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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걷습니다. 사랑을 합니다.
나란히 걷다 때로 멀어지고 길이 엉키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두 사람은 행복합니다.
어느 순간 서로는 깨닫습니다. 마주보고 있었음을.
너무 오래 마주보고 걸었음을.
서로에게 고정된 시선을 풀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에게 부여된 의무가 보이고 책임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슬퍼집니다.
마주보기만 해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제야 그걸 깨닫습니다.
아무 것도 책임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슬퍼집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 사랑인줄 알았습니다.
기댈 수 있는 사랑이야말로 위대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랑만으로 전부일줄 알았습니다.
서로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마음을 의지했습니다.
몸을 기댔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랑을 했습니다.
넓어진 시야를 통해 그이의 주변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이의 일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회사. 그의 친구. 그의 가족.
나와 그이를 둘러싼 수많은 상황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계속 사랑해도 되는 걸까?
결혼할 수 있는 걸까?
나를 위해 그이가.
그이를 위해 내가.
서로를 소모시키지 않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걸까?
아무도 슬프게 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걸까?
기대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마주보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서로에게 고정된 시선을 푸세요.
한 곳을 바라보세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으세요.
그리고 걸어가세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사랑.
기대지 않고도 서로를 세우는 사랑.
마주보고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기댄 몸으로는 먼 거리를 걸을 수 없습니다.
마주 향한 시선을 옮겨 한 곳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서
손잡고 걸어가세요.
사랑을 하세요.
첫댓글 좋은글 감사드려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사랑, 쉬운일은 아니지만...,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