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윤석의 시조산책 6
오늘의 화두는 “엉뚱하게 써라“이다.
엉뚱하다는 것은 발상이 신선하다는 것이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쓴 글이라는 뜻이다.
엉뚱하게 쓰면 짧을수록 선명하다.
오늘은 엉뚱하게 쓴 시조 3편을 소개하는데, 이 화두만을 위해 필자의 짧은 글도 싣는다. 별로 좋은 글은 아니지만 화두를 설명하는 데는 안성맞춤의 글이므로…
부드러운 면발은 굳은 지 이미 오래,
이 굳은 자장면이 삼선이나 했다니!
가끔씩 국회의사당에
출근하는 자장들
북경반점 철밥통에 너무 오래 담겨졌나
한 쪽으로 몰려서 달라붙은 자장면
힘없는 나무젓가락만
툭, 하고 부러진다
박성민 <삼선자장> 전문
어제 낮
대로에서
방뇨하던 고 계집애
메마른 이내 속내
불 잔뜩 싸지르고
제 볼 일
이미 봤다고
내빼는 꼴이라니
백윤석 <여우비> 전문
불임의 한 여자가
양수 왈칵
쏟고 있다
실핏줄 도드라진 계곡,
진달래 꽃술마냥
몸 풀자
발정난 대지
다, 다, 다산이
시작된다
임채성 <입춘 무렵> 전문
우선 박시인의 <삼선자장>을 보자.
박시인은,
△전남 목포 출생(1965)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2002),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2009) 당선
△제2회 천강문학상 우수상(시조) 수상했다.
시조인으로서는 그래도 젊은 축에 속하는 나이다.
2014년 귀국해 다시 시조를 공부할 즈음, 이 시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듯 2수밖에 안 되는 시가 엄청난 인상을 주다니…
자장면은 부드러운 면발이 생명이다. 그런데 굳은 지가 오래된 자장면은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그것도 보통 자장이 아닌 삼선 자장을 큰마음 먹고 시켰는데 굳어져서 먹기 힘들다고 버릴 수는 없지 않을까.
박시인은 삼선이란 단어로 삼선이나 당선된 국회의원을 생각해 낸다. 아주 신선한 발상이다. 삼선이 되기까지 그의 역량은 탁월했을 것이고 쏟아낸 노력도 엄청났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 초심을 잃는 법, 이 자장들은 이미 타성에 젖어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자리나 지키려고 애쓰고, 주어지는 혜택에 만족하며 임기를 보낸다. 그래도 가끔씩 출근하여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 챙긴다. 안전하게 지켜주는 철밥통에 너무 오래 머문 탓일까. 한쪽으로만 몰려 있어 도무지 섞이지도 않는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힘없는 나무젓가락으로 묘사된 국민은 희망을 잃고 툭! 부러지는 일만 남았을 밖에...
비유가 아주 선명해서 내겐 깊은 감동을 준 시였다. 다만 필자가 느끼기에 아쉬웠던 점은 북경반점이 대표반점으로서의 이미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여의반점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필자의 <여우비>는 우연찮게 얻은 시다.
시조카페에 신입회원이 들어와 자기 작품을 한 편 올리면서 평을 부탁했다. 아마도 자기 딴에는 그래도 이만하면 잘 쓰지 않았느냐는 과시욕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너무 평범했다. 남의 글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평을 하다보면 오해도 생기고 해서 누구도 남의 작품 평하기를 주저하는 게 현실이다. 오지랖이 문제였다. 그놈의 넓은 오지랖이...
댓글로 설명을 하다가 잘 모를 것 같아 예를 들어주기 위해 잠깐 만에 쓴 시다. 인간의 생리현상을 도입한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자연현상의 특징을 잘 끄집어내어 짧은 시간(한 1-2분)만에 쓴 시 치고는 나름 오늘의 화두에는 적합하다고 보여 감히 소개를 했다.
마지막으로 임채성시인은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을 했다. 천강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15년 김만중문학상 은상, 2016년 중앙시조 신인상을 수상한 차세대 샛별이다. 더 좋은 작품도 많이 있는데 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엉뚱하게 쓰라는 오늘의 화두를 위해서다.
입춘 무렵에는 조신한 여인들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겨우내 몰아닥치는 추위로 외출이 잦지 못했던 까닭이다.
대지는 겨우내 불임한 여자로 묘사되었으며 불임한 여자도 양수를 왈칵 쏟아내는 아주 환장할 봄이다, 만산에 지구의 인구만큼이나 꽃을 다산해내고 있고, 그 종도 인류의 인종보다 많이 한 계절에 왈칵 쏟아내고 있으니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할 밖에…
아니 아무리 달변가라도 말더듬이가 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