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중학교: 유** 선생님
유 선생님은 사춘기 때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려고
무던히 애쓰신 젊은 여선생님이셨다.
그런데 유 선생님이 33년 후 교장이 되셔서
제 딸아이가 다니던 학교로 오셔서 정년퇴임을 하셨다.
아버지와 딸의 스승인 셈이다.
그래서 딸이 고3 재학시,
50대를 눈앞에 둔 제자들이 정년퇴임식에 방문해서
"스승의 노래"를 합창했다.
아래의 글은 딸 아이 학보에 실린 나의 글이다.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힘이다.
인간은 참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격체가 될 수도 있고
잘못된 교육을 통해 쓸모 없는 나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교육은 그 만큼 인간의 가치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교육은 입학위주의 교육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사회교육은 현세적 가치추구에 치중하고 있어
정신적인 참 인성교육이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때에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 분이 Y선생님이다.
그 분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나의 담임선생님 이셨다.
나는 재수해서 1차 중학교 입학시험에 낙방하고
2차로 야간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 때는 막 사춘기로 접어든 시기였기에
다른 학생들이 하교할 때 책가방을 들고 등교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때였다.
그런데 1학년 2학기 때 Y선생님의 영어시험에서 백 점을 받았다.
일부러 한 문제는 틀리게 하려고
가장 어려운 Exercise문제에서 영작문을 냈는데
나는 운 좋게도 외운 문장이라 답을 쓸 수가 있었고
Y선생님에게 각인이 되었던 모양이다.
'당신 이름을 분필로 칠판에 써라' 였던 것 같다.
2학년 때 우리 담임선생님이 되셨고,
나는 더욱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아마도 그 때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때인 것 같다.
Y선생님은 젊은 여자 선생님으로
기혼인지 미혼인지도 잘 몰랐는데,
아무튼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우수한 학생들이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주경야독하고 있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선해 주셨고,
점심 준비를 못한 학생의 점심도 챙겨주셨다.
우리들은 야간학교에 다닌다는 열등감, 수치심 등이 사라지고
오히려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이에 비해 그 여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누나 같고,
어떤 때는 어머니 같은 자상함을 갖추고 있어
그 때부터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웠고
어떻게든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졸업 후 '안보면 멀어진다'는 말과 같이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게 사라질 무렵,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는 동창생들 소식을 듣고,
요즘 인기 있는 TV프로그램에서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선생님은 만나자 마자 나를 보시고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을 대견해 하셨다.
학교 다닐 때
'너는 흥부처럼 착하기만 해서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지..'
하며 종종 말씀하시며 걱정하신 것과 같이,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그 때 이후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매년 1~2번 만나
학생시절처럼 선생님의 인생이야기를 듣곤 한다.
한 번 선생님은 영원한 선생님이기에..........
그런데 내 딸 아이가
그 선생님이 교장으로 계신 학교의 학생이 될 줄이야...
세상은 참으로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은 것 같다.
선생님은 내 딸에게 너무도 관심을 갖고 잘 해주셔서
우리 아이도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정년퇴직을 하신다.
명예퇴직을 놓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시고는
금전보다는 명예롭게 교육계를 떠나고 싶다고 하시며
2년 더 근무하시겠다는 참 교육자이시다.
'책을 보고 이론을 가르쳐 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만,
행동과 실천 즉 인생을 가르쳐 주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말처럼
Y선생님을 내 일생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어려운 시절, 방황하던 시절
중심을 잡게 해주신 선생님...감사합니다.
2001.8.29
- 이 글은 정년퇴임 시 선생님께 드리는 제자의 글에서 발췌-
이제는 정년퇴직을 하시고 집에 계신
아내이자,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로 계신 Y선생님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 드리고,
앞으로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안부 전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에게
2005년 2월 8일
1월 15일에 보내준 네 소식은 잘 읽었다.
무사히 퇴임함을 축하한다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너의 집 전화를 수첩에 적어 놓지 않아
전화도 못하고 더듬더듬 메일을 치고 있다
**씨도 유나도 잘 지낼줄 믿는다.
손주들 셋이나 키우는 일 때문에
편히 앉아 쉴 틈이 없다 보니 생각뿐
너희 업소(전통 찻집)에 가보지도 메일도 못 보내어 미안했다.
**씨는 스승의 날에도 추석 때도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답장을 못 보내 지금도 미안하다.
유나는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도 궁금하다.
머리도 정신도 우수하고 올바르니
믿어주고 격려만 하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는다.
1월 15일에 네 소식을 읽고도
세잎 크로버가 너인지도 모르고 지냈는데,
좋은 내용을 너무 많이 보낸다고 가족들까지 함께 읽고 기뻐했다.
그래서 오늘은 세잎 크로버님께 감사의 글을 보낼려고
받은 메일을 다시 보다가 너를 발견하고
식구들에게도 알리고 아이들 잠자는 시간에 이렇게 인사를 보낸다.
보내준 메일을 읽으면서 신학대학 교수님 같은 느낌이 들어
내 아는 교수님을 다 떠올려 보았다.
유나엄마 사업이 잘되면 아직 젊고 하니
신학공부를 더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남편이 며칠 전 칠순을 지냈는데
아직도 평택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경기도 중소기업 청 성장지원단 지도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가 않지.
이건 내 느낌이고 집전화나, 연락전화를 주면 좋겠다.
내일이 구정이구나!
새해 원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 지고
온 가내에 기쁜일이 가득하길 바란다.
좋은 글과 그림 찬양들 고맙다.
작년 손녀 백일에는 축하한다며
금 일봉을 보내주셨고
저는 매년 감귤, 마른 고사리등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저에게 참다운 인생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