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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삐용>에서 악마의 섬 탈출 장면
[ 영화, 빠삐용 ]
아카데미가 외면한 걸작중 대표적인 한 편이 바로 1973년작 <빠삐용>입니다.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 한 <빠삐용>은 개봉즉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흥행도 크게 성공했죠. 우리나라에는 1년 뒤인 1974년에 개봉했는데 비수기인 9월 개봉에도 불구하고 매진행렬을 일으키며 그 해 최고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1973년 영화들은 이렇다할 최강자가 없이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에서도 후보군이 갈리는 등 난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뜻밖에도 전형적인 오락물 <스팅>에 7개 부문을 몰아주었습니다. 골든 글러브상에는 각본상 노미네이트 외에 아무런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스팅>이 아카데미에서 몰표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결과였습니다.
* 꿈 속에서...빠삐용에게 재판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인생을 낭비한 죄로 유죄다"
상복이 없이 아카데미에서 철저히 외면받은 <빠삐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불멸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가 <빠삐용>입니다. <쇼생크 탈출>과 함께 감옥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데 허구적인 스토리와 통쾌함을 무기로 하는 <쇼생크 탈출>과는 달리 <빠삐용>은 훨씬 진지하고 리얼하고 현실적인 내용을 무겁게 다루고 있는 걸작입니다.
주인공 빠삐용 역은 60-70년대 인기스타 스티브 맥퀸이 연기했는데 스티브 맥퀸은 원래 연기파 배우로 분류되기 보다는 전형적인 스타배우로 오락영화의 스타처럼 인식이 되었던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이 <빠삐용>에서는 정말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보여주며 기존 인기스타 배우로서의 자유분방함보다 감옥 안에서 처절한 생존싸움을 벌이는 죄수역할을 꽤 리얼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이미 <대탈주>, <네바다 스미스>, <불리트>같은 역작을 통해서 인기가도를 굳힌 대스타 스티브 맥퀸은 혼신의 명연기로 <빠삐용>을 일생의 대표작으로 완성시켰고, 그와 함께 공연한 더스틴 호프만 역시 기존 청년이미지에서 벗어나 빠삐용의 동료 드가 역을 매우 감동스럽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 절친이었던 드가(더스틴 호프만)
<혹성탈출>, <패튼 대전차군단>이라는 걸출한 영화를 연달아 연출했던 실력파 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가 감독을 맡았고, 달튼 트럼보의 완벽한 각본, 그리고 프랭클린 J 샤프너와 콤비를 계속 이루었던 제리 골드스미스의 애절한 음악, 프레드 코엔캠프의 완벽한 촬영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아카데미가 공정했다면 작품, 감독, 남우주연, 조연, 각본, 촬영 상 정도는 쓸어갔어야 될만한 영화였습니다. <패튼 대전차군단>에서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을 우대했던 전력이 있어서인지 3년 뒤에 만들어진 <빠삐용>에서는 재차 대접을 하지 않은 셈입니다.
<빠삐용>이라는 제목 자체는 그 이후부터 감옥영화의 대표명사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코미디 프로에서도 '빠삐용의 후예들'이라는 코너가 있을 정도였고, 로치큐 라는 바퀴벌레약 광고에 빠삐용의 장면이 삽입될 정도였습니다.
감옥영화 하면 <빠삐용>을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 없을 정도인데 1940년대의 버트 랭커스터 주연의 <반항>부터 폴 뉴만의 <탈옥> 그리고 <쇼생크 탈출>,<알카트라즈의 조류가>,<알카트라즈 탈출>,<허리케인 카터> 등 감옥영화의 걸작들이 많지만 <빠삐용>을 능가하는 감동과 리얼함와 작품적 완성도를 가진 영화는 전무후무할 정도입니다. 2시간 30분에 달하는 대작임에도 영화 시작부터 엄청난 몰입도를 갖게 되는 영화입니다.
빠삐용이라는 이름은 앙리 샤리에르의 별명입니다. 가슴에 나비문신이 있어서 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의 빠삐용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것이죠. 빠삐용이 살인죄로 종신형에 처해져서 남미 기아나 감옥으로 수감되는 부분부터 영화는 시작됩니다.
감옥동료인 위조지폐범 루이 드가(더스틴 호프만)과의 만남과 친분을 쌓고 1차 탈출시도에서 붙잡히고 2차 탈출시도에서 드가와 함께 도망치다 다시 잡혀서 고생을 하고 독방생활로 노인의 외모가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코코낫 부대를 타고 바다를 건너 탈출하는 빠삐용의 일대기가 차분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1차 탈출시도에서 잡혀서 2년간 독방생활을 하는 부분이 굉장히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드가가 보낸 코코낫을 매일 먹다가 발각되지만 끝까지 드가의 이름을 대지 않은 의리를 발휘, 식사량이 절반으로 줄어서 굶어죽기 직전까지 가지만 바퀴벌레까지 잡아먹으며 악착같이 생존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주인공 빠삐용을 모습을 스티브 맥퀸이 혼신의 연기를 하여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 악마의 섬에서
단두대 처형장면을 비롯하여 부상당한 악어를 잡으려다 당황하는 모습, 벌레를 잡아먹는 묘사, 나병환자의 적나라한 분장, 원주민 처녀와의 잠시 동안의 로맨스, 나비문신을 새겨주는 부분에서의 긴장감, 탈출을 위해서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 등 인상적인 부분이 아주 많은 영화입니다. 특히 라스트씬이 깊이 여운이 남는 대표적 영화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배우와 최고의 스탭이 함께 모여서 만든 최고의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흥미로움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지만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길들여짐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처절하게 묘사된 영화입니다.
연기와 시나리오에 의해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걸작의 예시같은 영화로, 50세의 나이로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이 20여년 간의 연기생활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남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의 걸작이자 감옥영화의 상징과 같은 영화이자 스티브 맥퀸의 대표작이자 프랭클린 J 사프너의 세 번째 걸작이자, 70년대 우리나라 대표 흥행작이기도 한 추억의 명작입니다.
[ 간략한 영화 줄거리 ]
무죄를 주장하는 빠삐용은 포주 살해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남미의 적도 부근에 있는 프랑스령인 기아나 형무소로 호송됩니다. 호송되는 배안에서 빠삐용은 지폐 위조범으로 체포된 드가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드가에게 돈이 많다는 정보를 입수한 빠삐용은 드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죄수들로 부터 그의 신변을 보호해 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며 둘은 서로 협력자의 관계가 됩니다. 기아나 형무소에 도착한 빠삐용은 드가로부터 약속받은 돈으로 억울한 형무소 생활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며 수감생활에 적응해 갑니다.
하지만 노역근무 중에 위험에 처한 드가를 구하려다 탈주범이 된 빠삐용은 체포되어 말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먹고 마시는 것도 제한된 혹독한 독방에 2년 동안 갇히게 됩니다.
자신 때문에 독방에 갇혀 고생하는 빠삐용을 위해 드가는 배식 때마다 코코넛 열매를 빠삐용 방에 몰래 넣어 줍니다. 그러나 코코넛 반입은 형무소 소장에게 발각되고 누가 코코넛을 보냈는지 범인을 추궁했지만 빠삐용은 범인을 누설하지 않습니다. 이에 격분한 소장은 모든 햇빛을 차단하고 식사량도 반으로 줄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어두움과 굶주림의 공포로 빠삐용은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급기야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바퀴벌레까지 잡아 먹으며 지옥같은 독방생활을 참고 견뎌냅니다. 소장의 잔인한 체벌을 견디며 처절했던 2년간의 시간을 끝낸 빠삐용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마침내 독방문을 나섭니다.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은 빠삐용에게 진정한 우정을 느낀 드가는 초죽음이 되어 독방에서 나온 빠삐용을 극진하게 보살펴 줍니다. 또한 자신의 아내와 변호사를 통해서 빠삐용의 형량을 3년 정도로 낮출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빠삐용은 3년이란 시간도 자신은 기다릴 수 없다며 탈출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드가는 빠삐용을 설득하지 못하고 도리어 그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합니다. 마침내 형무소에서 음악회가 열리는 밤 시간을 틈타 빠삐용과 일행은 탈출을 시도하고 망을 봐주던 드가는 빠삐용과 일행이 경비병에게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경비병을 제압하고 형무소 담을 넘어 함께 탈출을 감행합니다.
형무소 담을 넘은 빠삐용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나병 환자의 도움으로 배를 구해서 강을 건너 콜롬비아로 탈출한다. 콜롬비아 해안에 도착해서 성공을 코앞에 둔 순간 빠삐용 일행은 해안을 지나던 군인들에게 발각되어 도주하지만 드가와 일행은 붙잡히고 빠삐용만 군인들의 추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칩니다.
군인들에게 쫓기던 빠삐용은 원주민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위기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안락한 생활을 누립니다. 하지만 빠삐용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라 자유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원주민촌을 떠나기로 합니다.
빠삐용은 삼엄한 검문을 젊은 수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통과하고 천신만고 끝에 수녀원에 몸을 숨기게 됩니다.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원장 수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빠삐용은 원주민에게 얻은 진주를 원장 수녀에게 맡기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원장 수녀의 신고로 빠삐용은 다시 군인들 손에 넘겨지고 그토록 갈망했던 탈출은 실패로 끝납니다. 결국 빠삐용은 2차례의 탈출시도에 대한 벌로 다시 그 지옥같은 독방에서 5년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5년간의 독방생활을 마치고 나온 빠삐용은 무기수들만 사는 그래서 살아서는 어느 누구도 그 섬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악마의 섬으로 보내집니다. 빠삐용은 그 곳에서 가축을 키우고 밭을 일구며 정착해서 살고 있는 드가를 발견합니다. 드가는 자신의 아내가 모든 재산을 빼돌리고 자신의 변호사와 결혼했다는 배신감에 모든 희망과 꿈을 포기한 채 그 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절벽 아래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던 빠삐용은 코코넛을 담은 자루를 이용하면 7번째 오는 큰 파도를 이용하면 섬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드가와 함께 탈출하기로 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조류가 밀려오는 날이 되자 빠삐용과 드가는 코코넛 자루를 들고 절벽 위에 올라섭니다. 하지만 4번째 파도가 왔을 때 드가는 빠삐용에게 자신은 뛰어 내리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드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빠삐용에게 말합니다.
"자넨 죽을거야."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빠삐용이 대답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힘껏 마지막 포옹을 나눕니다.
7번째 파도가 왔을 때 빠삐용은 자유를 찾아 절벽 아래 파도치는 바다를 향해서 한 마리 나비처럼 몸을 던집니다. 빠삐용을 실은 코코넛자루가 높은 파도를 넘어가자 드가의 얼굴에 미소가 띠는가 싶더니 일순간 걱정과 회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뀝니다.
빠삐용을 실은 코코넛 자루가 멀어지자 드가는 자신의 코코넛 자루를 뒤로한 채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 자신의 삶으로 향합니다. 파도가 거세게 부서지는 해안을 벗어난 빠삐용은 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칩니다.
"야 이 개자식들아, 난 아직도 여기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다구!!"
[ 빠삐용의 실제 주인공, 앙리 샤리에르의 인생 ]
* 생전의 앙리 샤리에르의 모습
책 <빠삐용>은 일반인들에게는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조국 프랑스의 잘못된 사법체계에 맞서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를 쟁취했던 남자,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 실화소설입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감동적인 모험문학’ ‘현대인들을 위한 희망과 생존의 바이블’이라는 칭송과 더불어 이 책은 법치국가를 사는 우리 스스로에게 ‘국가와 개인, 자유와 질서, 법과 정의’의 문제 등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 들여온 우리 삶의 기본조건들을 되짚어보게 만듭니다.
* 영화의 무대, 프랑스령 기아나
“따귀를 어찌나 세게 맞았던지 다시 일어서기까지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사실 흔히 있는 타격도 아니었던지라 나를 때려눕히기 위해 그들 역시 적잖이 힘들었을 것이다.”-책에서... 1931년 10월 16일, 당시 스물다섯 살이던 일명 ‘빠삐용’(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으로 불리던 앙리 샤리에르의 젊음을 통째로 꿇어앉힌 ‘그들’은 이제 막 현대사회 초입에 들어선 프랑스의 사법체계였습니다.
몽마르트르의 포주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쓴 샤리에르는 자신의 무죄를 법정에서 충분히 입증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엉뚱하게도 무기징역이라는 나락의 길이었습니다. 곧바로 그는 악명 높은 남미 기아나의 루와얄 섬으로 보내집니다.전 세계의 자유의 어머니이자 인간과 시민의 권리를 낳았던 프랑스 같은 나라가, 생 조제프 격리소 같은 야만적으로 인간을 탄압하는 건물을 갖고 있을 거라고는 추측은커녕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기아나 루와이얄 섬의 수형소
서로 다닥다닥 붙은 150개의 독방들과 각 독방의 두툼한 사방 벽에는 쪽문이 달린 작은 철문 하나만 달랑 나 있었습니다. 각 쪽문 위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상부 명령 없이는 이 문을 열지 말 것.’ 분노와 복수의 일념이 나락의 길에 들어선 샤리에르를 재빨리 일으켜 세웠습니다.
"최대한 빨리 탈옥을 하자, 제일 먼저 죽일 놈은 폴랭이라는 위증자였다, 그 다음에는 사건을 맡았던 두 형사다, 그 악랄한 검사 프라델, 그놈은 절대로 편안히 죽도록 그냥 놔둘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내 눈앞에서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녀석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삶을 송두리째 패대기친 조국 프랑스에는 어떤 저주를 내려야 마땅한 거지?" 샤리에르는 장차 자유를 향한 거대한 투쟁으로 이어질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합니다.
* 그 당시 감옥
첫 번째 탈출 날짜는 1933년 11월 27일 밤이었습니다. 두 명의 동료 죄수와 함께 병원 담장을 넘은 앙리는 나병 환자들의 수용소인 피죵 섬을 지나, 한없는 선량함으로 가득한 보웬 가족의 트리니다드 섬과 쿠라사우와 리오 아샤를 거쳐, 인디오 원주민들의 마을인 과지라에 도착했습니다.
태고의 야성을 그대로 간직한 과지라 부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7개월 간 꿈결 같은 날들을 보냈지만 시시각각 폭풍처럼 찾아오는 적들에 대한 분노가 그를 다시 불러냈습니다. 그러나 과지라 마을을 떠나온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묵고 있던 수녀원의 원장 수녀 밀고로 경찰에 넘겨집니다.
* 루와얄 섬
이후 시도한 네 차례의 탈출도 난데없는 불운과 어이없는 실수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나락의 길로 돌아와 2년간의 격리 수용소 생활에 들어갑니다."그래도 처음에는 제법 빨리 그 길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다시 인간이 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바다를 누볐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 탈출에서 내가 만났던 그 모든 이들은 내가 얻은 값진 수확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록 실패하긴 했어도 내 탈출은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을 알게 되어 내 영혼이 풍요로워진 것만으로도 일종의 승리였다. 난 결코 탈출했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목숨 건 탈출 시도는 그 이후에도 무려 아홉 차례에 걸쳐 계속됩니다.
* 악마의 섬
"나는 지금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아야만 한다. 반드시 살아야 한다, 언젠가 다시 자유를 되찾기 위해 살아야만 한다. … 나는 언젠가는 반드시, 기필코 자유로워질 것이다. 탈출하자, 탈출하자, 아니면 죽으리라. 결코 내 영혼도, 정신도 그 나락의 길에 붙잡아둘 수 없다. 오로지 내 육체만이 잡혀 있을 뿐이다."
절망에 빠지려 할 때마다 샤리에르는 이 희망의 말을 몇 번이고 되뇌곤 했습니다. 그는 최후의 탈출지로 ‘수용자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디아블(악마의 섬)을 택했습니다. 오래전 무고한 드레퓌스(1894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썼던 프랑스 대위)가 사형선고를 받은 뒤 홀로 앉아 새로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다졌다는 섬의 꼭대기 벤치에 앉아 마지막 기회를 탐색했습니다.
* 악마의 섬
그리고 마침내 탈출구를 찾아냈습니다."내가 행운아 중의 행운아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행운이 깃든 모양이었다. 이제껏 계획했던 다른 탈출들은 모두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고 지나치게 많이 준비를 했다. 결국은 제일 우스꽝스러운 시도가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코코넛 자루 두 개로 바람과 바다를 가르면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불후의 명장면, 주인공 스티브 맥퀸이 코코넛 부대 두 개를 뗏목 삼아 바다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이 드레퓌스 벤치에서였습니다.
* 당시 감옥 내부(루와얄 섬)
악마의 섬을 탈출한 샤리에르는 베네주엘라에 자유민으로 정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잠시 광산노동자로 일하지만 제버릇 개 못준다고 그곳에서도 파리에서 갈고 닦은 뒷골목 실력을 발휘하여 곧 전당포털이, 은행털이 등 어둠의 세계를 전전하다가 아마도 어느 전당포나 은행이나 크게 한탕한 밑천으로 짐작되는 자금으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제법 큰 규모의 여관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게 됩니다.
* 악마의 섬
그가 60세 되던 해인 1967년 카라카스의 대지진때 샤리에르의 잘 나가던 여관과 나이트클럽은 잿더미가 되는데 정부로부터 한푼의 재해보상도 못 받고 무일푼이 된 것으로 보아 그 영업장들은 아마도 빠삐용식의 불법, 무허가였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 멀리 악마의 섬이 보입니다
늙으막에 무일푼이 되자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자리잡고 앉아 자신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집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돈방석에 앉게 되고 세계적인 명사의 반열에도 오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자서전이 영화화되던 1973년 스페인에서 암으로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합니다.
* <빠삐용> 촬영중인 스티븐 맥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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