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 | 김숲
부엉이가 우는 아침 외
아침을 먹었는데 자꾸 배고프다
햇빛은 빗소리 뒤로 꼬리를 감추고
자동차들은 창밖을 날고 있다
난 거실 소파에 기대어 박제된 부엉이처럼
텅 빈 눈으로 티브이를 핥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가 거실에 뿌리를 내리고
영혼의 나무 에이와처럼
천정에 가지를, 이파리를 별빛처럼 편다
그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바라본 순간
밤처럼 어두워지고, 부엉부엉 우는 나
고개를 270도 돌려 세상을 보지만 90도는 보지 못하고
90도의 세상이 나를 캄캄한 쪽으로 밀어내는데
형형하게 빛나는 파란 눈으로
커다란 날개 활짝 펼칠 수 있을까
낮이건만 밤 같기도 하고
밤이건만 낮 같기도 한 나
부엉, 리모컨을 누르자
네모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바오밥나무
그 나무 우듬지 사이로 부엉이 한 마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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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천변을 따라 길게 난 방죽
어스름 속 피라미들 은빛 등을 휘날리며 튀어 오르고
소금쟁이들이 물 위를 걷고 있다
서쪽 길 끝으로 저녁놀이 지고
한참을 따라 걷는데
길가, 푸른 눈의 까아만 고양이
앞다리를 세우고 앉아
눈동자에 말려있던 물음표 같은 소리
야~옹 풀어 놓는다
그러자 하늘에 별이 하나 반짝 뜬다
매일 그 시각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어디에서 길을 잃은 걸까
바다로도 도시로도 이어지는 이 길을
너는 어디까지 갔다 왔을까
행여 주인이 항로를 잃을까 움직이지도 못했을 너와
길을 잃고 난파선처럼 이 길에 다다른 나는 무엇이 다를까
목울대로 밀물이 들어온다
바다 쪽으로 한참을 걷다 다시 돌아오는데
그 길에서 아직도 모르스 보호 같은
울음소리를 타전하고 있는 고양이
너와 난 어떤 중력에 이끌려 궤도를 잃고
세상의 바깥을 떠돌다 이 행성에 불시착한 것일까
‘어둠에서 빛나는 너의 시선을 따라가’*면
우리의 기다림처럼 푸른 별,
장미 한 송이 피어 있는 그곳에 다다를 수 있을까
*어린왕자 중에서
김숲 | 2014년 《펜 문학》 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간이 웃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