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은-이승훈 동…동반 메달로 화려한 피날레
정재원(왼쪽), 이승훈이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2.2.19/뉴스1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올림픽의 막바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정재원(21·의정부시청), 이승훈(34·IHQ)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이승훈이 선두로 치고 나갔고 네 번째 자리에 있던 정재원도 뒷심을 발휘했다. 벨기에의 바트 스윙스(31·7분41초11)가 ‘날 하나 차’로 앞선 가운데 정재원, 이승훈, 조에이 만시아(36·미국) 세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디오판독 끝에 정재원(7분41초18)의 은메달, 이승훈(7분41초19)의 동메달이 확정됐다. 이승훈은 개인 통산 올림픽 6번째 메달(금3, 은2, 동1)을 획득했다.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과 함께 최다 올림픽 메달 보유자가 됐다. 겨울종목 선수로는 이승훈이 최다다. 이승훈은 “너무 영광스럽고 첫 동메달이다. 우리 선수가 2, 3위를 했다. 기쁘고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보름이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2022.2.19/뉴스1
여자 결선에서 김보름(29·강원도청)은 5위에 올랐다. 평창대회 당시 여자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김보름은 다른 선수들의 견제 속에 초반부터 레이스 후반에 쳐져있다 후반부에 선두경쟁을 펼쳤지만 레이스 도중 경쟁 선수와 접촉이 생기며 페이스가 쳐졌다. 김보름과 함께 메달사냥에 나섰던 박지우(24·강원도청)는 준결선 1조에서 13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출처: 동아일보 2022년 2월 19일(토) | 스포츠 | 베이징=김배중 기자.베이징=강동웅 기자
[한시를 영화로 읊다] 스승이 남긴 말
✵ ‘유배(流配)-하방(下枋)’ 권력 압제(權力壓制)에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계속
영화 ‘아이들의 왕(King Of The Children)’에서 시골 학교 교사가 된 라오깐(왼쪽)은 말 못 하는 아버지를 대변하기 위해 공부하는 왕푸를 가르친다. 동아일보DB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은 강진 유배시절 주막집 뒷방에 서당을 열었다. 자신은 둔하다며 배우길 주저하던 아이 황상(黃裳, 1788∼1870)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다산은 아이가 학질(瘧疾)에 걸렸을 때 다음 시를 써주었다.
황상이 다산에게 받은 글을 모은 <다산여황상서간첩><윤영상 소장, 출처: ⓒ 정민>
‘학질을 끊는 노래, 황상에게 주다[절학가증황상(截瘧歌贈黃裳)]’
割疔不顰花潭翁, 활정불빈화담옹, 화담옹은 종기 째도 찌푸리지 않았고,
忍疥不爬稱權公. 인개불파칭권공. 가려움 참고 긁지 않음 권공(權公)을 일컫는다.
汝更少年瘧不臥, 여경소년학불와, 너는 더욱 어린데도 학질에도 안 누우니,
執志頗足追前功. 집지파족추전공. 굳센 의지 앞선 분을 뒤쫓기에 충분하다.
我初南投罹此疾, 아초남투리차질, 내가 처음 귀양 와서 이 병에 걸렸는데,
叫嚎懊憹如孩童. 규호오뇌여해동. 소리치며 끙끙 앓기 어린아이 같았었지.
苦雨凄風逼肌髓, 고우처풍핍기장, 괴론 비에 찬 바람이 살과 뼈를 파고들고,
炎天暑月思重被. 염천서월사중파. 찌는 더위 여름날에 겹이불만 생각했네.
指爪漸黑脣漸靑, 지조점흑순점청, 손톱도 검어지고 입술 점차 파래져서,
已聞砧杵生牙齒. 이문침저생아치. 다듬이질하는 소리 이 사이 들렸었지.
壯士不敢伸其拳, 장사불감신기권, 장사도 제 주먹을 감히 펴지 못하였고,
理學不能支其跪. 이학불능지기궤. 학자도 무릎 꿇기 능히 지탱 못 했다네.
汝乃天然神采凝, 여내천연신채응, 타고난 네 정신이 오롯이 엉겨 있어,
復能捉筆煩鈔謄. 부능착필번초등. 다시 능히 붓을 잡고 번거로이 베껴 쓴다.
蠅頭細字四五葉, 승두세자사오엽, 파리 대가리 가는 글자 네댓 쪽을 쓰는데도,
點畫跳動無凌兢. 점획도동무능경. 점획이 생동하여 덜덜 떨림 하나 없네.
他年成就且休說, 타년성취차휴설, 훗날의 성취야 말을 할 게 뭐 있겠나,
卽事視我高一層. 즉사시아고일층. 이 일 보면 나보다도 한층 더 높겠구나.
大牛立斃汝不問, 대우립폐여불문, 큰 소가 자빠져도 너는 묻지 아니하니,
性質有然非由訓. 성질유연비유훈. 성질을 타고나서 배워서 됨 아니로다.
苦工宜從吸斗醋, 고공의종흡두초, 괴론 공부 마땅히 한 말 식초 마심이니,
勇志豈肯羞敝縕. 용지기긍수폐온. 날랜 뜻 어이해 해진 솜을 부끄리랴.
願汝努力攻文史, 원여노력공문사, 원컨대 너 노력해서 문사를 전공하여,
宇宙萬事皆己分. 우주만사개기분. 우주의 만사를 네 것으로 만들려무나.
-정민(한양대학교 교수), ‘다산 증언첩(茶山 贈言帖)’ 중 《삶을 바꾼 만남》에서
다산이 학질에 걸려 고생하는 황상에게 지어준 ‘절학가’ 윤영상 소장, 출처 ⓒ 정민
황상(黃裳)은 아전(衙前)의 자식이었다. 병중에도 공부를 놓지 않는 제자에게 스승은 큰 기대를 걸었다. 문사(文史)를 공부해 세상만사를 꿰뚫기를 바랐다. 천카이거 감독의 ‘아이들의 왕’(1987년)에도 그런 만남이 나온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산간벽지로 하방(下放)된 라오깐은 학교에 배치돼 말 못 하는 아버지를 둔 왕푸를 가르치게 된다. 왕푸는 아버지를 대변하기 위해 사전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배운 글자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는다. 황상이 학질에 걸린 채로 흐트러짐 없이 잔글씨를 쓴 것처럼.
선생 자신도 고난을 겪고 있지만 학생의 올바른 성장만이 관심사다. 황사영의 백서 사건에 휘말린 정약용도, 하방된 라오깐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를 제자와 함께 고민했다. 다산은 황상에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고 당부했다.(‘贈山石’) 당의 지침을 따르지 않아 쫓겨나는 라오깐도 학생들에게 신문을 베끼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쓰라고 가르친다. 왕푸에겐 특히 “아무것도 베끼지 마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권력의 압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계속된다. 황상은 60년 뒤에도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했다.(‘壬戌記’)
다산초당[茶山草堂: 정다산유적(丁茶山遺蹟, 사적 제107호)]
◇ 영화 > 아이들의 왕(King Of The Children, 孩子王, 첸카이거 감독, 1987)
주인공 라오꼬는 당(黨)으로부터 교사 발령을 받고 도시로 부터 멀리 떨어진 산간마을에 파견근무를 간다. 한번도 아이들을 가르쳐보지 않은 라오꼬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더군다나 종이를 아끼느라 아이들에게 책도 주지않아 칠판에 교과서를 옮겨 쓸 수밖에 없다. 결국 선생님은 아이들의 개성을 말살시키는 교육방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참교육을 펼쳐나간다. 아이들은 책에서 읽은 대로가 아니라 자신들이 느낀 대로 글을 쓰게 된다. 결국 마을을 떠나게 되지만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는 깊은 교훈을 남기게 된다.
출처: 동아일보 | 문화| 2022년 1월 27일(목)|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첫댓글 북경 올림픽 장면까지...유배까지 소환하는 글과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