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훈련이다 대회참가다 하며 혼자 나 돌다가 조금은 미안한 생각에
몇 년째 단풍구경도 못했다며 투덜대는 집사람을 달랜다며 기획한 거창마라톤대회다
원래 계획은 하루 전날 이동하여 지리산 성삼재로 드라이브하여 단풍구경도 하고 멧돼지
바베큐, 손두부등 지역 토속음식도 먹어보고 수승대 국민관광단지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식구들의 응원속에 즐겁게 하프 한번 땡기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러나 사람 사는게 어디 계획대로 되는 게 많이 있던가?
대회일 하루 전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나는 회사 체육대회 행사가 잡혀 산성으로,
집사람은 딸애 한자 검정시험 땜에 부산대학교로 각자의 임무수행을 위해 떠났다.
오후 늦게 부산대 앞에서 합류하여 저녁을 먹고 내일을 위해 아쉬운 하루를 접었다.
일요일 새벽 5시. 미안한 마음에 먼저 일어나 김밥 6줄 사놓고 주섬주섬 운동복도 챙기고
난 후 단풍구경 가자며 집사람 깨우고 눈도 안 뜨지는 아들.딸 깨워 억지로 옷도 입히고
하여 겨우 6시 집을 나섰다.
거창까지 2시간 반. 가는 내내 나만 단풍구경하고 나머지 식구 모두는 그냥 잤다.
수승대 국민관광단지! 수북이 쌓인 낙엽들. 계곡 물위를 지나는 현수교, 정중동의 위엄을
갖춘듯한 월성계곡. 나름대로 늦은 가을의 낭만이 흐르는 것 같아 가족나들이로는 좋은
분위기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원들 속에 계곡의 고요함을 깨우는 풍물패소리, 몸이 절로 흔들어 지는 댄스음악, 대회 진행자의 안내 코멘트, 아무에게나 건네주는 거창사과, 아직 출발 한참 전인데도 접시 수북이 담아주는 돼지수육,촌두부,배추김치,열무김치,막걸리등등 거창군의 후덥한 인심과 대회분위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간다.
대회장 분위기에 젖어 식구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보니 벌써 출발시간이 다가와
결승선에서의 멋진 사진을 주문하고 출발준비를 했다.
먼저 대회 홈피에서 숙지한 코스 고저도에 의하면 반환점까지 80M의 고도로 완만한 오르막이 지속되고 반환점 이후는 반대로 평지 아니면 내리막이다.
전략은 단순명료 했다. 반환점까지의 순위가 바로 결승점 순위로 이어 질것이라 생각하고
반환점까지 선두그룹만 따라가기로 작심했다.
목표는 즐달이지만 이런 산골에 꾼들만 안온다면 은근히 욕심도 부려 볼만한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출발선상에 서고 긴장된 몇 분이 흐른 뒤 카운트다운 후 드디어 출발!!
대회장 좁은 출구를 빠져 나오는데 이리 저리 밀리고 다행히 사고없이 탁 터인 2차선의 주로에 나오니 왠걸 다른 넘들이 왜 그리 빨리 달리던지.
C벌넘들 오늘은 즐런할려고 했는데…. 할 수 없지 뭐 따라 가는데 까지 가 봐야지 하면서
한참을 갔다.
한 2Km 정도를 지나니 저만치 앞서 진짜 꾼들이 10여명 무리지어 달린다.
저 쉐이들은 밥만 묵으면 뛰기만 하는지 진짜루 잘 달린다.
그 다음에 나 같은 어줍제비들이 10여명 나래비를 서서 뛰어가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그
어줍제비들 중에서도 내가 제일 뒤에서 뛰어 가고 있는게 아닌가?
출발전에 막내녀석,큰딸,집사람 모두에게 당당한 목소리로 몇등으로 들어오는지 세어보라며 큰 소리 쳤는데… “앞서가는 넘들 가다가 제발 다리에 쥐라도 좀 나라. ㅋㅋㅋ…” 하는 비겁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잠시 전 품었던 큰 뜻을 접고 몸 가는대로 뛰어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마음의 여유가 있어 좋았다.
월성계곡코스는 정말 너무 좋았다. 수승대관광지에서 갈계삼거리-강선대-분설담-장군바위등 지루함 없이 돌고 돌아 가는 길이 계곡과 농가로 이어져 단풍과 풍광이 어우러져 정말 훌륭한 코스였다.
그러나 뛰는 사람에겐 반환점 끝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언덕 땜에 많이 힘들었지 않나 싶다. 지난주 산성너머까지 뛰어 올라갔던 일을 떠 올리며 무리없이 나만의 페이스를 어어 갔다.
한편의 노래가사처럼 점점 멀어져 가는 꾼들을 편하게 바라보며 반환점까지 어줍제비 3~4명 추월하고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 내내 결승선까지 죽으라고 뛰어 4,5명을 제꼈다.
이런 기회야 말로 아빠의 위대함과 남편의 힘(?)을 확인시켜줄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넷타임으로 1:18:41초. 아들 말로는 14등쯤 한 것 같다고 했다. 한참후 몸을 추스린 후 멋지게 사진 한 장 박고 혹시나 싶어 본부 기록팀에 확인해보니 40대부 5등이란다. 이게 왠 횡재인가. 마지막 3초 차이로 한 주자를 따돌린 덕에 입상의 횡재를 한 것이다.
애들은 아빠가 시상대에 서는 것이 자랑스러워,엄마는 눈먼 시상금 10만원이 들어오는것에 흥분하고 환호했다.
이렇게 우리가족 단풍구경 나들이는 마감이 되어갔다.
요약해보면 아침식사는 새벽에 내가 사온 김밥으로 때우고 점심은 대회 주최측이 제공하는 수육과 두부,사과로 대신하고 단풍구경은 돌아오는 차편의 차장너머로 눈이 시리도록 구경하고 저녁은 동래 낙지볶음집에서 오늘의 행운을 자축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감했다.
내년에도 다시 참가하고 싶은 대회였으며 단체참가팀에는 10명 단위로 거창합격사과 1박
스씩 주는 기념품이 무척 탐이 났답니다.
첫댓글 선배님 기록보면 기~냥 음메 기죽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내년에는 같이 참석토록 하겠습니다. 입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창근선배님 힘!
우와 !!! 효마클은 여성회원들만 입상하는줄 알았는데 , 남자도 한 역할하네요~~~ 게다가 18분대 하프라,,,,,, 효마클의 지존이 학실하네요 . 이창근 힘 !
달림과 가정에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 회원님 모두에게로 전수되었으면 합니다. 입상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사이드잡이 생기는 군요!!!! 입상 자주 하시길.... 그라고 차비/식대 등 경비는 최하10만원정도 인 것 같은데.... 3등 이상을 하셔야 수익이 날 듯 합니다. 효마클 지존 힘!!!
아니 우리 고수가 그래 뛰었는데도 40대부 5위라니 정말 무서버...
어제 거창대회 10Km 부문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네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한번 생각해 봤는데 정말 절대 죽도록 뛰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자신을 느끼면서 즐겁게 달립시다.
우와 첫 상금이네? 평소 열시미 하더니만 이제 슬슬 긁어 모으기 시작이네! 조금만더하면 4자보고 그다음은 C발름들 제끼고 거금을 챙깁시다 축하하요.
효마클 남성부에서 현금을 상으로 받기는 처음인 것 같으니 먼저 축하하고... 그런데 어제 너무 빡시게 뛴다고 그런지 입이 좀 거칠어진 것 같은데, 빨리 소주로 씻어 내어야 할 듯 !
하여간 효마클의 지존, 힘!!!~~~사이드잡은 나에겐 꿈, 꿈이여라~~~ㅎㅎ
수신제가에 대회입상까지 너무나도 완벽한 하루를 보내신 것 같군요. 부러버라.. 입상을 다시한번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10명에 사과 1박스라 음~~~ 이창근님 히~~~임!!!
<C벌넘들 오늘은 즐런할려고 했는데…>이런 말도 sub-3가 하니 고상하게 보이네요. 우리가 하면 바로 짤리지...ㅎㅎㅎ...좌우간 입상을 축하합니다. 우린 꿈에서도 입상할 수 없는데 엄청 부럽습니다. 이창근 힘!...
대단하십니다... 달리고 상금받고 일거양득입니다.. 그리고 좋은 대회라니 내년에는 저도 참가해야겠습니다. 선배님 힘!!!
이창근님도 고향이 서부경남이신가? 지리를 잘 아시네요. 그리고 전에 내가 아는 어떤 분의 별명이 "상품 사냥꾼"이었는데, 훌륭한 상품 사냥꾼이 되어 주기기 바랍니다.
하이구~! 울트라 참가비 마련하신거 축하드립니다.
단풍구경에 로또 4등 쯤에 당첨된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가장의 따스한 마음이 여기저기 배여있네요..작년 여름 수승대갔었는데 정말 물이 좋았습니다.근데.. 사람들이 자꾸 빨라지네요^^ 입상 축하드리며, 이창근님 힘!
입상을 축하합니다 후기가 평소 이창근님의 이미지와 매치가 잘 안됩니다 아뭏든 입상축하드리고 그 정도면 어줍제비가 아니고 달리기 9단의 경지입니다
효마클의 날쌘돌이... 이 창근님! 입상 축하합니다. 앞으로 자주 듣게될 반가운 소식중 이번이 그 1탄 이라고 생각되네요. 이 창근 힘!
이프로, 너무 빠릅니다. 상금받았으니 프로는 확실한것같고, 곧있을줄모르는 신문기자나 코오롱 정모감독등의 인터뷰에 항상 대비할것, 서두는 항상 "국민학교때부터 학원다닌적은 없고 학교공부만......"로 시작해야함. ㅊㅋㅊㅋ
늦가을 가족과 함께 한 마라톤 여행, 참 좋습니다. 수상도 축하드립니다. 힘!
입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자랑스런 아빠 남편 되심을 더욱 더 축하드립니다
가족 분들의 미소를 그려보니 저도 즐거워집니다. 흐뭇한 주말 보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축하드립니다.잘달리고 상금타고,..저는 집사람은 달리고 부상금은 제가 챙기고,.. 저도 만원이라도 한번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네요.보약사드세요.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