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2022년 춘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말씀
(2022년 3월 22일)
* 주한 교황대사의 불참으로 주교회의 사무국장이 대독하였다.
존경하는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
친애하는 한국 교회의 주교님들과 아빠스님,
주교직을 함께하는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들께 짧은 인사 말씀을 드리면서 이번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시작을 알리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가장 먼저 저는, 지난 1월에 바티칸을 방문하여 개인 알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따뜻한 인사를 주교님 여러분께 전해 드립니다. 교황님께서는 주교님 여러분에 대한 영적 친밀함을 보증하시면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그리고 한국 교회 전체에 진심으로 교황 강복을 전하십니다. 또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피데이 도눔’ 선교 후원으로 파견되어 여러 나라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있는 한국인 사제들의 아낌없는 노력에 대하여 주교님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2021년 11월 30일 당신의 영명 축일에 퇴임하신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을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교구 사목을 이끌며 보여 주신 신앙의 증언과 선교 열정에 찬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오늘 이 회의에 기꺼이 초대해 주신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의장 주교님께서 교황대사관과 한국 주교님들 사이에 효과적인 매개 역할을 해 주시니 깊이 감사드립니다.
주교님 한 분 한 분께 모두 따뜻한 인사를 전하며, 제가 교황 사절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사려 깊게 협력해 주심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주교회의의 여러 활동을 충실하고 유능하게 조정하시는 주교회의 사무총장 신부님과 신부님의 협조자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알현에서 저는, 교황님께서 한국 교회와 한반도에 자부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시는 데에 대하여 깊이 감사드렸고, 2021년 10월 28일에 신임 서울대교구장으로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을 임명하여 주신 데에 대한 주교님 여러분의 기쁨을 전해 드렸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12월 8일에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정순택 대주교님의 착좌 미사에 대하여 상세히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저희 교황대사관은 정순택 대주교님의 사목 직무에 긴밀히 함께하고 지원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교황님께서는 지난 2월 26일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을 대전교구장으로 임명하셨습니다. 김종수 주교님께서는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의 충실한 보좌 주교이셨으며 최근 몇 달 동안 교구장 서리로서 지혜롭게 대전교구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김종수 주교님께 저의 기도와 지원을 약속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난 3월 19일에 교황님께서 신임 청주교구장으로 김종강 시몬 신부님을 임명하시고,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님의 교구장 사임 청원을 받아들이셨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성좌의 뜻을 따라서 23년 동안 청주교구를 모범적으로 이끌어 오신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김종강 시몬 주교님께 새로 맡겨진 직무를 위해 축원과 기도를 약속드립니다.
* * * * *
이제 저는 한국 교회의 사목 생활에 매우 실제적이고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사항을 주교님 여러분께 제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첫 번째 주제는 교리 교사직에 관한 교황 문헌 「오래된 직무」(Antiquum Ministerium)와 관련됩니다. 이미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정기총회에서 이에 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제로는, 올해 기념할 인류복음화성과 교황청 전교기구 차원의 몇몇 주요 기념일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한국 교회 또한 이 주요 기념일들을 경축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2021년 5월 10일 자의 교서 「오래된 직무」를 통하여 교리 교사직을 제정하셨습니다. 이 직무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 이미 존재했으며, 그때 이래로 복음 선포에 봉사하는 개인적 은사로 인식되었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신자들, 곧 축성생활자들과 평신도들이 복음화 활동에 한 기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들은 “교리 교육에 자신들의 삶을 투신하여 신앙이 모든 인간의 삶에 효과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실제로 자의 교서는 “교리 교육을 함으로써 복음 전파에 직접 뛰어든 수많은 남녀 평신도”를 기억합니다. “깊은 신앙심을 지니고 거룩함을 참으로 증언한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는 교회의 설립자가 되었고 마침내 순교자로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였습니다”(3항). 한국 교회는 평신도 교리 교사의 소중한 가치를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이 땅에 한국 가톨릭 교회가 설립된 것은 바로 이벽과 김범우를 비롯한 여러 평신도의 교리 교육 활동 덕분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4년 8월에 거행된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 미사 강론에서 다음과 같이 되새기셨습니다. “하느님의 신비로운 섭리 안에서, 한국 땅에 닿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은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민족,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이 땅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 복음과 처음으로 만난 한국의 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셨으며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해 더욱더 많이 알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평신도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교리 교사로서 자신들이 가르친 바를 영웅적으로 실천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피 흘려 증거한 빛나는 모범으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교리 교사가 지니는 본연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자의 교서가 말한 대로, “교리 교사들은 가장 먼저 신앙을 전수하는 데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부름받습니다.
이러한 사목 봉사는 케리그마(Kerygma)를 처음으로 선포하는 것에서부터,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었음을 알게 해 주고 특히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준비시켜 주는 가르침까지, 그리고 마침내 세례 받은 모든 이의 지속하는 양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로 전개됩니다.” 동시에 교리 교사는 “신앙의 증인, 교사며 신비가, 동반자이며 교육자로서 교회의 이름으로 가르칩니다”(6항). 교리 교사가 이러한 임무에 충실할 수 있으려면, 인간적 자질인 포용과 환대는 물론 적극적인 공동체 생활에의 참여와 헌신적인 기도와 공부로 길러진 깊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직무가 사회 조직 안에 깊이 참여하는 평신도의 큰 역량 덕분에 “모든 형태의 성직주의에서 벗어나 온전히 ‘현세적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함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평신도 교리 교사 직무를 제정하심으로써 전 세계 주교회의가 “이 직무의 허용을 위한 필수 양성 과정과 규범의 기준을 정하여”(9항) 이를 실행하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러므로 주교님들께서는 “그리스도께서 주교직을 교회의 구원 사업 전체를 독점하도록 세우신 것이 아님을” 알고, 앞서 말한 기준에 근거하여 교리 교사 직무를 위한 성소를 식별하고 ‘깊은 신앙심과 성숙한 인성을 지닌 남성들과 여성들을 뽑도록’(8항 참조) 부름받습니다.
* * * * *
나) 두 번째 주제는 전교 부서의 차원에서 중요한 몇몇 기념일의 거행과 관련됩니다.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님은 2021년 12월 14일에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께 이를 알리셨습니다. 역사적으로 2022년은 인류복음화성 설립 400주년, 전교회의 설립 200주년과 애초의 전교 기구에서 교황청 전교 기구로의 승격 100주년 그리고 교황청 전교연맹 설립자 복자 파올로 만나 신부 탄생 150주년이 됩니다. 이 기념일들의 경축은 오는 5월 22일 리옹에서 거행될 전교회 설립자 프랑스 수도자 폴린 자리코의 시복식에서 정점에 이를 것입니다.
앞서 말한 서한에서 타글레 추기경님은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습니다. “이 기념일들은 온 교회와 관련을 맺으며, 지난 수 세기 동안 하느님 영광과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이룰 수 있었던 모든 선익에 대하여 우리가 그 무엇보다 기쁨과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또한 추기경님은 이렇게 쓰셨습니다. “특히 우리가 숫자상으로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지역 교회의 활력을 생각해 볼 때, 오늘날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는 수많은 복음화 활동은 인류복음화성과 교황청 전교 기구를 통하여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기념일들에 직접 연관된 또 다른 주요 행사는 2022년 전교 주일입니다. 올해 전교 주일 주제는 “너희는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의 선교적 본성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고, 이 기념일들은 “열정과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의 선교 활동을 쇄신하고 강화할 중대한 계기”임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타글레 추기경님은 모든 주교님이 이 행사들에 마땅한 관심을 기울여 이 기념일들이 “인류복음화성을 알리고 신자들 사이에 교황청 전교 기구의 은사를 널리 확산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제안하십니다. 모든 주교님께서는 교황청 전교 기구의 교구 책임자와 함께 권고사항을 실천할 가장 좋은 방식을 찾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원의 보편 성사인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하여(교회 헌장 48항 참조), 여러 교구에서 “교회의 복음화 사명”과 “교황청 전교 기구의 본질과 임무”에 관한 심도 있는 모임들이 조직된다면 유용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2년 전교 주일 교황 담화에서, 바로 그 주제로 선정하신 다음과 같은 사도행전의 구절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해석해 주십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교황님께서는 우선 어떻게 모든 신자가 세례에 힘입어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라고 부름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교회의 정체성이 복음화가 되는지 강조하십니다. 복음 선포의 사명은 결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 발의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는 심오한 교회의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증언은 무엇보다도 공동체적 성격을 지닙니다. 그래서 사명을 수행할 때에 그 규모와 상관없이 공동체의 존재는 본질적으로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 사명의 보편성을 확언하십니다. 교회는 개종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하여 파견됩니다. 교회는 언제나 지리적, 사회적, 실존적인 새로운 지평을 향하여, ‘경계에 놓인’ 장소와 인간 상황을 향하여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민족, 문화, 사회적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증언하기 위해서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어떻게 제자들이 성령 강림의 힘으로 선포자가 되었는지 밝히고 복음화 활동 안에서의 성령의 활동을 강조하며 담화를 마치십니다. “그 어떤 그리스도인도 성령의 감도와 도움 없이는 주 그리스도를 온전히 참으로 증언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러한 감도와 도움 없이는 ‘완전히 선교적인’ 교회, 그 안에서 모든 이가 ‘주님의 예언자’(민수 11,29 참조)가 되는 교회를 보리라는 희망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 여러분, 교황님을 대신하여 저는,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보편교회 실정에 관심을 갖도록 일깨워 주신 주교님 여러분과 신부님들과 협조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 신자들은 코로나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베드로 성금, 선교 협조비, 교회의 [예루살렘] 성지 복음화 활동을 위한 다양한 후원금을 기부해 왔습니다. 제게 허락하신 개인 알현에서 교황님께서는 성좌의 ‘백신 나눔 캠페인’에 한국 교회가 크게 기여해 주신 데에 대하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여러분의 이러한 사도적 자선에 대하여 주님의 강복과 보상을 청하는 기도를 드리십니다. 잠깐 만났던 교황자선소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님도 한국 교회가 교황님의 자선을 위하여 보낸 큰 성금에 감사 인사를 하셨습니다.
주교님들께서 이번 총회의 안건들에 대한 형제적 논의를 시작하실 때에, 교황님께서는 한국 교회의 선익과 더욱 큰 하느님 영광을 위하여 복음 메시지를 새롭게 선포하는 데에 이바지할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시며 기도로 여러분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시며 한국 교회의 수호성인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께 주교님 여러분의 목자로서의 사명과 여러분에게 맡겨진 교회를 의탁드립니다.
사려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주한 교황대사
+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