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outube 'MBClife' 캡처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겪던 아파트 주민이 주차장에 개인 용도의 주차금지봉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삼척의 A아파트 주민들은 매일 밤마다 눈치싸움을 합니다. 이 아파트는 총 474가구가 거주하는데요. 주차 공간은 584대 규모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들이 소유한 차량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950여 대에 달합니다. 그렇다 보니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지는데요. 귀가가 늦은 주민들은 아파트 주차장 대신 인근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파트 주민 백경숙씨는 지난 6년간 어쩔 수 없는 불법주차를 하며 과태료를 물거나 차량이 파손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동 대표에 자신의 상황을 문의해봤지만 "주차하고 싶으면 일찍 들어오라"는 답변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마지 못해 백씨가 선택한 방법은 주차공간 하나에 개인용 주차금지봉을 세워놓는 것이었습니다.
공용공간인 아파트 주차장을 사실상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백씨의 행동에 주민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반면 누리꾼들은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아파트 측 잘못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백씨의 행동, 법적으로 따져보면 어떻게 될까요?
◇끝까지 치우지 않으면 퇴거당할 수도
입주민들 입장에선 모두 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와중에 백씨가 주차금지봉으로 맡아놓은 자리를 보면 황당한 마음이 들지 모릅니다. 그러나 백씨 동의 없이 이를 제거하려고 시도하면 재물손괴죄 등으로 되레 다른 주민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먼저 백씨에게 철거를 요구한 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입주민 투표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주차금지봉을 제거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공용주차장을 개인이 사적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벌칙 규정이나 과태료 규정은 없습니다. 아파트 주민 자치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데요.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은 전유부분과 공동부분으로 공간이 구분됩니다. 전유부분은 건물 1동의 독립된 집, 사무소, 점포 등으로 아파트 '○동 ○○○호'처럼 그 세대만이 사용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공동부분은 전유부분을 제외한 복도, 계단, 입구 등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지하공간도 공동부분에 해당합니다.
주차공간을 개별 가구가 분리해 소유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파트 주차장도 공용면적으로 분류됩니다. 공용면적은 누군가 독점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아파트 내 공용공간의 사용까지 법률이 강제하진 않습니다. 유일하게 복도나 계단 등 피난시설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경우에만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아파트 주차장의 개인적 사용의 허용 여부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같은 주민 자치회가 내리게 됩니다. 백씨와 같이 아파트 주민 중 한 명이 주차장에 사유재산을 설치하거나 자리를 차지해 다른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법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 단체가 나서야 합니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입주민은 다른 입주민 공동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입주민 공동의 이익에 현저히 어긋나는 행동을 계속해 더 이상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입주민 투표를 통해 해당 입주민의 퇴거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차량 7대인 집도"…억울한 백씨
백씨도 억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꼬박꼬박 관리비와 공동공간에 대한 이용료를 내고 있음에도 귀가가 늦다는 이유로 아파트 주차장을 제대로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몇년간 적잖은 금전적 손해를 봤습니다.
사실 아파트 주차장 내에선 차량 여러 대를 소유한 세대가 많아 정작 다른 세대는 차량 한 대도 제대로 대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일부 아파트들은 주차 스티커의 색을 다르게 하거나 두 번째 차량에는 별도의 주차비를 받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민원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 또한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의 주차 가능 대수 또한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공동주택의 경우 세대당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하되 60㎡ 이하가 아니라면 세대당 1대 주차가 가능하도록 주차공간을 구획해야 합니다. A아파트도 이 규정에 따라 주차공간을 만든 셈입니다. 물론 처음 지을 때부터 주차공간을 넉넉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공용면적이 넓어질수록 관리비가 올라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모든 차량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한집에 한대씩만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주차대수를 관리하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이런 아파트 주차 규정은 공동주택관리규약 개정을 통해 변경할 수 있는데요.
관리규약 개정은 입주자대표회의 또는입주자 10분의 1 이상이 개정안을 제안하고 전체 입주자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이뤄집니다.
백씨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의 경우, 차량 1대가 등록된 집이 98세대, 2대가 19세대이고 나머지는 3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량이 여러대인 집들로 인해 다른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더 큰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입주민들이 회의와 대화를 통해 관리규정을 바꿔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