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 백리길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알아야 한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다닐 행(行/0) 일백 백(白/1) 마을 리(里/0) 놈 자(耂/5) 반 반(十/3) 어조사 어(方/4) 아홉 구(乙/1) 열 십(十/0)] 어떤 일을 완성하는 데는 시작이 아주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시작이 반이다’란 속담을 자주 쓴다. ‘The beginning is half of the whole’란 영국의 격언과 쌍둥이다. 시작 때 조그만 잘못이 나중에 일을 그르친다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毫釐之失 差以千里(호리지실 차이천리)란 말도 있다. 毫는 터럭 호, 釐는 다스릴 리. 毫釐는 아주 적은 분량을 가리킨다. 시작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시작과 중간이 잘 되었다고 안심하면 막판에 와르르 큰코다친다. ‘다 된 죽에 코 빠진다’는 말이 잘 나타낸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이 시작을 중시한 것인데 비해 백리 길을 가는 사람(行百里者)은 구십 리를 왔더라도 반으로 알아야 한다(半於九十)는 이 말은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줄여서 行百里者 半九十(행백리자 반구십)이나 行百里者 半九十里(행백리자 반구십리)로 써도 같다. 劉向(유향)의 ‘戰國策(전국책)’에서 유래한 성어다. 前漢(전한)의 학자인 유향은 戰國時代(전국시대)란 이름을 이 책에서 가져오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秦策(진책)에 나오는 내용을 간단히 보자. 秦(진)나라 武王(무왕, 재위 기원전 311~307)은 용력이 뛰어났는데 주변국과의 싸움에서 연승하여 이웃 나라들이 감히 넘보지 못했다. 무왕은 자신이 제일이라며 점차 자만심에 빠졌다. 한 현신이 나서 간언했다. ‘처음은 누구나 잘 하지만 끝을 잘 마무리하는 사람은 적다(靡不有初 鮮克有終/ 미불유초 선극유종)’는 詩經(시경) 蕩之什(탕지십)을 인용하며 말을 잇는다. ‘100리를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여긴다는 말은 마무리의 어려움을 말한 것입니다(行百里者半於九十 此言末路之難/ 행백리자반어구십 차언말로지난).’ 이런 고언도 무색하게 무왕은 제 힘만 믿고 九州(구주)의 쇠붙이를 모아 만들었다는 九鼎(구정)을 들다 다리를 짓찧어 죽고 만다. 일을 맡았을 때, 특히나 전체 조직을 책임졌을 때 의욕을 갖고 일을 시작한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한다고 해도 틈은 있는 법인데 사소하다고 밀고 가다가 일을 망친다. 시작만 중시하고 마무리는 거들떠보지 않는 잘못은 곳곳에 숨어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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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칠리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