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천제일룡 제2권
검궁인 지음
대현문화사 펴냄
- 차 례 -
제 12 장 백년대계(百年大計)
제 13 장 팔십 근 짜리 우물(尤物)
제 14 장 여정(女情)과 모정(母情)
제 15 장 천하제일색(天下第一色)을 울린 남자
제 16 장 기형구세장(奇型求世莊)
제 17 장 패검성(覇劍城)으로
제 18 장 우공자(偶公子) 수검혼(水劍魂)
제 19 장 등룡지회(騰龍之會)
제 20 장 마종지회(魔宗之會)
제 12 장 백년대계(百年大計)
[1]
동정호(洞庭湖).
만경창파(萬頃蒼波) 일렁이는 동정호는 숱한 시인묵객들이 앞다투어 시가(詩歌)로 남길 정도로 그 크기로 보나 아름다움으로나 가히 중원제일의 대호(大湖)다.
팔월(八月)의 호수가 잔잔도 하이.
하늘도 물에 잠겨 더욱 맑아라.
운몽(雲夢) 못 가에 물안개 자욱하고.
물결은 악양성(岳陽城) 향하여 흘러.
건너고 싶어도 배엔 노가 없으니.
묻혀 살기엔 성명(聖明)이 부끄럽다.
낚시질하는 옆에 덧없이 앉아.
헛되이 고기를 부러워하는 마음.
八月湖水平 涵虛混太淸.
氣蒸雲夢澤 波 岳陽城.
欲濟無舟楫 端居恥聖明.
坐觀垂釣者 徒有羨魚情.
동정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당대의 시인 맹호연의 시구절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을 적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나 평온해 보이기만 하는 자연의 깊숙한 곳에는 어김없이 처절한 인간사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숨겨져 있으니 그것 또한 고금이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끝없이 푸른 대호(大湖).
거대한 범선이 한 척 떠 있다.
범선의 전후좌우에는 수십 척의 쾌선이 떠있다. 범선을 호위하는 진세였다.
일견 한 폭의 그림같이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하나 그림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장차 일어날 일을 예고라도 하는 듯 먼데 수평선에는 핏빛 먹구름조차 한 조각 걸려있다.
수십 척의 쾌선은 바로 그 유명한 동정호의 사자들인 잠마룡대(潛魔龍隊)의 선단이었다. 또한 거대한 범선은 바로 강호사마 중 가장 극랄하다는 악인인 만수종의 배였다.
한데 그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눈은 공포와 불안감으로 질려 있었고 얼굴은 초조한 기색이 완연했다. 수십 척의 잠마룡대가 철저히 보호하는데도 그는 불안감을 씻어 내리지 못했다.
그는 범선의 가장 은밀한 곳에 몸을 숨기고 거대한 철상자를 깔고 앉아 있었다. 무척이나 중요한 물건인 듯 두 손으로 상자를 꽉 붙든 채 초조한 듯 다리를 떨고 있었다.
실상 그 상자에는 그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가 일평생 모은 모든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는 것이다. 그는 이 순간 지금껏 쌓아온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젖어있는 것이다.
한 장의 배첩이 작은 공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그는 공포에 잔뜩 질린 눈으로 힐끗힐끗 배첩을 바라보았다.
<천마첩(天魔帖).>
붉은 바탕에 쓰여진 검은 글씨.
그것은 바로 최근 마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천마첩이었다.
만수종은 수채(水寨)를 천마종에게 바치고 천마종의 수종(水宗)이 되어 천마법(天魔法)에 따르라.
"으으......!"
만수종의 입에서는 참담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직 싸우기도 전이었으나 눈빛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채 흐트러져 있었다.
하나 더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만수종 자신이 이토록 겁에 질려있다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 해도 백전백패의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
그는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머릿속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
그의 눈빛은 다소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그에게 잠마룡대가 있다는 사실이 그를 안심시켰다.
잠마룡대는 허접쓰레기가 아니었다.
갑노마다 독전(毒箭)과 화탄(火彈)이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그것은 모두 거금을 들여 암기의 명문인 사천당가(四川唐家)에서 사들인 것이었다.
그는 결심을 굳힌 듯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절대로 내것을 뺏기지 않겠다. 천마종이 천사궁(天死宮)마저 정복했다고 하나 내 영역을 정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수종의 얼굴에는 비로소 약간의 자부심이 떠올랐다. 잠마룡대만으로도 이렇게 주눅들어있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또한 그가 타고 있는 범선은 보통 범선이 아니었다.
온통 쇠로 둘러졌고 온갖 기관장치와 화포로 중무장되어 있는 철갑선(鐵甲船)이었다. 만수종은 항상 철룡수종선(鐵龍水宗船)이라 불리워지는 이 범선에 머물렀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장릉소에서 만년 묵은 태양화리의 피와 살을 먹어 내공이 가일층 증진되어 있었다.
그 뿐인가?
그의 수하들도 태양화리의 골(骨)로 만든 태양화리주(太陽火鯉酒)를 먹어 내공이 오 년씩 배가되어 있었다.
"흐흥......! 천마종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물에서만은 나 만수종을 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윽고 만수종은 주먹을 굳게 움켜쥐었다. 비로소 자신감을 되찾은 듯했다.
달.
동정호의 호면에 월영(月影)이 드리워진다.
교교한 달빛이 잔물결에 조각조각 부서져나갔다. 부서져나간 빛의 조각들이 호면 위로 부유한다. 달은 어느덧 중천에 떠 있었다.
"......."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시간만이 흘렀다.
만수종의 얼굴에는 점차 안도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지 않고 있다. 어쩌면 천마종은 겁을 집어먹고 포기할는지도 모른다.'
그는 문득 긴 한숨을 내쉬었다. 평화로움마저 깃든 고요가 그의 마음을 다소 느슨하게 한 것이다. 어쩌면 아무 일 없이 밤이 샐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었다.
그때였다.
꽈꽝......!
돌연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잔잔하기만 하던 수면 위로 큰 파도가 일어나며 범선을 뒤흔들었다.
"무슨 일이냐!"
만수종은 당황하여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나 대답대신 들려온 것은 무엇인가 나무 같은 것이 쪼개지는 소리였다.
우지끈......!
만수종이 있는 밀실의 바닥이 부서져나가는 소리였다. 온통 철판으로 감쌌다는 철룡수종선의 바닥이 부서지며 분수같은 물줄기가 치솟아 올랐다.
"......!"
겁에 질린 만수종의 눈 앞으로 물줄기와 함께 한 가닥 혈영(血影)이 솟구쳐 나왔다.
천마종이었다.
기상천외하게도 그는 배의 밑바닥을 뚫고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수하도 거느리지 않은 채 단신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만수종은 완전히 허점을 찔린 셈이었다.
"나타났다."
"쳐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마룡대는 천마종이 나타나자 다짜고짜로 범선을 향해 독전을 쏘아댔다.
슈슈슉......!
독전화 화탄이 범선을 향해 작렬하자 만수종은 대경실색할 지경이었다. 그는 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이놈들아! 날더러 죽으란 말이냐!"
하나 그의 목소리는 화탄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잠마룡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무조건 공격을 퍼부으라고 했던 만수종의 명에 따를 뿐이었다.
낭패였다. 만수종은 황급히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꽈르릉......!
이때 천마종은 가볍게 일장을 쓸어 쳤다. 그러자 범선의 천장과 벽이 한꺼번에 날아가고 그의 모습이 선상에 드러났다.
이미 철룡수종선은 잠마룡대가 쏘아낸 화탄으로 불덩이가 되어 있었다.
슈슈슈... 슉......!
쌔액... 펑......!
수백 줄기의 독전과 화탄이 천마종을 향해 빗발치듯 날아왔다.
하나 천마종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혈무가 더욱 짙어졌을 뿐이었다.
파파파팍......!
투둑... 툭......!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독전과 화탄은 혈무를 뚫지 못했다. 혈무는 하나의 보호막으로서 그 어떤 무기든 닿기만 하면 맥없이 떨어져 내렸다.
천마종은 돌연 음산하게 일갈했다.
"돌아 오라!"
천마종의 우수가 창파를 향해 쭉 뻗어졌다.
쏴......!
그러자 돌연 창파 속에서 물기둥이 솟구치더니 그의 손길을 따라 빨려들었다.
"크웩......!"
물기둥은 맹렬한 기세로 소용돌이치며 호수 바닥을 훑어냈다. 잠시 후 물기둥은 마치 멱살이라도 잡아채듯 물 속에 있던 만수종을 끄집어내더니 배 위에 내동댕이쳤다.
쿵!
만수종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물에 흠뻑 젖은 채 갑판 위에 내동댕이쳐진 그에게선 필살의 결투를 하겠다는 전의(戰意)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는 천마종을 향해 다짜고짜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천마법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가 다스리는 쾌속선 일천 오백 척을 모두 바치겠습니다......."
그는 비겁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포기도 빨랐다.
그는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판단할 줄 알았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단 일장을 날려보지도 않은 채 포기할 수 있었다. 자신의 힘이 천마종의 일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함을 절감한 것이다.
"살려만 주십시오, 제발......!"
만수종은 갑판 위에 이마를 찧어대며 애원했다. 어느덧 그의 이마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천마종은 만족스러운 듯 대소를 터뜨렸다.
"크크크......! 너는 나의 수종(水宗)이 되어 천마법에 따라 살게 되리라."
평화롭던 동정호는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천지만물을 고요히 비추던 달빛은 맹렬히 타오르는 화염에 빛을 잃었다. 깊은 밤의 적막을 향해 천마종은 앙천광소했다.
스스.......
이윽고 천마종이 한 차례 손을 젓자 철룡수종선을 태우던 화염은 일제히 꺼져버렸다. 마치 진공상태에 빠진 듯 동정호는 다시 예의 평온을 되찾아갔다.
그날 밤 천마종 십이마도의 한 자리가 그렇게 채워졌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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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감상~~~감사합니다~~~~~
잘 ~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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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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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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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종 명 재촉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