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인터넷서점 yes24의 블로그(jlk111)에 올렸던 당시의 독서 리뷰들은 내가 '생태와 역사'를 주제로 독서하던 때의 글들로, 이리로 옮겨 회원들과 함께 보고자 소개합니다.
세 번째 책은 2003년 양철북에서 나온
레이첼 카슨 저/이충호 역,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 2003.2. 360쪽.
입니다.]
* 아래 글은 위 블로그에 2006년 6월 16일자로 올렸던 글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6524F52EE6E3413)
'지구의 리듬'을 보고 느끼며 쓴 레이첼 카슨의 대표작
너무도 유명한 이 책에 대한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리뷰를 올려본다.
레이첼 카슨은 미국의 대표적인 여류환경운동가이다. 그녀의 <침묵의 봄>은 과학자였던 그녀 자신이 운동가로 나서며 집필한 환경론의 고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면서야 그녀가 원래 해양생물학자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자의 평전까지 출판되어 있는 상태이니 그녀에 대한 많은 관심도 짐작해볼 수 있겠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그간 많은 대중과학서가 나왔지만 바다에 대해 이처럼 적은 분량의 책으로 바다의 면모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준 책은 없는 것 같다. 과학자로서 바다에 나가 연구하며 느꼈던 경이로운 체험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여러 과학적인 지식과 사실들을 '서정적인 언어'로 바꾸어 전달해준다. 그것은 저자가 바다를 우리 지구라는 행성 전체의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안다는 통찰력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며, 해양학과 관련된 다른 분과과학들의 발달사는 물론이고 앞선 세대들이 바다와 함께 했던 삶을 꿰뚫어보며 소개해줄 수 있는 뛰어난 조직적 사고의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해양학자의 삶에서 우러나온 위대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구와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 전부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니었을까?! 바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직은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때에 썼던 마지막 책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섬'이야기를 하는 훌륭한 대목에서도 보이듯이, 저자도 이미 그 당시에 충분한 위기감을 가지고 현재의 삶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바다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알려주는 것 이상으로 바다가 얼마나 중요하며 이 지구의 생명체들 모두에게 지배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는가도 잘 알려준다. 심지어는 자신이 바다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까지도 바다를 생각하고 걱정해야 한다는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그만큼 대단한 책인 것 같다.
원래 초판이 1951년에 나왔던 만큼, 재판 이후에 저자 자신이 새로 첨가한 주가 있고, 번역 텍스트가 된 1989년판 그대로 번역서에서도 그 이후의 과학적 진전을 반영해 설명을 보탠 레빈턴의 긴 <후기>가 달려 있다. 게다가 끝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라고 앤 즈윙어의 맛깔스런 서평까지 첨부되어 있으며, 책 앞에는 해양학 전공학자의 추천사도 있다. <후기>에서는 1960년대 이후 지자기를 활용한 지질학 혁명에 의해 대서양의 '해저확장설'이나 판게아론이 나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서평에서는 레이첼 카슨이 과학자에서 저술가가 되기까지의 노력이라든지 책 출판의 반향 등을 소개한 대목이 감동적이었다.
번역은 무난히 읽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무수히 나오는 인명과 지명, 바다이름들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인 '사르가소 해'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편집자가 너무 인색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번역자가 괄호를 달아 설명을 해주기는 했어도, 어려운 한자어나 생물 이름들의 몇몇 것들은 읽으면서도 짐작만 해볼뿐 그냥 지나쳐야 했다. 하지만 리뷰를 쓰는 본인만 해도 고등학교 때 세계사나 지리는 물론이고 물리 화학 생물 지학 등을 두루 다 배운 세대였으니 읽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삽화나 사진들을 간간이 넣었는데, 원본에 있었던 것인지 아닌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으며, 도움은 되었지만 과연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간혹 교정에서 빠뜨린 오탈자들도 있었다(ex. 279쪽의 1994년 지도에 '석유 부족 가능 지역', 312쪽 ' 그 때에는 얼음의 깍이면서 암석이 침식되고' 등).
*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바다에 관한 두툼한 독일어 책을 번역하도록 무모하게 부추겼을 만큼 감동이
컸던 책이다. 새롭게 편집하여 멋진 재판본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