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하려고 '벌초 '시를 검색해보니 군계일학인 교수님 시를 빼고는 별로 올리고 싶은 게 없어 어설프게 하나 얽어 올립니다.
벌초 / 정군수
내일 모래가 추석
아버지는 나무 손잡이가 달린
구식 머릿기계로
아들의 머리를 깎으셨다
바람이 들어오는 헛청 그늘에서
왜정 때 썼다는 고물 기계로
밤송이 같던 아들의 머리를
팔월 박덩이 같이 깎아 놓으셨다
내일 모래가 추석
아버지 무덤에 가서 벌초를 한다
윙윙거리는 신형 예초기 칼날에
풀들이 바스라져 눕는다
달덩이 같은 무덤이 솟아올랐다
벌초가 끝나고
무덤가에 앉아 숨소리를 듣는다
하늘 어디쯤
아들의 머리를 깎고 계실
아버지의 낡은 기계 소리를 듣는다
벌초 / 소순상
일 년에 한 번
연례 행사처럼 기다리던 날
단장보다 곱던 반가움
서투른 솜씨는 굼떠도
정성은 손길마다 고르더니
둥실하던 봉분이
어머니 젖가슴처럼 졸아들면서
그때 내 맘처럼
나도 또한 멀어져
침묵 같은 낯선 손길
사무적인 기계 날이
초면에 인사도 없이
처삼촌 벌 안처럼
다짜고짜 훑고 자나간다
그런대로 쑥대밭은 면했으니
하소 대신 감사로
이젠 기대의 손을 떠난
기다림 잃은 종없는 그날이
아주 잊혀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자위할밖에
시절이 그렇다 하니
카페 게시글
습작-시(숙제)
벌초
쓰리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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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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