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거리 인근 ‘합정 주상복합 아파트단지’. 다수의 연예인과 연예업계 종사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마포 한강 푸르지오’(왼쪽)와 2012년 6월에 지어진 ‘메세나폴리스’(오른쪽). |
서울 홍대 상권이 망원동과 성산동까지 무한팽창하고, 최근 이 두 동네를 중심으로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유흥가 중심의 홍대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로 15길. 빌라들이 들어선 주택가 2차선 도로 옆에 큼지막한 유리로 외관이 장식된 5층짜리 흰색 건물이 서 있다. ‘대명 타워빌딩’. 이 건물은 주간조선 취재결과 지난 7월,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B1A4’가 속한 연예기획사 WM엔터테인먼트(대표 이원민)가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 건물의 공시지가는 43억2000만원. 익명을 요구한 WM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것이 맞다. 위치 등 입지조건이 맞아 결정하게 됐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사옥 이전계획을 갖고 있고 조만간 발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WM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옥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블락비(Block B)’가 속한 연예기획사 ‘세븐시즌스’가 ‘스타덤엔터테인먼트’로부터 독립해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북로 대로변에 있는 ‘아이컨 빌딩’ 2층에 자리 잡았다. 지난 4월에는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INFINITE)’가 속한 울림엔터테인먼트도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북로 23길에 신사옥을 지었다.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작년 8월 연예계 3대 연예기획사(SM, YG, JYP)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에 인수·합병돼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있다. 유명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속속 홍대 상권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홍대 상권은 서교동과 동교동을 중심으로 유흥주점과 클럽, 영화관, 음식점이 밀집해 있었다. 2012년을 전후해 주택가가 밀집한 북쪽 연남동으로 확장됐고 이곳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스몰비어 맥주집이 주로 들어섰다. 동시에 남쪽인 합정동과 상수동 쪽으로 확장됐고 이곳에는 트렌디한 카페들이 들어섰다. 홍대 상권은 여기서 팽창을 그치지 않고, 서북쪽인 망원동과 성산동으로 연예기획사가 유입되면서 아메바처럼 넓혀가고 있다.
주간조선이 파악한 마포구 소재 유명 연예기획사는 10곳(YG, 스타제국, 아메바 컬쳐, 스나이퍼사운드, 컬투, 세븐시즌스, 울림, WM, QUAN, 에이큐브 등)이다. 이 중 현재 3곳이 망원동과 성산동에 지난 1년 새 자리 잡았다. 마포구청 문화관광과 김미정 주무관은 주간조선에 “연예기획사는 구청에 인허가 등록을 하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마포구 내에 연예기획사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마포구 내에 연예기획사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들이 마포구 일대에 자리 잡는 움직임은 3년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형 팬덤을 가진 유명 아이돌 그룹 소속사인 세븐시즌스,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옮겨온 데다 WM엔터테인먼트의 건물 매입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연예기획사의 홍대 진출은 가속화하는 분위기라고 이 일대 부동산 업자들은 설명한다. 상수동의 스타부동산 신철우 대표는 “2011년부터 연예기획사들이 사옥을 위한 건물 매입이나 스튜디오를 알아보는 등 문의가 꾸준히 있었다. 1년 전부터 강남 일대나 여의도에 터를 둔 일부 연예기획사들의 사옥 매매계약 소식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국내 연예기획사 시가총액 1위인 YG엔터테인먼트 사옥’. |
연예기획사들이 주로 모여 있던 서초구 방배동,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 일대보다 싼 땅값도 큰 이유다. 최 대표는 “망원동과 성산동 일대는 아직까지 대부분 평당 지가가 800만~1000만원 선이다.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보니 마포구 내에서 비교적 싼 편이다”라고 말했다. 합정동에는 국내 연예기획사 중 시가총액 1위(약 7839억원)인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가 1996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스타제국(소속 연예인: 제국의 아이들, 쥬얼리, 나인뮤지스 등)이라는 연예기획사는 10년 전에 터를 잡았다. 스타제국 사옥 앞 행운부동산 조춘식 이사는 주간조선에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이 오래전부터 서교동과 합정동 주변에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다.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하는 YG엔터테인먼트의 성공에 대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동조현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기획사의 유입으로 주택가가 많은 망원동과 성산동 일대도 조금씩 상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합정동 YG 사옥은 한류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다. 주택가가 밀집했던 이곳에 지난 4월 말 한류관광객을 노리고 음식 제조업체인 ‘송학김’에서 관리하는 김, 김치 전시장과 한복을 체험하는 트릭아트박물관이 들어섰다. 송학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전시관이 마포구 합정동 희우정로의 서천해태종합전시관에 있었다. YG 사옥 앞을 찾는 관광객들이 차츰 늘어나면서 지난 4월 YG 사옥 바로 건너편에 신관 건물을 증축했다. 신관에서는 기존의 김뿐만 아니라 김치도 전시하고 있고 트릭아트박물관도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WM엔터테인먼트가 매입한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15길에 위치한 ‘대명타워빌딩’. |
매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합정동 YG 사옥 주변처럼 망원동과 성산동 연예기획사 인근의 유동인구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주변 지역 상인들은 반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김모(35)씨는 2년 전부터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망원동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주택가인 망원동은 2년 전만 해도 10초에 사람이 1명씩 지나갈 정도로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요즘엔 1초에 1명 정도 지나가는 것 같다. 주택단지 위주였던 이곳에 연예기획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카페나 편의점, 스몰비어 맥주집들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다.” 김씨는 땅값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들어와 망원동 주변 땅값과 임대료가 오를까 걱정이다. 벌써부터 망원동 일부 상가 건물주들은 건물을 팔 생각을 하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모른 채 4개월 전 성산동 인근에 커피숍을 차린 이모씨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는 익명 보도를 요청하며 “합정동과 상수동 쪽 카페거리가 과포화 상태라 이곳으로 옮겼다.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우리 카페를 찾는 20·30대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많다. 그런데 연예기획사가 들어온다니 기존 손님들이 찾지 않을까봐 오히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기대감을 가진 주민도 적지 않다. 성산 2동 울림엔터테인먼트 사옥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45)씨는 “연예기획사가 들어오면서 건물 주변으로 상점이 많이 들어서 상권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개발도 많이 될 것 아닌가. 마포 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이 지역 발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지어진 울림엔터테인먼트 신사옥. 지난해 8월 SM엔터테인먼트에 인수합병된 SM 자회사이다. |
메세나폴리스 옆에는 대우건설이 시공한 주상복합 아파트인 마포 한강푸르지오도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에도 일부 연예계 관계자들이 입주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합정동 인근 자이부동산 김내영 대표는 “연예인들이 메세나폴리스를 포함한 합정동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오는 이유는 방송국과의 위치가 가깝고 보안이 잘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인들이 쉽게 아파트 내로 접근할 수 없게 보안요원들이 입구마다 항시 배치돼 있어 사생활 보호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상암 DMC(Digital Media City)에 방송국들이 옮겨오면서 이 일대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는 연예제작사들도 밀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암 DMC 내 부동산업자들 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연예제작사와 투자사들의 부지 매입과 건물 임대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암동 KGIT센터 내에 위치한 ‘상암DMC 부동산’의 김은아 실장은 “강남에 있는 연예제작사와 투자사들의 매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미 CJ E&M 등 대형 연예투자사들이 들어와 있고 연예제작사 업계의 큰손인 ‘팬엔터테인먼트’도 들어왔다. 부지도 아직 남아있고 건물 임대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예제작사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2년 6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상암 DMC로 사옥을 옮긴 연예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측은 동종업계의 상암동 이전 움직임이 지난 9월 1일 MBC 본사의 상암동 이전과 함께 본격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팬엔터테인먼트 IR 담당 이지훈 과장은 주간조선에 “공중파 방송국과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가진 CJ E&M이 있는 상암 DMC 내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매우 편리하다. 우리의 경우 최근 MBC와의 협력이 잦아져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마마’에 이은 차기 드라마도 MBC와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와우산로 21길 부근, 홍대 수노래방이 있던 건물이 없어지고 새 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건물은 중국 자본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대 상권에도 중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
상암 DMC는 5000억원이 투자된 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의 MBC 상암 신사옥을 필두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4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이 MBC 상암 신사옥과 인근 상암초등학교에서 월드컵파크 7단지를 잇는 월드컵북로에서 촬영을 했다. 또한 지난 9월 미국 SF드라마 ‘센스8(Sense8)’의 MBC 상암 신사옥 촬영에 관한 협의도 진행됐다. MBC 상암 신사옥 기획부 조치균 차장은 “어벤져스2 촬영팀과 센스8 촬영팀이 같은 팀이다. 어벤져스2 촬영이 이루어지는 동안 센스8 촬영에 대한 협의도 진행되었다. 아쉽게 일정 문제로 지난 9월 말 촬영이 불발됐지만 MBC 상암 신사옥과 상암 DMC 주변을 둘러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홍대 상권이 ‘연예기획사 타운’으로 확장돼 가는 것과 관련해 마포구청에선 홍대 상권 개발에 대한 비전이나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마포구청 공보과 김선화 주무관은 “마포구 내에 최근 연예기획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다. 하지만 YG와 문화행사에 대해 올해 초부터 계속 대화 중이다. YG뿐 아니라 연예기획사가 많아진다면 마포구 전체 발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민섭 인턴기자·연세대 법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