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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될까? (담론의 주도권 경쟁)
질문자님이 지적하신 '학문적 헤게모니 다툼' 관점에서 보면, 이 현상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① 학계의 '새 상품(New Product)' 출시 필요성
학계와 연구소도 일종의 시장입니다. 수십 년 동안 'Integration(통합)'이라는 단어로 수천 편의 논문이 나오고 정책이 시행되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연구비(그랜트)를 따내거나 주목받기 힘들어집니다. 이때 "기존의 Integration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차원이 다른 Inclusion의 시대다!"라며 깃발을 흔들어야 새로운 학문적 영토가 생기고, 새로운 프로젝트 예산이 배정됩니다.
② 정치권과 관료의 구호 갈아타기
정치인과 관료들은 이전 정부나 선배 관료들이 쓰던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신들만의 신선한 브랜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Integration 정책은 실패했다, 이제 우리는 획기적인 Inclusion 정책을 편다"며 포장지만 바꾸는 정무적 꼼수를 자주 부립니다.
3. 말장난을 넘어선 한 가지 실천적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담론 싸움이 현실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딱 하나 있다면, "무늬만 흉내 내는 가짜 실천"에 대한 고발 기능입니다.
과거 학교나 시설에서 장애인을 일반 공간에 덩그러니 앉혀놓고 "우리 함께 통합(Integration)했다"며 생색만 내고 방치하는 부작용이 심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활동가들과 학자들이 "그건 진정한 통합이 아니다! 공간만 합치는 껍데기 통합(Integration) 말고, 제도와 마음까지 바꾸는 진짜 포용(Inclusion)을 하라"고 기득권을 강하게 압박하는 무기로 새 용어를 활용한 측면은 있습니다.
결론
질문자님의 이 시각이 정확한 본질입니다.
결국 개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실에서 기존 개념을 게으르고 형식적으로 실천하는 온정주의적 태도를 타파하기 위해, 학계와 활동가들이 다소 과격하게 새 용어를 발명해 대조시키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그 이면에는 분명 학자들의 밥그릇 싸움과 담론 주도권 경쟁이라는 '말장난적 속사정'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습니다.
UN Disability-Inclusive Language Guidelines 2021, p.10
“Integration is the process of making a person adapt to or fit into society, while inclusion refers to the process of changing society to include everyone, regardless of their impairment status.
When talking about persons with disabilities, the connotations of ‘inclusion’ are positive, while those of ‘integration’ are negative. These terms are therefore not interchangeable.“
UN Guideline의 설명은 말장난에 가까워 보입니다.
특히 Integration의 개념과 그 함의에 대한 주장은 그냥 궤변입니다.
inclusion은 process of including everyone by changing society라고 해야 그나마 말이 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UN이 새삼스럽게 inclusion이라고 표현하는 저런 process나 목표를 그 전에는 무엇이라고 표현했을까요?
- Towards Full Integration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in Society
- "Social integration" means the effective involvement and participation…
integration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면 제대로 되게 하자 할 일이지 용어를 바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용어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integration의 개념을 왜곡하고 inclusion의 개념을 날조하여 저렇게 대비하다니… 민망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학자들의 학문적 헤게모니 다툼, 담론의 주도권 경쟁, 새로운 지식 상품의 필요성… 그런 차원의 말장난에 놀아났거나 부화뇌동한 꼴로 보이지는 않을까요? 그런 혐의나 비판을 어떻게 해명 반박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