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마다 극한의 언어를 쏟아내던 정치판에 잠깐의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아마 대통령 타핵만 좇은 이들이 헌법재판소의 최종심리 결과를 기다리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십수 차례의 변론 과정에서 들려온 주장들을 '적바림'하는 보도가 눈에 띕니다.
우리말을 다루는 책들을 보면 명사 [적바림]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적빠림'으로 발음하는 이 낱말은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 둠. 또는 그런 기록'을 뜻합니다.
'메모'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림을 뺀 적발로도 같은 뜻을 나타낸다고 사전은 전합니다.
이런 예문이 있습니다.
-딱부러지게 곡절을 대라 하면 당장 할 말이 없오이다.
이런 닦달을 받기도 예견이 되었던 세상이라면 내가 적바림이라도 해 뒀으련만
미처 이렇게 될 처지를 생각하지 못했오이다]
≪김부영, 천둥소리≫.
2001년 4월 당시 문화관광부가 발행한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에 실린 문장입니다.
한자로 된 적바림의 유사어로는 적록(摘錄. 딸 적 기록할 록), 적발(摘記. 기록할 기)이 있다고 합니다.
사전처럼 편집한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은
'적바림' 바로 앞에 형용사 [적바르다]를 표제어로 올려뒀습니다.
적바림과 이 말이 관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잘못이었습니다.
'적바르다'는 어떤 한도에 겨우 자라거나 이르러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
'먹고사는 데 적발라 문화생활은 생각도 못 한다'와 같이 쓸 수 있다고 책은 알려줍니다.
적바림에는 [-하다]를 붙여서 행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때에 필요할지 모르니까 사건 개요를 정확하게 적바림해야 합니다'
라는 식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3.1절 연휴 마지막날 월요일에도 많은 '적바림'을 만날 것이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남는 '적바림'은 자마다 다르겠지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