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사람이 낭패를 당하는 경위를 살펴보면 돈 문제, 성 문제 그리고 권력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돈에 얽힌 탐욕, 욕정을 불태우는 불륜 그리고 권력에 취하여 안하무인격으로 군림하다 민중의 적이 된 군주들의 추락 사례들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느끼곤 합니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너짐을 초래한 원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기반에 균열이 생기면서 산사태처럼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 자기 파괴의 전형적인 수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육체와 더불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영적인 존재입니다. 직업과 종교, 남녀노소 그리고 지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혼이라는 텃밭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가꾸는 농부의 소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부유하고 유복해도 자기 영혼의 경작을 소작농을 고용하여 대리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한때 국가 대표 펜싱선수였던 남현희씨가 최근 일으킨 사회적인 물의 때문입니다. 남현희 선수는 펜싱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한때 국가대표 선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기 피해자들의 고발로 전청조씨와 함께 준엄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때가 마침 늦가을이라 심고 가꾸고 거두는 수확에 법칙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영혼의 텃밭을 가꾸는 경작인의 사유도구와 영적 작물 재배법의 비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영혼의 텃밭을 가꾸는 사람의 열두가지 사유의 경작도구.
첫번째, 나이 듦에 대한 시각을 바꿔라. 나이듦에 대한 시각을, 상실이라는 믿음에서 영적 발전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 시각으로 얼마나 전환했는가?
두번째, 어디서나 사랑을 찾아라. 세상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가?
세번째, 함께 함을 기뻐하라. 다른 삶과 함께하는 삶을 살면서 그 안에서 얼마나 기쁨을 느끼는가?
네번째, 현재에 살아라. 현실을 인식하고 현실에 충실함을 나타내는 정도.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에 충실한 것이 가장 자연스런 삶의 모습이다.
다섯번째, 진정한 자아를 찾아라. 세상의 관점에서 본 자기 모습이 아니라 성스럽고 진실된 자아를 발견하고 소유하게 되는 정도.
여섯번째, 용서하라. 용서의 본질을 이해하고 생활에서 무조건 용서를 실천하는 정도.
일곱번째, 분노와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워라. 평소 마음의 평화와 하느님의 평화를 느끼는 정도.
여덟번째, 아낌없이 베풀어라. 오직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얼마나 일하는 가?
아홉번째, 신앙에 기뻐하라.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또는 다른 종교의 경우 그 신앙의 모태)에 대해 확신하는 정도.
열번째,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라. 우리 인생의 깊은 의미를 볼 수 있게 해주시는 하느님(또는 다른 종교의 경우 그 신앙의 모태)에 대한 인식의 정도.
열한번째, 감정의 포로가 되지 말라. 나이 들어 감에 따라 부닥치는 모든 사건과 관계와 상황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관리 할 수 있는 정도.
열두번째, 삶의 균형을 유지하라. 삶의 다양한 분야를 하나로 통합 할 수 있는 역량. 삶의 각분야에 대한 똑같이 열과 성을 다 할 수 있는 역량.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이야기할 때도 grade average가 수학능력측정에 종합평가도구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음은 삶의 균형 유지와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돈, 성, 권력에 편집증을 보이는 것은 치유해야 할 중독 증세로 결코 정상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의 텃밭에 열 일곱 이랑 의 농작물 심기.
첫번째, 다섯 이랑의 완두콩을 심 어라. (영어 원문은 Ps(P라는 두문자로 시작되는 단어)로 발음 상 peas (완두콩의 복수형)과 비슷합니다. 여기서는 알파벳 p로 시작하는 다섯가지 인성의 긍정적인덕목 즉 perseverance(불굴의 인내), politeness(공손한 태도), praise(칭찬하기), peacemaking(화해와 조정자의 역할), prayer(기도)을 일상생활에서 배양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라는 비유입니다.
두번째, 네 이랑의 상추를 심어라. (원문은 Let us로 발음상 영어 단어 lattice(상추) 와 아주 비슷하게 들립니다. Let Us는 네가지 실천사항을 말합니다. 언행의 성실함을 실천하자(be faithful in word and deed). 가진 것을 베푸는데 인색하지 말라 (be unselfish with our resources). 서로 충직하자(be loyal). 서로사랑하자(love one another)
세번째, 세 이랑의 호박을 심어라: 원문에 squash는 호박이라는 뜻과 억제하다 라는 뜻의 다의어 입니다. 까십(gossip), 비난(criticism) 그리고 무관심(indifference)를 억제하라는 뜻입니다.
네번째, 다섯이랑의 순무를 심어라. 원문은 turn up으로 순무라는 단어(turnip)와 발음상 비슷합니다. 한편 turn up은 출석하다, 발현하다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학교 행사, 스카우트 모임 그리고 야구 경기에 시간에 맞춰 출석하라. 가족모임에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라 (turn up with a better attitude).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라(turn up with new ideas). (얼굴에)미소를 띄라(turn up with a smile).
한편 사람의 품성을 황폐화시키고 자기파괴의 원인이 되는 나쁜 씨앗들은 탐욕(greed), 증오(hatred), 두려움(fear), 욕정(lust), 절망(despair), 불관용(unforgiveness), 질투(envy), 분노(anger), 게으름(sloth) 그리고 무절제함(drunkenness) 등입니다. 이러한 악의 씨앗들은 평소 친절하고(kind), 너그러우며(generous), 감사할 줄 알고(thankful) 그리고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환희에 차 인생을 보람 있게 즐기는 사람(joy-filled person)에게는 촉수를 뻗지 못하게 하는 불모지의 역할을 합니다. 범사에 감사하고 평소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사람의 아름다운 품성은 영혼의 텃밭에서 좋은 토양을 바탕으로 선한 씨앗이 움튼 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가꾸어야 비로소 성숙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인격은 결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과거완료형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 생애를 통해 오랜 시간 노력과 정성을 들여 조금씩 완성을 향해 다가가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펜싱선수 남현회씨는 전청조 라는 애송이 사기꾼을 삼성의 이건희 회장보다 더 돈이 많은 재벌 2세로 잘못 알고 주위사람들에게 그와 교제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신문과방송에 보도된 남현희씨의 애정 행각을 살펴보면 전청조씨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사람이라면 성전환한 사람을 재혼 상대로 생각할 엄두가 났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51조원의 어마어마한 가짜 예금 잔고에 정신이 팔려 유명잡지사에 구혼 기사를 실을 정도로 당당하고 득의 만만 했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돈에 대한 허영과 탐욕이 지나쳐 남현회씨를 눈멀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토록 흠모하던 전청조씨가 무일푼의 사기꾼으로 밝혀지자 펜싱선수 남현희씨는 자기도 속았다는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영혼 없는 한 기계 형 인간의 충동적이고 허무한 정신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심고 거두는 일에 대한 성경 말씀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종두득두(種豆得豆), 고진감래(苦盡甘來), 대기만성(大器晩成)등의 동양식 표현보다 더 시적으로 심기와 거두기의 인과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시편 126장 5-6절)
Those who sow in tears will reap with songs of joy. Those who go forth weeping, carrying the seed to be shown, will return with shouts of joy, carrying their sheaves. (Psalm 126:5-6, NCB)
스콧트란드 출신의 소설가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한 말도 경청할 만합니다. “Don’t judge each day by the harvest you reap, but by the seeds you plant.” 즉 “하루의 일과를 얼마나 수확했느냐 보다 얼마나 많은 씨앗을 심었는 지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하라.” 입니다.
가정에서 아동의 가정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야 말로 스티븐슨의 말을 헌신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더라도 교육 열이 높은 한국의 학부모님들이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인성 계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벼농사야 말로 심고 거두는 일에 대한 인과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한국적 지혜의 상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현희씨 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국민은 영적으로 매우 건강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리처드 P. 존슨(Richard P. Johnson)이 저술한 “내 영혼의 리필(The 12 Keys to Spiritual Vitality), 한정아 번역 열린 출판사와 브라언 카베나우(Brian Cavanaugh) 저 Sowers Seeds that Nurture Family Values(Paulist Press)등을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