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여거사’를 아십니까?
정진홍 칼럼니스트의 글을 소개합니다. 조선 중종 때 이조정랑 · 동부승지 등의 벼슬을 지낸 김정국(1485~1541)이란 사람이 기묘사화에 연루돼 삭탈 관직을 당하자 명봉산에 은거해 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답니다. “(1)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히 먹고, (2) 등 따뜻하게 넉넉히 잠자고, (3) 맑은 샘물을 넉넉히 마시고, (4)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히 보고, (5)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히 감상하고, (6)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히 듣고, (7)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히 맡는다. (8) 그리고 이 일곱 가지를 넉넉히 즐기니 이것이 ‘팔여(八餘)’다.”
그는 ‘여덟 가지 넉넉함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에서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고 자칭했는데, 나중에 다시 벼슬에 등용되어 당대의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팔여’보다는 ‘팔부족(八不足)’의 아우성으로 가득합니다. 팔여거사의 ‘팔여’와 대비되는 ‘팔부족’은 이렇습니다. “(1)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고도 부족하고, (2) 비단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서도 부족하고, (3) 이름난 술을 실컷 마시고도 부족하고, (4) 멋진 그림을 보고도 부족하고, (5) 아리따운 여인과 살아도 부족하고, (6) 좋은 음악을 듣고도 부족하고, (7) 희귀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다고 여긴다. (8) 여기 한 술 더 떠서 이 일곱 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한탄하는 것”이 ‘팔부족’이다.
디모데전서 6장 8절 말씀은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라고 따끔한 훈계를 합니다. 왜냐, 항상 족한 줄을 모르는 욕심 때문에 우리가 파멸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맥추감사절입니다. 지난 반년을 돌아보고 남은 반년을 내다보는 이때 맥추감사절이 있다는 건 참 다행입니다. 다시 한번 우리 마음의 상태를 돌아봅시다. 위에 소개한 ‘팔여거사’ 김정국은 벼슬에서 쫓겨났지만 그래서 도리어 자연의 한적함을 누리며 감사하다가 또 다시 중용되었죠. 우리도 원망하고 불평할 상황 속에서도,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도리어 감사할 일을 찾아 더 감사할 일을 누리며 사는 ‘팔여거사’가 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7월 5일 주일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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