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32
반야심경033
동봉
정종분正宗分(08)
육부중도六不中道(2)
사리자여 모든법은 공이면서 상인지라
생하지도 아니하고 멸하지도 아니하며
더럽지도 아니하고 깨끗하지 아니하며
늘어나지 아니하고 줄어들지 않느니라
舍利子是諸法空相不生不滅不垢不淨不增不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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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큰스님 책 중에《텅 빈 충만》이 있다
2001년에 처음으로 출판된 책인데
당시 책 이름을 보면서 '참 재밌다!'고 했다
그런데 이 책 이름이 다름 아닌 '공상空相'이다
여기《반야심경》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에서
표현하고 있는 진공空과 묘유相의 공상이다
세상의 모든 법은 진공眞空이며 묘유妙有다
어떤 법도 진공과 묘유 아닌 것이 없다
진공空과 묘유相로 이루어진 모든諸 법法은
어떤 것도 극단을 떠난 중도의 세계다
모든諸 법法은 공眞空이면서 상妙有이다
진공묘유眞空妙有에는 몇가지 특성이 있다
진공이란 텅 비어있는 상태를 얘기한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질은 지구다
지구 지름은 12,756km이며
지구 둘레는 약40,000km에 이른다
이를 톤으로 환산하면 약6해톤이지만
세계공인도량형은 kg이 기준이 되는 까닭에
숫자로 표기하면 5,9742×10^24kg이다
이는 곧 5,974해 2천경 킬로그램에 해당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kg수준이 아닌
그램 수준으로 나누면 5,9742×10^27g이다
이를 다시 마이크로그램으로 나누면
5,9742×10^33마이크로 그램이 된다
100만분의 1그램에 해당하는 마이크로 그램을
인간의 육안으로 과연 볼 수 있을까
사람이 아무리 밝은 눈을 지녔다 하더라도
100만분의 1그램인 극미세極微細 먼지를
현미경이라면 모를까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 지구도 결국 미세 먼지에 불과하다
100만분의 1그램은 나노 킬로그램이다
쪼개分析고 쪼개고 또 쪼개다 보면
결국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
이렇게 극미세 중 극미세 먼지를 두고
그때 가서도 어떤 실체를 주장할 수 있을까
천체물리학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의 우주宇宙universe가
우주 시간으로 0초일 때
우주 크기 -10^30승cm미립자微粒子에서
빅뱅Big-bang사건과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마이너스 10의 30승cm라고 하면
마이크로 극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크기다
거기에서 지구도 아닌 우주가 생긴 것이다
지구와 우주의 크기를 비교한다면
탁구공과 지구의 크기로 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아주 작은 미립자에서
거대한 우주가 순식간瞬息間에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믿기 어렵지만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토록 작은 미립자 속에 우주가 들어있었다
우주의 질량이 완벽하게 응축된 상태였다
빅뱅 사건 이후로 137억 년 동안 팽창했고
지금도 팽창하며 앞으로 팽창은 계속될 것이다
이를 우리는 진공묘유眞空妙有라 한다
우주 전체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고 작은 미립자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진공眞空이다
이 진공 속에 지금 우리가 느끼는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우주가 들어있었다
그러니 이를 진공묘유라 하지 않겠는가
우주와 태양계와 지구의 생성 과정에서 볼 때
진공이 먼저였고 묘유는 늘 나중이었다
어떤 것도 이렇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주가 생기고 태양계가 생기고 지구가 생겼다
《반야심경》'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의
진공空과 묘유相를 정당화하기 위한 게 아니다
이를테면 연기설緣起說 입장에서는
꼭 진공이 우선이고 묘유가 나중이라든가
묘유가 먼저고 진공이 나중이라고 하는
그런 어떤 순서는 애초부터 없다
이미 차 있는 상태에서 비우는 것은
식사 후 화장실에 가서 비우는 격이고
한참 배가 고플 때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비워진 상태에서 채워지는 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차면 비워지는 것보다
비워지면 채워지는 진공청소기 원리가
대체적으로 설득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반야바라밀다심경》의 공상空相 문제는
이와는전혀 다른 별개 논리로 풀어야 한다
육부중도六不中道에서 중요한 것은
(1)불생不生 생하지도 아니하고
(2)불멸不滅 멸하지도 아니하며
(3)불구不垢 더럽지도 아니하고
(4)부정不淨 깨끗하지 아니하며
(5)부증不增 늘어나지 아니하고
(6)불감不減 줄어들지 않느니라
라는 것보다 '모든 법이 진공묘유'란 말씀이다
모든 법이 진공이면서 묘유인 까닭에
색色이 공空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듯이 공이 곧 색이다
수상행식온受想行識蘊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수상행식온과 다르지 않으며
수상행식온이 곧 공이듯이
공이 곧 수상행식온이다
이와 같이 진공묘유의 세계에서 바라볼 때
공空과 오온五蘊 세계는 공空과 상相이다
용수보살龍樹菩薩은《중론中論》에서
'팔부중도八不中道'를 얘기하고 있다
(1)불생不生 생하지도 아니하고
(2)불멸不滅 멸하지도 아니하며
(3)불일不一 일치하지 아니하고
(4)불이不異 다르지도 아니하며
(5)불상不常 항상하지 아니하고
(6)부단不斷 끊어지지 아니하며
(7)불거不去 가버림도 아니지만
(8)불래不來 오는것도 아니니라
이를《반야심경》의 육부중도와 견주어 볼 때
첫째와 둘째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제외한
여섯 가지는《반야심경》에는 없다
그러나 팔부중도에서나 육부중도에서나
소중한 것은 불생不生 불멸不滅의 가르침이다
불구不垢 부정不淨의 세계와
부증不增 불감不減의 세계가 부차적이듯
불일不一 불이不異
불상不常 부단不斷
불거不去 불래不來도 부차적이다
불생불멸不生不滅이 VIP라면
나머지는 옵서버observer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불생불멸不生不滅'은
과연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
[사진은 우리절 스타렉스/촬영 꾸밈 동봉]
08/02/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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