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전설을 들어봤고 누구나 그걸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 도넛의 왕국이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동네에 사는 사람."
― 『보랏빛 소가 온다』 중에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세스 고딘(Seth Godin)이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까지 얘기했을까? 좋든 싫든 그의 분류법에 따른다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후자에 속한다. 도넛 하면 던킨 도너츠(Dunkin' Donuts)밖에 모르고, 던킨의 로고를 모방한 던킨 '짝퉁(!)'도 별 생각 없이 먹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던킨의 전성 시대도 이제 끝날 모양이다. 올해 안에 우리도 크리스피 크림 도넛 왕국을 체험할 수 있게 됐으니까! 1979년 국내 최초의 패스트 푸드 체인인 롯데리아를 선보인 롯데그룹이 2004년 하반기에 서울 소공동 소재 롯데리아 1호점 자리에 크리스피 크림 1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크리스피 크림은 어떤 회사인가?
크리스피 크림 도넛(Krispy Kreme Doughnuts)은 193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윈스턴세일럼(Winston-Salem)에서 설립된 미국 2위의 도넛 체인이다. 2004년 7월 현재 미국 내 44개 주에 380여 매장을 운영 중이며, 캐나다, 호주, 영국, 멕시코 등 4개국에 2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피 크림의 매출액은 이미 2002 회계연도에 3억 9천 4백만 달러에 달했는데, 2년 만에 6억 6천 5백만 달러(2004 회계연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더욱이 이 기간 동안 당기순이익이 2천 6백만 달러(2002 회계연도)에서 5천 6백만 달러(2004 회계연도)로 2배 이상 증가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크리스피 크림을 대표하는 제품은 단연 'Original Glazed'라고 불리는 도넛이다. 'Original Glazed' 도넛은 1933년 크리스피 크림의 창업자 버먼 카버 루돌프(Vermon Carver Rudolph)가 어느 프랑스인 요리사로부터 사들인 제조 비법에 따라 생산되는데, 크리스피 크림 매장에 가면 이 도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매장 바깥에 'Hot Doughnuts Now' 불빛이 켜지면 도넛이 바로 그때 생산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크리스피 크림 매니아들은 이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고 한다.
크리스피 크림의 성공 비결
마케팅 컨설팅 회사 Wabash & Lake의 벤 매코넬(Ben McConnell)과 재키 후바(Jackie Huba)는 자신들의 저서 『Creating Customer Evangelists』에서 '고객 전도사 만들기'를 마케팅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고객 전도사 마케팅의 모범 사례로 모두 7개 기업의 예를 들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다. 두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고객 전도사 마케팅의 6대 원칙'에 따라 크리스피 크림의 성공 비결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객 플러스-델타(Customer Plus-Delta): 크리스피 크림은 지속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크리스피 크림을 상징
하는 'Hot Doughnuts Now' 네온사인이나, 매장 내 도넛 제조 자동화 시설을
'도넛 극장(doughnut theater)' 컨셉으로 발전시킨 아이디어도 모두 고객들로부
터 나왔다.
지식을 공유하라(Napsterize your knowledge): 고객들이 매장에서 도넛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도넛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른바 '도넛 극장' 체험을 통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됐다.
입소문을 유도하라(Build the buzz): 탁월한 제품 덕분에 도넛 매니아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새 매장을 열 때마다 광고 대신 PR 활동에
집중했으며, 회사 경영진이 매장 개장시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언론
의 관심을 유도했다. 또한 2002년 처음 도입된 이동식 도넛 기계를 활용해 주
박람회(state fair) 같은 행사장이나, 크리스피 크림 매장이 아직 들어서지 않은
동네에서도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커뮤니티를 구축하라(Create community): 자선 단체들에게 크리스피 크림 도넛
을 소매가의 절반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이들이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자금 모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자선 단체를 통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판매하는 효과
를 낳았다.
체험 샘플을 제공하라(Make bite-size chunks): 어떤 동네에 새 매장을 열면,
수천 개의 도넛을 공짜로 나눠줬다. 크리스피 크림은 매장에서 기다리는 고객들
에게 덤으로 도넛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러한 무료 샘플 전략은 자연스럽
게 입소문이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품 그 이상의 것을 팔아라(Create a cause):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들이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매장에서 느끼는 감성적인 친밀감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
추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크리스피 크림의 성공 비결은 TV 광고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2000년 주식 상장 이래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크리스피 크림도 이제는 공격적으로 광고를 실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으나, 크리스피 크림은 여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크리스피 크림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스탠 파커(Stan Parker)에 따르면, "회사가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회사를 도우려고 입소문을 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하니 정말 행복한 회사임에 틀림없다.
크리스피 크림, 국내에서도 성공할 것인가?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도넛 매니아들에게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2004년 하반기에 우리에게도 이 선물이 '내려진다'고 하는데 과연 미국에서처럼 성공할 것인가?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검색해 보면 국내에서도 크리스피 크림 '고객 전도사'들이 쓴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미국에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이미 먹어보았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전설을 전해들은 사람들이다. 크리스피 크림 국내 상륙 뉴스를 접한 어느 네티즌은 벌써부터 "첫날 3상자를 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크리스피 크림의 국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그룹 관계자들이 이런 열성적인 잠재 고객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이야말로 크리스피 크림의 일등 세일즈맨 역할을 할 스니저(sneezer)들이다. 이러한 고객 전도사들을 활용한 사전 입소문 마케팅과 PR 작업이 효과적으로 전개된다면, 미국에서처럼 첫 매장을 개장하는 날 아침에 교통 정리를 위해 경찰이 출동하고,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올 정도로 대박이 터질지 누가 알겠는가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 입점된 곳이
아시아에선 한국이 유일하다네요..
아시아 1호점이 신촌점
아무래도 던킨을 더 많이가죠..대중적이니까 ..근데 크리스피 저정도면 많이 성장한거예요..던킨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자본금에 진짜 얼마전까지만해도 구멍가게 수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