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전시회 중 제일 멋졌다고 말하려고?” 딸은 나의 과장된 표정과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한다.
취미로 유화를 그리는 아내, 미술 작품을 통해 부쩍 미감(美感)을 높이는 딸(고1), 별 불평 없이 어디든 잘 따라나서는 아들(중2)을 동반하여 인사동, 북촌, 평창동, 통의동, 광화문 주변, 홍대 주변, 경기도 일대 등을 일 년에 20~30여 번 그림을 구경하러 다닌다.
하지만 부득불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전시는 가끔 아쉬움으로 남는다. 렌티큘러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황금 DNA전, 일주&선화갤러리-배준성, 김정욱 2인전’이나 저부조의 조각을 볼 수 있는 인사아트센터‘윤두진 개인전 : Protecting Body series’가 바로 그것들이다.
비단 전시회만 아쉬울까? 도예가 김용문의 개인전이 열린 전북 완주의 ‘오스갤러리’는 한 폭의 멋진 그림 그 자체다. 종남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마음을 담아두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호수, 게다가 2층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일박은 국내외 미술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가족들에게 얘기했던 적도 있다.
라면에 관한 웹툰을 본 적이 있다. 한 남자가 큰 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가져와요.”라고 주문하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주방 쪽에서 후루룩 소리와 함께 라면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커질수록 남자는 견디지 못하고 주방장에게 다가가 결국 한 입을 구걸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역시 함께 먹는 라면인 듯하다.
내가 본 가장 멋진 전시와 미술관은 역설적으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전시회와 미술관이다. 올 한해도 우리 가족의 토포필리어(Topophilia)인 미술관을 찾아가 관람은 물론 진정한 마음의 안식과 행복을 기대해 본다
첫댓글 희로애락이 선명한 사진 같은 그림, 예술입니다.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입니다. 때마침 멋진 전시, 알류미늄판에 긁어서 수염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