망대에 다다르기까지 주민들에 몇 번을 물어 길을 이어갔습니다. 아미산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하구의 섬들을 조망한 후 산 마루에 낸 차도를 따라가다 몰운대초교 조금 더 가 다다른 사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이내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다 롯데캐슬아파트 101동을 조금 지나 오른 쪽 산길로 올라섰습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한참동안 머무르며 낙동강하구를 조망했습니다. 낙동강은 태백산의 황지연에서 발원해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여러 도시들을 지나 부산광역시에 이르는 전장 514Km의 장대한 물줄기입니다. 삼국시대에 경상남도 일대를 지배해온 가락국의 동쪽을 흐른 다하여 낙동(洛東)이라 이름 붙여진 이 강의 동쪽 울타리산줄기가 바로 이번에 종주하는 낙동정맥으로 낙동강 하구에서 이 정맥도 같이 끝납니다. 이번에 조망한 낙동강 하구는 3년전 강화도의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한강의 하구와 달랐습니다. 한강은 서해바다에서 멀지 않은 파주의 오두리에서 임진강과 합류해 서해로 향하다가 이내 예성강과도 한 번 더 합류해 강화도 앞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데, 낙동강은 남해바다에서 멀지 않은 하중도에서 동낙동강과 서낙동강으로 분류되어 부산 앞 남해 바다로 흘러들어갑니다. 대다수의 강들이 하구로 이동하면서 지류의 물들을 합류해 그 세를 더해가는 데 유독 낙동강만은 하구에 이르러 오히려 두 줄기로 분류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이 강 하류에 삼각주가 발달해서입니다. 한강하구에도 강 한 가운데 작은 규모의 맨 땅이 보였지만 이는 물이 빠져 맨살을 드러낸 갯벌로 낙동강 하구에 삼각주가 발달해 형성된 섬들과는 다른 것입니다. 상류로부터 침식작용을 통해 흙과 모래를 운반해오던 하천의 하도경사가 하구에 가까워지면서 줄어들어 운반력이 약해집니다. 이리되면 더 이상 운반이 안 되고 운반된 흙과 모래가 쌓여 삼각주가 형성되는 데 낙동강 하구 한 가운데 만들어진 섬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아미산에서 서쪽 멀리 보이는 가덕도까지 육지로 연결될 날이 멀지 않다는 것이 바로 낙동강 하구에 섬들이 새로 생기고 또 생긴 섬들이 계속 자라 커질 것이라는 유력한 증거일 것입니다.
10시43분 해발234m의 아미산 봉수대에 올랐습니다. 롯데캐슬 101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오른 쪽으로 올라선 산길은 널찍하고 경사도 완만했습니다. 그간 바닷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어 아파트단지를 지나면서도 그리 더운 줄 몰랐는데 막상 산길로 들어서자 바람이 숨을 죽여 후덥지근했습니다. 삼거리에서 왼쪽 헬기장을 들렀다가 오른 쪽의 아미산 정상으로 옮겨가 응봉봉수대를 둘러보았습니다. 인근 학교 초등학생들이 막 다녀간 후여서 잔치를 막 끝낸 집같이 조용한 봉수대 앞마당 한가운데 삼각점이 박혀 있어 이 봉우리가 아미산 정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게 낙동정맥 종주 중이냐며 반갑게 인사를 해온 한 분으로부터 정밀고개로 가는 길이 오른 쪽 길임을 확인하고 그 길로 내려갔습니다. 서림사 입구를 지나 신다대동아파트 105동 앞에서 육교로 올라서자 왼쪽 바로 위로 넓은 차도가 지나는 정밀고개가 보였습니다.
12시20분 금산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육교를 건너 그 방향으로 직진했습니다. 산허리에 낸 차도를 따라가 왼쪽 길 건너 다송초교를 지난 후 곧바로 삼거리에 이르렀습니다. 삼거리에서 왼쪽 위로 이어지는 계단 길을 따라 올라 시멘트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길로 똑 바로 올라가 산마루를 지나는 차도로 오른 다음 오른 쪽으로 꺾어 찻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내 다다른 구평산마트 앞에서 오른 쪽 차도를 따라 진행하면 될 것을 오른 쪽 위 산길로 들어선 것이 이번 산행 첫 번째 알바였습니다. 운동기구가 설치된 산마루 금산쉼터(?)에서 점심을 든 후 봉화산으로 옮겨가고자 했으나 여기 저기 어지럽게 길들이 나있어 제 길을 찾지 못하고 한참동안 헤매다가 다시 쉼터로 돌아왔습니다. 쉼터에서 마침 제가 가고자 하는 봉화산을 잘 아시는 아낙 두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들의 안내로 금산쉼터에서 구평산마트 앞으로 다시 돌아가 다다른 예원공방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자 이내 봉화산이 보였습니다.
14시27분 해발155m의 봉화산쉼터에서 잠시 등을 눕혔습니다. 산마루식당앞 삼거리에서 오른쪽 위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는 길을 능선 한 가운데 과수원을 조성해 놓은 주인이 울타리를 쳐 놓았습니다. 곧바로 진행하지 못하고 능선 왼쪽 아래로 지나는 왕복2차선의 차도를 따라 얼마간 내려가다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 쪽 산으로 들어서 없는 길을 내가며 산등성으로 오르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십 수분 후 만난 정맥 길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해 올라선 봉우리가 146봉으로 이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자 차도가 보였습니다. 차도 건너 보이는 149.8m봉으로 오르는 길이 잠시 가팔랐을 뿐 산마루를 따라 걷는 정맥 길이 마냥 편안해 쉬지 않고 걸어 이내 운동기구들이 들어선 봉화산 쉼터에 이르렀습니다. 생각지 못한 알바로 1시간 가까이 시간을 까먹었습니다. 대치터널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감천고개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하고 쉼터 정자에 잠시 등을 눕혀 편히 쉬었습니다. 봉화산 쉼터에서 장림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다소 급한 편이었습니다. 봉화산 쉼터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큰 길을 따라 내려가 차도를 만난 곳이 장림고개 왼쪽 조금 아래였습니다. 오른 쪽으로 조금 올라가 14시 51분에 SK주유소 앞 차도를 건넜습니다.
16시13분 감천고개에서 1구간종주를 마쳤습니다. 주유소 건너편 쉼터에서 잠시 숨으로 고르며 갈 길을 확인했습니다. 자유아파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다가 104동 앞 삼거리에서 왼쪽 위 산길로 들어섰는데 별안간 총성이 울리더니 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 계속 진행해야할 지 말지 잘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때 마침 산에서 내려오는 한 아주머니로부터 예비군들이 사격 훈련하는 것이라며 길만 따라가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듣고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총성은 멈췄고 조금 올라가자 군부대 울타리가 보였습니다. 이 울타리를 따라 가다 군부대 후문을 지나 보도블럭을 따라 올라 헬기장이 들어선 구릉에 올라섰습니다. 구릉에서 “96임도시설/괴정 구평지구” 표지석이 서있는 안부로 조금 내려갔다가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송전탑 앞 평상을 만나 이 상에다 짐을 내려놓고 10분 여 쉬었습니다. 평상이 놓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 감천삼거리와 구평고개 중간쯤의 차도로 내려섰습니다. 차도를 따라 구평고개 마루까지 올라갔다가 정맥 길이 이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감천삼거리 쪽으로 되 내려가다 차도를 건너 96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괴정역에서 내려 부산역까지 지하철로 옮겼는데 서울서 사용하는 T머니교통카드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참으로 편리했습니다.
첫 번째 낙동정맥 종주 길은 부산 시내를 걷는 구간이 여러 곳 있어 제대로 마루금을 이어가지 못할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다행히 큰 알바를 하지 않아 긴 시간 헤매지는 않았습니다. 아스팔트길에서 내뿜는 지열에 숨이 턱턱 막히는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닥치기 전에 부산시내 권을 벗어나야 하는 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송대기말고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6월 중에는 두 번째 구간 종주에 오르지 못할 것이기에 아무래도 해가 긴 7-8월에 빡세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더위를 피해 종주하기는 애당초 그른 일입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하구의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선합니다. 하천의 하구나 바닷가에 모래나 자갈이 흘러와 쌓여서 수면 위로 드러난 모래톱을 연안사주라 합니다. 모래톱이 물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 어민들은 이를 속등이라 부르고 해수면 위로 성장하면 등이라 부른다 합니다. 전망대에서 서쪽 바로 아래 모래톱이 도요등이고 무심코 지난 다대포해수욕장 앞 모래톱은 새부리등입니다. 이들 모래톱들은 계속 자라 언제고 을숙도 만한 큰 섬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런 모래톱을 바라보는 저는 저들과 달리 성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벌써 성장이 멈췄기에 정신적 성장만 기대해야 하는데 매사 욕심이 앞서 더 이상 성장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면 방송대를 다니며 새로운 것을 계속해 배워나갈 뜻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이 성장하는 동안 “낙동강둘레산줄기 환주”를 마치고 그 산행기를 책으로 엮어가면서 저 자신의 성장을 추슬러볼 생각입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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