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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의 종 수녀회 한국지부장 권옥주 수녀가 유치원 어린이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안나 자매님, 우리 수도회에 들어오면 식모살이를 해야 할지도 몰라요. 우리 수도회는 가난하거든요."
독일인 수녀의 말에 20대 후반 권옥주 안나는 주저하지 않고 수녀회 입회를 결심했다.
25년 전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현 서울대교구장) 초청으로 한국에 진출한 마리아의 종 수녀회(총원장
마리아 가르멜라 조르다노 수녀)다. 수녀회는 올해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았다.
한국 진출과 동시에 입회한 권옥주 수녀 역시 은경축을 맞았다. 그는 지금 한국지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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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물놀이하자~." 마리아의 종 어린이집 원장 서남희 수녀가 어린이들과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수녀회 본원은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조용한 시골 산자락에 있다.
2004년 건물을 짓기 전까지 수녀들은 20여 년을 조립식 건물에서 살았다.
"조립식 수녀원에서 산 20여 년은 가난을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녀원을 지을 때 진 빚이 조금 남아 있지만 수녀들은 25주년을 맞아 나눔에 앞장서기로 했다.
권 수녀는 "25살이면 자립할 나이"라며 "이제부터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받은 사랑과 관심을 나눠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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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 독일에서 한국으로 파견할 선교사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수녀회는 2년 전부터 25주년을 준비해왔다. 2008년은 기억과 감사의 해로 정해 수도생활 쇄신을 고민했고,
2009년은 경축과 희망의 해로 정해 설립정신에 응답할 방법을 논의했다.
수녀회는 12일 오전 11시 수녀원 바로 옆 봉담성체성혈성당에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25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선교를 위한 바자를 연다. 바자 수익금은 2005년 인도네시아에 파견된 수녀회 선교
수녀들과 2008년 수단에 파견된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미사에서는 수녀들이 함께 필사한 성경과 장기ㆍ각막ㆍ조직기증 서약서와 설립자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에 대해 쓴 책 「미루나무 그늘아래」
(박광호 씀/썬앤북스/1만5000원)를 봉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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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회 상징. 성모님을 상징하는 M자와 마리아께 속한 종(Serva)의 첫 자 S가 합성된 것이다. 화관은 성모님의 종을, 화관 위의 백합 7송이는 설립자 성인 7명을 의미한다. |
수녀회 영성은 수녀회 이름처럼 성모 마리아 영성을 본받는 것이 첫 번째다.
형제적 공동체 생활 속에서 마리아의 모범을 따르며 하느님과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이 목표다.
고통받는 이들을 모두 예수님으로 바라보기에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도 항상 환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수녀회 모토와 "일상을 비범하게 살라"는 설립자 바칠리에리 신부
가르침대로 수녀들은 늘 주어진 상황에 기쁘게 응답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기쁘게 살아야 이웃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어요. 우리는 함께 신앙을 완성해가는 여정에서
서로에게 지지자, 협조자, 동반자랍니다."
수녀들의 기쁨에 찬 삶을 보아온 이웃들은 2004년 자발적으로 '페르디난도 가족 모임'을 만들어
수도회와 함께하고 있다. 페르디난도 가족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수녀들과 함께 기도하고 복음을 묵상한다.
권 수녀는 "한국 땅에서 마리아의 종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 기쁘다"면서도 "각자에게 맞는
행복은 다 다르고, 수도자는 일꾼이 아니라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수도자가 되고 안 되고 또는 어떤 수도회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의 사람으로
기쁘게 복음을 증거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한국인 수녀는 모두 20명. 마리아의 종 수녀회는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체코, 인도네시아 6개국에
200명 가족을 둔 국제수도회다.
본당 사도직을 근간으로 활동하는 수녀회는 현재 청주, 수원, 인천, 서울 등 4개 교구 5개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원에서는 '마리아의 종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편, 수원교구 이주사목센터 '수원 엠마우스'에도
수녀 한 명을 파견했다.
수녀들에게는 아름다운 꿈이 있다. 정신적, 육체적, 영적으로 고갈돼 있는 사람들을 돕는 영성센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땅도, 돈도 없다. 빚도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
"하느님이 원하시면 원하시는 곳에 언제든 지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일상을 비범하게 살고, 그분이 시키는 대로만 하기에 수녀들은 걱정이 없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수도회 영성과 역사
마리아의 종 수도회는 123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교회 사상 유일무이하게 일곱 성인에 의해 설립된
수도회다.
다양한 신분의 성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루살렘 초대교회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생활을 하면서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모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온 생애를 바쳤다.
마리아의 종 대(大)수도회는 남자수도회, 관상수녀회, 활동수녀회, 재속회, 평신도 단체로 구성돼 있다.
같은 영성을 살지만 설립자의 설립 목적에 따라 수녀회를 구분하기 위해 설립지명을 붙여 부르는데,
가족수녀회만 20개가 넘는다. 한국에 들어온 수녀회는 갈레아짜의 마리아의 종 수녀회다.
갈레아짜의 마리아의 종 수녀회는 1852년 갈레아짜의 성 마리아 본당 주임으로 임명된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사진>에 의해 설립됐다. 1883년 마리아의 종 대수도회의 한 수도가족으로,
1947년에는 교황 비오 12세로부터 교황청 설립 수녀회로 승인을 얻었다. 한국에는 1985년 9월 진출했다.
바칠리에리 신부는 1893년 7월 13일 영면, 199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가경자로 선포됐으며
1999년 10월 복자품에 올랐다.
김민경 기자
*성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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