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장훈 선수의 마지막 경기네요.

[ny502]

다른 분께서 아래 선수(?)를 쳐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서장훈이라는 농구계의 거인(실제 사이즈로나 업적의 크기로나..)이 물러나는 마당에 흉흉한 소식에 뭍힌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일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개인 SNS에 막 끄적인 내용을 슬쩍 끌고왔죠. 선수로서는 오늘 마지막 경기이지만 멀지 않은 날에 또 다른 모습으로 첫 경기를 치루길 바랍니다.

오늘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합니다. 그 역사의 시작은 아래 농구대잔치부터였죠. 연세대의 채소연같은 매니져가 있었다면 당시 이렇게 뇌까렸을까요. "있잖아, 오빠! 정말이야, 진짜 굉장하다구! 신장은 207cm정도 될까..? 대학농구는 처음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굉장해. 3점슛을 던졌는데 어떻게 됐을 거 같아? 응? 말해봐? 림도 안 스치고 클린을 들어가는 거 있지! 그 키에! 진짜야!! 믿기지 않지!?...언젠가는 농구계의 구세주가 될지도 몰라...이름은 장훈이라고 해-"

얼마전 MBC배 대학농구를 보며 제가 호들갑을 떨었던 이종현-이승현-김종규 빅맨 3인방을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단언컨대 서장훈은 저 셋의 장점만 쏙쏙 빼닮은, 듣도보도 못한 우리나라 농구를 통틀어 최강의 괴물이었어요. 이종현만한 사이즈에 이승현스런 점퍼를 구사하고 김종규처럼 달릴 수 있었죠. 그는 아니나다를까 데뷔하자마자 보란듯이 성인무대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어댔습니다. KBL라는 정식 프로 리그가 출범하고 흑형들이 어기적어기적 코트를 누빌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맞짱을 뜨면서 유일무이하게 시즌 20득점-10리바운드라는 초엘리트 빅맨의 성적표를 찍어냈죠.

20여년간의 커리어동안 농구대잔치 우승, KBL 우승 2회, 아시안게임 금메달, 통산 최다 득점과 리바운드 등 농구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영광은 죄다 그의 몫이었네요. 허나 한 켠으로 늘상 따라다니던 잦은 헐리웃 액션과 심판 항의, 언제나 일그러진 표정, 동료들과의 불화설, 숱하게 팀을 옮겨다녔던 특급 저니맨, 외곽만 나도는 센터 등 칭찬만큼이나 온갖 비난과 구설수로 얼룩졌기에 그의 커리어가 이토록 질겼는지(욕먹으면 억세게 오래 살듯이..) 모를 일입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오늘 농구코트에 안녕을 고합니다.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강동희가 불미스러운 승부조작에 휩싸여 꽤나 뒤숭숭한 탓에 그의 마지막 모습이 더욱 쓸쓸해보이네요. 요새 분위기만 봐선 서장훈 선수의 은퇴와 더불어 농구라는 스포츠 자체마저 영영 빠빠이해야 할 기세죠. 되려 그렇기에 저는 그에게 고마움을 이 자리를 빌어 표할랍니다. 덕분에 농구를 좋아할 수 있었고 즐길 수 있었다고. 제게 우리나라 농구의 황금시대를 함께 하며 "내가 봤어! 내가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봤었다고!"라 말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 헤어짐은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이란 말이 있죠. 언젠가 반드시 지도자든 행정가든 심판(?!)이든 농구계의 부흥을 위해 힘써줄 그를 기다리고 기대해보렵니다.

http://youtu.be/VWoliNhunBY?t=1m28s 

(제가 할 줄 을 몰라서인지 링크가 안 걸리네요;; 점프볼에서 유투브에 올린 '클래식 바스켓볼 - 93-94 농구대잔치 챔프 1차전 연세대-상무입니다.)

[알통맨세근]

존경합니다 장훈선수..ㅜㅜ

[Legend]

요즘같이 분위기 안좋을때 레전드가 떠난다니 더욱 아쉽네요. 한국 농구 사상 최고의 선수는 허재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거의 유일하게 견줄 수 있는 선수이자, KBL 역사상 최고의 선수의 마지막 경기는 꼭 봐야겠네요.

[Jordan Crawford]

중국전 할때마다 아쉬운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