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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라고.. 이젠 토고를 다들 힘껏 응원하자는 분위기네요. 현장에서도 그렇고요.
토고팀.. 문제 많았던 건 사실이죠. 어느 팀이나 문제 없는 팀은 없겠지만.
사실 팀원들의 감정 싸움은 같은 조에서 보면 프랑스 대표팀이 가장 심한게 아닌가 할 정도 입니다.
워낙 말하기 좋아하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문화라 하지만
서로 관계가 소원한 게 눈으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뭐 우리 대표팀 안에서도 누가 누가 더 친하고, 누구랑은 사이 앉좋고 등등의 얘기가 있겠지만 프랑스 같은 데는 워낙 또 그런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니까 말입니다. 예를들어 국민적 영웅인 수문장 그레고리 쿠페는 바르테즈-지단 라인에 밀려 넘버 원 자리를 뺏겼다는 얘기도 있고. 이번 대표팀에 와서 처음 상견례한 사이도 있고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틈새가 벌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또 워낙 월드 스타들이 모였으니 쉬운 건 아니겠죠.
토고는 비슷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동안 문제를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선수들... 제 생각엔 주장 아발로의 퇴장이 선수들에겐 엄청 충격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토고 대표팀 주장만 14년. 토고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 수비 라인의 절대적인 지휘자 역할. 심리 상담가 역할 등등을 하고 있는 그의 퇴장은 토고팀이 흐트러지는 제 1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라운드에 서면 11명 모두 중요하지만, 아발로 처럼 1인 다역을 하고 있는 사람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는 게 아닌 것도 같습니다. 전력적으로도 손해지만 경기장 안에서 지시해주고, 가르쳐줄 사람이 빠졌으니 그 이상의 손해가 생기는 거죠.
이번 월드컵은 이상하리만치 '공은 둥글다'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이변이라면 스웨덴-트리니다드 토바고 전 무승부정도? 하지만 2002년 프랑스-세네갈 전 처럼 처음부터 놀라게 만든 '사건'은 별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듯 합니다. 2번째 경기에서 부터는 조금 달라질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서 '공은 둥글다'를 외치는 토고가 조금 안타깝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아프리카 팀의 줄줄이 패배도 안타깝고요. 그들의 배경이나 등등을 보면 어쨌거나 경제, 정치, 축구 자본 등에서 약자인건 사실이니까요.
사람이 사람인지라, 감정에 지배될 수도 있잖아요. 몇주전이었습니다. 토고 캠프에 가려고 방엔에서 며칠 머무를때 였죠. 선수들이라도 한번 볼까 싶어 호텔에서 죽치고 하루 종일을 앉아있곤 했습니다. '설마 선수들이 답변이라도 하겠어?'라는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에 일단 사람만 나오면 말이라도 걸어보자는 심정이었죠. 그 때 우연히 한 선수가 시내에서 쇼핑하고 들어오는 길이더라고요. "저기요~"라고 했더니 "저 말이에요?"하면서 성큼 성큼 걸어오대요.
그래서 제가 "쇼핑하고 오는 길이에요? 오늘 훈련 해요?"라면서 말이라도 걸어봤더니, "훈련이요? 당연히 하죠. 근데 더 이상은 안돼요. 진짜 미안해요. 감독님이 말하지 말래요"라더라고요. 어차피 그런 분위기는 알고 있었으니 예상한 바였지만, 예상 밖은 그 다음 행동이었어요. 제가 약간 뚱한 표정을 지으니까. "진짜 미안해요. 원래 그러고 싶지 않은데, 감독님 지시 때문이에요. 감독님이 한국, 중국,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하고 말하면 경기에 안뛰게 한다고 하셔서요... 전 경기 진짜 뛰고 싶은데... 정말 미안해요. 내 의도가 아니에요"라면서... 고개 숙여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물어본 제가 다 미안할 정도로...
또 한명 키퍼 아가사였는데요. 아무래도 프랑스에서 뛰고 있다보니 살림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우디를 직접 몰고 방엔까지 왔더라고요. 거기서 말이라도 걸어보려고 "하이~"그랬더니 차에서 일부러 내려 "하이~싸인해줄까?"그러더라고요(아무래도 저를 관광객으로 본 듯...) 작은 기자 수첩 밖에 없어서 싸인 받기가 좀 뭐했지만, 하여튼 굉장히 친절해 보였습니다. "컨디션은 어때요?" 뭐 이런 거 물어봤더니 처음엔 "팬이니까 얘기해 줄께~(제가 팬이라고 얘기한 적도 없는데 ^^;;;)"라더니 "좋아 좋아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다 두마디 더 물어보려 했더니 "혹시 기자야? 기자지? 그럼 안돼. 어쩔수가 없어.. 우리 법칙이야. 미안해" 그러더라고요. 잘해주고 싶은데 자기 능력 밖이라고 하면서 이친구도 역시나 사과를... 그리고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양손을 합장을 하면서 '미안~' 그러더라고요.
기차역에서도 만났어요. 그때 창가이로 기억하는데, 여자 친구인지 부인인지 하고 같이 왔더라고요. 부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로...(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당) 부인(?)을 보내려고 배웅 나온 길이었대요. 그때 완전 독일 미친날씨라 엄청 추웠거든요. 그래서 또 한마디 걸어보려고 "요즘 너무 춥지요?"라고 했더니 "응. 진짜 추워. 너는 감기 안걸리니?"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선수들은 감기 안걸렸나요?"했더니, "지금 혹시 취재하는 거니?" 하더니 "미안해. 더 이상 말하긴 어렵겠다. 내 뜻은 그게 아닌거 알지?" 막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도 어디 가니?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 들어줄까?" 하더라고요.
눈빛에서 경계의 모습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수 있었기에 불만도 없었고. 잘은 모르지만 그때 참 사람들이 착하구나... 별로 때묻지 않았구나.. 하는 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토고 선수들 전체를 콩가루로 본 건 아니었는데, 꼭 그런식으로 묘사한 듯 퍼져서 조금 아쉬운 면도 없지 않은데.... 토고 선수들이 절대적인 약자인건 사실이지만, 그들과 위치를 달리 한다고 하는 아데바요르가 약자인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직 국제 경험도 많지 않고 워낙 인터뷰도 집중되기 때문인지 자꾸 말바꾸고 이래저래 휘청이게 해서 오히려 팀원들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출발은 서로 다른 입장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아데바요르 덕에 토고 선수들의 눈과 귀가 트였다고 본다면, 나름의 역할도 한것 같지만... 역시나 가장 문제는 협회도 선수도 아닌 협회장인 것 같습니다. 어느 주머니에 들어가는 지 모르지만 한번 가지고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않는, 이상한 금고를 지녔죠...
솔직히 우리 대표팀 지면 정말 실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없던 건 아닙니다. 경기는 경기고 언제든지 바라지 않았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외부에 노출되길 토고는 감독 파문에 각종 분란으로 쪼개진 팀이라는 의견이 팽배했기 때문이죠. 몇몇 외신 기자들도 "어쨌거나 경기에 먼저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협회도 왜 자기 무덤을 파는 지, 선수들도 왜 단결 안하는 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면서 "이런 분위기의 토고라면 어느 팀이 와도 이기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하더군요. ㅠ.ㅠ 토고 팀 관계자들 말을 들으니 "오히려 더 단단해 졌다"고들 하던데 말입니다.
게다가, 전날 우연히 토고 선수들을 보게 된 저로서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마침 저녁 약속이 생겨 약속 장소로 갔는데 거기가 토고 대표팀 선수들이 머무는 호텔이었어요. 밖에는 피스터 감독이 복귀한다는 소식에 현지 방송 2팀 정도가 그 앞을 진치고 있었고요.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서로 초행길이다 보니 가장 찾기 쉬운 곳을 정했었던 것 같아요. 역 앞에 있는 호텔 로비로. 거기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딱 보니 아데바요르와 몇몇의 친구들이 로비에서 티비를 보더라고요. 한국과의 경기를 바로 앞두고 굉장히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유스러워 보였습니다.
워낙 아프리카 선수들이 자유분방하니까 그렇겠지만 저같으면 아니 우리 대표팀 선수들 같으면 보통 경기 전날엔 숙소에 들어가 방에서 TV를 보거나 그렇게 좀 조용하게 지내는 것 같았거든요. 그날 아데바요르 등등이 저녁 이탈리아-가나 전 경기를 보는데, 로비는 완전 너구리 굴. 선수들 앞 뒤에 앉은 사람들이 담배 뻑뻑 피워대고. 다른 사람들도 관광객으로 보이던데, 아마 자기네 주위에 앉은 사람이 대표선수였는지 몰랐던 모양이에요. 간접흡연이라도 그게 선수들 폐에는 굉장히 안좋을 텐데 아데바요르 등등은 별로 개의치 않더라고요.
게다가 돈내기 까지^^;;; 그것도 1,2유로가 아닌 50, 100유로 단위로요... 한명이 '돈내놔라' 하니까 다들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더군요. 아마 스코어 예상 내기였던 거 같은데... 그런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보니... '이게 진짜 여유인가. 아니면 도대체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자신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일행을 기다리다보니 거기에 30분 이상을 옆에 서있게 됐는데 저는 다른 사람들의 담배냄새 때문에 완전 머리 아프던데 선수들은 괜찮았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아무래도 경기 전날 같진 않은 모습이었어요. 월드컵도 전쟁이긴 하지만 일종의 축제니까... 즐겁게 즐기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지만요... 아무래도 다음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면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프리카 팀은 지금까지 유독 운이 없는것 같네요. 발군이라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하필 죽음의 조인 c조와 e조에 각각 배정돼 패배를 맛봤고 말입니다... 토고는 3000명 팬중 2000명이 비자를 받아 독일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실상 경기장엔 오히려 외국 토고팬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아침부터 프랑크푸르트 역은 토고에서 온 팬들이 북을 울려대고 춤을 추는 통에 아주 흥겨웠었는데... 아무래도 표 구하긴 쉽지 않았나 봅니다. 게다가 그 2000명들도 상당수가 취업을 하러 온 사람들이라고 하니.... 왜냐면 독일에 들어오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왠만해선 못 받기 때문이죠. 이번이 월드컵 기간이라 특별히 비자를 받은 거고... 거기에 비하면 가나는 더 불쌍.. 9000명이 신청했는데 비자가 1000여명 밖에 나오지 않아 완전 눈물입니다. 재산 서류가 필요하고 독일에 친척이 있는 지 등등 호구조사까지 받아야 한다니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줄줄이 생긴거죠. 국민들의 응원도 제대로 받기 힘드니.. 선수들이 힘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죠... 정말 12번째 선수라고, 원정에서 팬들의 응원만큼 힘나는 게 없을텐데....저번 스위스-프랑스전을 가보니 스위스팬들의 응원이 프랑스를 완전히 압도하더라고요. '호프 스위츠'를 외치면서... (근데 나중에 하노버 가면 대단할 것 같습니다. 스위스도 빨간 티, 우리도 빨간티 ^^)
아무래도 역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국민 전체가 웃고 울게 되니... 모든 사람들에게 이기는 것만 있으면 좋겠지만... 어제 특히 독일-폴란드전 보니까 폴란드 국민들 망연자실한게...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폴스카(폴란드) 머플러를 머리 위로 올리는 팬들을 보니.... 휴....세계적인 축제긴 한데, 마음 아픈 축제네요... 토고도 선수들, 국민들 모두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첫댓글 감동적입니다,ㅠㅠㅠ 첫승은 토고를 반드시 이겨야 했기에 토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었는데, 정말 토고가 스위스나 프랑스랑 경기 할때 꼭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랍니다 ㅠㅠㅠ
경기에서 내가 응원하는팀의 적이라고 해서 진정 적이 아닙니다. 지금 32개국 팀들중에 어느하나 소중하지않은 팀이 이겠습니까. 어느 나라 국민에게나 모두 가슴속으로 응원하는 아름다운 선수들 입니다.
토고 힘내.ㅠㅠㅠㅠㅠ같이 16강 가자.ㅠㅠㅠㅠㅠㅠㅠㅠ
달달한 보윤기자님의 글은 따뜻해서 더 좋다는^^
중간에 "독일 날씨가 미쳐서" 의 압박..ㅎㅎ 귀엽네요..ㄴ
아데바요르... 너무 귀여워
안타깝네요..토고선수들..여러가지로 다 안타까워요..다음 월드컵때는 협회나..나라가 좀더 성장하기를..
아, 정말... 저 세레모니 귀여웠는데!
토고 선수들.. 정말 착한거 같아요.. 순수한것도 같고... 잘난척쟁이 프랑스랑 스위스 시러!!! 토고야! 우리 같이 16강 가자~~ 열심히 응원해 줄게..
아프리카팀들 이번에 다 깨져서 정말 너무너무 가슴아파요. 토고 우리랑 같이 16강 갔으면!!!
짐들어줄까? 라니....너무 착하고 순수해요..ㅠㅠ
윽, 정말 우리나라랑 토고랑 같이 16강 갔으면 좋겠어요 ㅠㅇㅠ
아후,아프리카팀들 안타까워요.. 토고힘내서, 우리한테 뭐 유리하느니 불리하느니 다 떠나서, 꼭 나머지 경기 후회없도록 경기했으면 좋겠어요.. 아발로 퇴장이 안타깝긴하네요.ㅠ
어흐흑... 애국가도 두번나와서 나중에 괜히 미안했는데.. ㅠㅠ
울나라도 차별대우 받는다고 하는데 아프리카에 비하면..ㅠㅠ스위스를 꼭 이겼으면 좋겠다. 토고 잘난체 했을때보다 더 재수없다.ㅋㅋ
아놔 ㅠㅠ 담경기에서 스위스 많은팬들앞에서 토고 무시하는 스위스 보란듯이 꺾어버려.. 1대0으로 이기리라 믿는다.. 화이팅!
네 토고의 2승을 기원해 봅니다
토고선수들 인상이 다들 순하고 귀여워요~~
토고랑 16강 갔으면..
진짜 완전 미안해가지고, 솔직히 경기전에 그런 이야기 나왔을 때도 욕도 했지만서도 안됐다는 생각했었는데 이정도 일줄은... -_-;; ........ 감독이 문젠거지?? -_-;; 16강 같이 갔음 좋겠다. 스위스를 이겨버리자!!!
제발 남은경기잘해서 같이 16강올라가자!ㅜㅜ
골세레모니 귀엽다....진짜 늠후들 순박해보인다는...힘내라 토고!!