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go 飛 上
talked by CY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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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화. 빨간 버섯
__데미안은 터덜터덜 기숙사를 내려가다가 유나 선생님을 만납니다. 시선을 잠시 하늘로 돌려보지만 다시 땅으로 내릴 때까지 유나 선생님이 아직 앞에서 걸어오고 있네요. 데미안과 눈이 마주치자 유나 선생님이 빙긋 웃어 보입니다. 데미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올리네요. 유나 선생님은 발걸음을 멈추고 데미안에게 말을 겁니다.
__「데미안,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나요?」
__「뭐, 그럭저럭요.」
__데미안은 건성으로 말하고 지나가려는데, 유나 선생님이 그의 손목을 잡아채는군요. 데미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유나 선생님과 마주 섭니다. 유나 선생님이 그를 올려다보네요.
__「류첼과도 사이좋게 지내요.」
__데미안은 손을 아래로 털어 유나 선생님의 손을 떼어내고 콧소리를 냅니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유나 선생님을 내려보는군요. 데미안의 눈가에 골이 파입니다.
__「선생님, 그 말 진심이에요?」
__유나 선생님은 데미안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네요.
__「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아크가 그 지경이 될 걸 알면서도 그런 조언을 해 주셨답니까?」
__데미안은 지금 지난 마법 대결 때 얘기를 하고 있는 거랍니다. 유나 선생님은 우물쭈물 말을 못하다가 곧 작은 목소리로 내는군요.
__「그건 아크가 꼭 이기고 싶다고 그래서…」
__「그런 식으로 착한 척하지 마시라고요! 이젠 진절머리가 나요. 선생님도 류첼이 미우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그 녀석 때문에 불명예 마스터가 되고, 그 녀석 집안에 무릎을 꿇고 빌고, 그런 거 아니냐고요? 그런데도 그 녀석이랑 잘 지내라는 말이 나와요? 늘 그 모양이니까 당하고만 사는 거 아닙니까?」
__데미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말을 마치자 데미안은 거칠게 숨을 내쉬는군요. 유나 선생님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나직이 고개를 들어 데미안을 바라봅니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네요.
__「하지만 다 지난 일인걸요. 그러니까 데미안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거예요. 언제까지 이렇게 삐딱하게 있을 수는….」
__데미안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애써 유나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는군요. 하지만 유나 선생님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죠. 론이 퍼렇게 질린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으니까요. 그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소리를 짜내서 소리쳤죠.
__「아크가, 아크가 죽었어요!」
__다급한 상황에서 ‘아크가 괴물한테 잡혔어요.’ 혹은 ‘아크가 동굴에서 도망치다가 뒤쳐져서 사라졌어요.’같은 말을 떠올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효과는 확실해서, 유나 선생님과 데미안은 멍한 얼굴로 론을 바라보았죠. 그리고 동시에 소리칩니다.
__「아크가 뭐?!」
gogo 飛上
__시간은 다시 전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괴물로부터 도망갈 무렵. 워낙 반작용이 늦은 아크도 뒤늦게 아이들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크가 어지간히 달리기가 느린데다, 설상가상으로 돌부리에 걸려 자빠지고 마는군요.
__
__「우아아악!」
__크아아아아아아!!
__이윽고 괴물은 아크 바로 앞까지 다가와 버렸습니다. 빛 하나 없이 동굴 안은 어두컴컴합니다. 바로 앞도 보이지 않죠. 괴물의 거친 숨소리만 가까이 들려올 뿐입니다. 바로 앞에 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통 보이지 않습니다. 아크, 이제 소리도 못 지르고 두려움에 잔뜩 질려 있습니다. 물론, 이런 아크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마는요.
__「으… 으… 사… 사… 살… 려… 어….」
__크르르르르….
__괴물이 소리 지르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거칠게 숨을 들락날락거립니다. 축축하게 젖은 코가 아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군요. 아크의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습니다. 두 눈을 굳게 감은 채 이젠 죽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크의 운명도 참 기구합니다.
__크르르르….
__그런데 웬일인지 괴물이 아크를 죽일 생각을 않습니다. 두리뭉실한 털들이 아크의 온 몸을 훑더니 곧 아크의 몸이 붕 떠오르는군요. 무슨 마법이냐구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 괴물이 아크를 들어올린 것이랍니다. 그리곤 어디론가 가는군요. 아크는 완전히 정신을 잃은 채, 그저 괴물의 등에 실려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__그리고 마침내 괴물과 아크가 도착한 곳은, 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근원지,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동굴 속의 커다란 공터였습니다. 붉은 색 버섯이 마치 잔디처럼 깔려 있네요. 괴물은 동굴 한 편에 아크를 내려놓고 한가롭게 버섯들을 뜯어먹습니다. 그 괴물은 온 몸에 흰색 털을 뒤집어쓰고 있어 흡사 북극곰처럼 생겼네요. 하지만 북극곰보다는 훨씬 털이 길군요.
__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아크는 서서히 정신을 차립니다. 평소의 띨띨한 표정에서 부스스한 표정까지 더해 더욱 멍한 얼굴을 하고는 가늘게 눈을 뜨네요. 주위를 한 번 휘 둘러보는군요.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빨간 버섯 밭, 그리고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그 허연 털의 괴물입니다.
__「으아아악!!!」
__아크의 비명에 괴물은 천천히 아크를 돌아봅니다. 두 눈이 긴 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군요. 까맣고 축축한 코만 털 사이에 선명히 드러날 뿐입니다. 하지만 왠지 괴물의 눈빛에 적의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__「살아… 있는 건가? 꿈은 아니겠지? 천국이라거나….」
__고전적인 방법으로 볼 따귀를 빠직 꼬집어봅니다. 「아얏!」 꿈은 아닌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아크는 저 이상하게 생긴 괴물한테서 무사히 살아났다는 것이군요. 더군다나, 어떻게 보면 그 괴물 또한 제법 온순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__「아, 안녕?」
__크르르르….
__역시 동물적 지능을 가진 아크답게 괴물과의 무언가의 교감이 오고 간 듯 싶습니다. 갓 말을 배운 아이들이나 주고받을 만한 말을 몇 마디 건넨 아크는 왠지 모를 친근감을 괴물에게서 느낀 모양이네요.
__「알고 보니 세릭보다 훨씬 온순한 놈이구나. 세릭은 말이지, 정말 난폭한 괴물이라구.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__한동안 그렇게 괴물에게 일방적인 잡담을 떠는 아크입니다. 어느덧 꽤 친해진 것 같군요. 얼마쯤 지났을까요, 아크의 배에서 오후를 알리는 긴 종이 울려 퍼집니다. 아크는 등가죽과 뱃가죽이 눌어붙은 자신의 배를 측은하게 바라봅니다.
__「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냐?」
__아크는 괴물에게 말을 건네 봅니다. 그런데 괴물은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그 처량한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는지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괴물이 눈빛으로 가리킨 곳은 동굴 바닥에 널려있는 빨간 버섯들이었습니다.
__「저, 저게 먹는 거야?」
__아크가 미심쩍어하는 태도를 보이자 괴물은 직접 버섯을 한 두입 먹어 보입니다. 멀쩡하군요. 아크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그 빨간 버섯을 살펴봅니다.
__「생긴 건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먹어도 괜찮으려나?」
__꼬로로로로로로록.
__「배고픈데 뭔들 못 먹겠냐.」
__아크는 버섯을 하나 따서 가까이로 가져와 봅니다. 빨갛게 익은 버섯 대가리가 제법 먹음직스럽게 생겼군요. 그래도 날버섯은 좀 그러네요. 아크도 그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버섯을 손에 든 채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군요. 그 모습을 괴물은 조금은 멍청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__꼬로로로로로로록.
__아, 그러나 더 이상 망설이고 자시고 할 거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배고픔에 눈이 핑 돌 정도군요. ‘기왕 세릭한테 뒤집어씌운 거 배터지게 먹을 걸.’이라고 후회하는 아크랍니다. 아크는 심각하게 버섯을 노려보더니 눈 딱 감고 한 입 베어 물어봅니다. 아크는 표정을 찡그린 채 우물우물 버섯을 씹어 넘기는군요. 그리고 일단 한입 들어가니까 깡도 좋아진 모양입니다. 아예 배고픔을 때울 생각인지 마구마구 버섯을 먹어버립니다. 냠, 맛이 있나보죠?
__「으아, 살 것 같다!」
__아크는 이제야 배가 좀 차는지 만족스런 얼굴로 괴물 등짝 위에 드러누워 버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니까 하늘이 빙빙 도는 느낌이 오네요. 기분이 몽롱하고 좋아지는 듯 합니다. 이따금 실없이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는 아크입니다.
__「이히,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세릭이랑 싸워도 이길 것 같은데?」
__정말 정신이 이상해져 가는 것 같군요. 그렇게 누워있자니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에 괴물이 금세 반응하는군요. 그 소리란 ‘아크으~’라고 외치는 낯익은 목소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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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독버섯일줄 알았는데, 마약 성분이 있다거나.(...)
음. 독버섯 맞습니다. 대게 독버섯을 먹으면 환각효과가 있다고 하죠.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