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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 “사람을 만나면 먼저 인사해야 해요”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하고 웃는 것.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배운다. 인사는 예의이고,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가장 간단한 표현이다.
그런데 국민이 대통령에게도 말한다. “제발 인사 좀 잘하십시오” 이번에는 뜻이 다르다. 대통령의 인사는 고개를 숙이는 인사(挨拶)가 아니라 사람을 쓰는 인사(人事)다. 누구를 장관으로 앉힐 것인가, 누구에게 국가의 중요한 일을 맡길 것인가, 누구의 능력과 경험을 국민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대통령에게 인사는 곧 인사권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인사가 정말 어려운 일일까? 역사를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종대왕은 장영실의 신분보다 능력을 보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신분의 벽에 갇혀 있었다면 장영실의 재능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남북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인물들을 내각에 기용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 사람인가보다 나라에 필요한 사람인가를 먼저 보았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사람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에게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가, 책임질 수 있는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국가를 위해 필요한 사람인가.
어쩌면 인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 사람을 내려 놓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측근을 챙기고 싶은 마음, 나와 가까운 사람을 믿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 국민이 맡긴 자리다. 그러니 인사권 역시 대통령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할 공적인 권한이다. 좋은 인사는 대통령의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는 인사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인사여야 한다.
문화의 관점에서 보아도 인사는 중요하다. 문화는 공연장이나 미술관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누구에게 기회를 주는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가에서도 문화가 만들어진다. 어떤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가를 보면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다.
아이에게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대통령에게는 “사람을 쓸 때 제대로 보라”고 말한다. 둘 다 인사는 인사다. 하나는 예절의 인사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를 움직이는 인사(人事)다. 아이의 인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인사는 수많은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고개를 몇 번 숙이는 인사가 아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사람을 제대로 쓰는 인사다. 내 사람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찾고, 내 편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사람을 찾고, 내 말에 “예”라고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때로는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곁에 두어야 한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길로 갈 때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좋은 인사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인사 잘하기, 정말 어려운 일인가?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인사의 기준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어쩌면 어려운 것은 인사가 아니라 욕심을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사람, 내가 믿는 사람, 내게 충성하는 사람을 넘어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대통령에게 인사를 잘하라고 말하는 국민. 둘 다 인사는 인사다. 그러나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과 국가 사이의 책임이다. 인사 잘하기. 참 쉬운 말인데, 대통령에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말이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