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금낭화 피는 계절이 오면
저- 이금선
출- 북랜드
독정- 2023년 1월 16일 화.
책 제목이 『금낭화 피는 계절이 오면』 시집이다. 이금선 선생님이, 태어나는 아기를 기다리는 듯한 설렘으로 피워낸 첫 시집이다. 볼록한 분홍 꿀주머니를 단 꽃의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인 만큼 시집을 내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설레어보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시집 같다. 1편부터 4편까지 각 12편의 시로 이루어진 48편 동시집이다. 1편에는 작가로서 살아가는 시인의 고민을 담은 시, 2편에는 내면을 투시하며 읊은 시, 3편에는 가족애- 부모를 그린 시, 4편에는 자연과 호흡하며 붙잡은 시들이 진솔한 입말로 빚어져 갈무리되어 있다.
1편에는 작가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지만 쉽게 속을 내비치지 않는 자존심 영역인데, 시로 진솔하게 풀어내어 내면을 드러내어 보인 점이 고아해 보였다.
특히 좋았던 시는 3편, 부모를 그리는 시편이었다.
<치매를 간호하며 1>
끊겼다 이어졌다/ 이어졌다 끊겼다/ 세상 문이 열렸다 닫혔다/ 들락날락하는 삶//
이 서랍 저 서랍/ 밤새도록 열어보며/무엇을 찾아 헤매는/ 망각의 세계//
어린아이로 자꾸만 낮아지는 어른/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길/ 붙잡을 수 없어라//
-작가는 치매로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어른을 형이상학적인 말로 빗대어 안타깝게 바라보는 마음을 한 편 시에 잘 응축해 담았다.
<노부부> 시도 ‘마냥 복사꽃 신혼인 줄 알았는데/ 늦가을 노을이 노부부의 뒷모습 비춘다//는 표현으로 늙어감의 쓸쓸함을 은유로 표현해 두어 울림이 컸다.
-그보다 더 울림이 컸던 시는 ‘간병’이었다.
<간병>
며칠째/
어머니 허리를 잡고 씨름한다/
힘주세요/
더 더 힘주세요. 어머니/
배변을 돕는 아들의 손길/
거기까지다.//
은유가 아닌 시다. 간병해 본 사람만이 털어놓을 수 있는 입말로 쓴 ‘수기 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독자는 이 시를 읽으면서 비애를 함께 느끼며 울먹였다. 우리 시어머님도 몸을 가눌 수 없어 찾아가 목욕을 시킬 때였다.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남편을 불러들였는데 어머님은 아들에게 알몸을 드러내고 부축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얼마나 비참하게 여겼을까? 아들도 비통한 얼굴이었지만, 어머님은 눈 감을 수 없는 수치를 참아내며 그 과정을 견뎌내어야만 하셨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차마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다.
이렇듯, 이 시집은 독자의 받아들이는 경험 여하, 생각을 확장하며 사고해 가는 사유의 영역에 따라 감동과 위로를 얻는 시집이다.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형이상학적인 사유를 자극하지 않더라도, 기교를 부리는 요란한 문장으로 진실을 덧싸지 않더라도, 수수한 입말로 진실되고 따스한 삶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집을 권하고 싶다. (1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